아빠 잡아먹은 년

by 산너머

27. 아빠 잡아먹은 년)


엄마는 아무리 힘들어도 욕은 하지 않았다. 때리지도 않았다. 구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작은아버지 집에서 살 때 작은엄마한테 욕을 배 터지게 먹고, 멍이 들도록 맞았고, 팔다리가 길다고 구박을 당했다.

아홉 살 때 설거지를 못 한다고 뒤뜰에서 양은 냄비와 함께 패대기 처졌다. 냇가에서 빨래를 빠딱빠딱 못 한다고 빨래와 함께 방망이로 맞았다. 너 때문에 네 아버지가 일찍 죽었다고 저주를 퍼부었다. 엄마에게 이런 사실을 고자질하지 못했다. 나를 작은아버지 집에 맡긴 엄마를 믿을 수가 없었고 그런 엄마가 받아 줄 것 같지 않았다. 믿을 곳이 없어서 뒤란에 앉아 울었고, 냇가에 숨어 울었고, 나 때문에 아빠가 일찍 죽었는지 줄 알아서 나도 죽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끔찍한 생각을 밤마다 했다.


엄마와 같이 살날이 오면서 다행히도 작은엄마에게서 벗어났지만, 엄마를 믿지는 않았다. 기대지도 않았다.

작은아버지 집에서 엄마를 그리워하고 엄마를 기다렸지만 일 년에 두어 번 볼까 말까 했고 엄마는 미안하다거나 힘들지 않냐고 묻거나 하지 않았다. 나의 불안은 증폭돼 심장 벌렁거림증이 생겼다.

학교에서 신체검사할 때 의사 선생님이 심장이 빠르다고 신경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생활기록부에 ‘신경’이라도 썼다. 아무 조치는 없었다. 친척 집에 얹혀사는 나에게 누구도 관심이 없었다. ‘신경’ 두 글자만 도장처럼 찍혀서 내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을 뿐이었다.


엄마는 심한 욕을 하거나 때리지는 않았지만, 가끔 저주했다.

“저년 팔자는 일찍 죽는대.”

“쟤 때문에 내 팔자가 이리된 거야.”

“아빠 잡아먹은 년.”


화, 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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