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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옥 May 31. 2024

떨림과 울림, 우주가 존재하는 이유

bOOk rEview


우주는 '떨림'이다. 정지한 것들은 모두 떨고 있다. 수천 년 동안 한자리에 말없이 서 있는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떨고 있다. 그 떨림이 너무 미약하여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을 뿐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그 미세한 떨림을 볼 수 있다. 소리는 떨림이다. 우리가 말하는 공기가 떤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공기의 미세한 떨림이 나의 말을 상대의 귀까지 전달해준다. 빛은 떨림이다. 빛은 전기장과 자기장이 시공간상에서 진동하는 것이다. 사람의 눈은 가시광선밖에 볼 수 없지만 우리 주위는 우리가 볼 수 없는 빛으로 가득하다. 우리는 전자기장의 떨림으로 둘러싸여 있다. 세상은 볼 수 없는 떨림으로 가득하다.


인간은 '울림'이다. 우리는 주변에 존재하는 수많은 떨림에 울림으로 반응한다. 세상을 떠난 친구의 사진은 마음을 우리고, 영화 '레미제라블'의 '민중의 노래'는 심장을 울리고, 멋진 상대는 머릿속의 사이렌을 울린다. 우리는 다른 이의 떨림에 울림으로 답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나의 울림이 또 다른 떨림이 되어 새로운 울림으로 보답받기를 바란다. 이렇게 인간은 울림이고 떨림이다.


김상욱은 물리학자이다. 그리고 인문학자이다. 내가 그를 좋아하고 존경하는 이유는 단순한 물리학자가 아니라, 인문학적 철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물리적 이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분석하는 한편, 철학적이고 인문학적 관점에서 우주와 세상을 해석한다. 


그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를 '물리학이 인간적으로 보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고 말한다. 그는 빛, 시공간, 원자, 양자역학, 중력, 카오스, 엔트로피 등 물리학적 이론을 말하지만, 모든 물질은 떨림과 울림으로 해석된다는 인문학적 시각을 견지한다. 



그의 독일에서의 경험은 평소의 나의 생각과 상통한다. 그가 계약직 연구원으로 독일에 도착한 첫날, 숙소가 어둡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천장에는 형광등이 아니라 전구가 달려있었고, 그가 묵은 숙소를 포함 주변의 다른 집들도 마찬가지로, 자정 가까운 시간까지도 불을 밝힌 집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의 표현에 의하면 빛을 밝힌 것이 아니라 어둠을 밝힌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했다. 어둠에 적응해 가면서, 식사할 때는 천장에 달린 등만 켜고, 책상에서 일할 때는 스탠드만 켜고, 책을 볼 때는 작은 등만 켜게 되었다. 어둠을 박멸하려는 듯 불을 밝히는 우리나라에서 독일의 어둠에 서서히 압도당하며, 전에는 보지 못했떤 새로운 것들을 보기 시작한다.


우주는 어둠으로 충만하다. 어둠이 충만한 곳에서 어둠은 무거운 실체가 된다. 우리는 대부분의 정보를 빛을 통해 얻는다. 빛을 모르고 할 수 잇는 일은 없다. 인간의 오감 중 가장 중요한 감각은 시각이다. 뇌의 60%가 시각처리를 위해 쓰인다. 하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 중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고작 5%에 불과하다. 95%에 해당하는 것은 보이지 않지만 존재한다고 믿어지는 물질들로 우주를 채우고 있다. 아직 그 정체를 알 수 없어 암흑물질, 암흑에너지라 불리지만, 그들은 존재하고 있고, 우주는 그 자체로 거의 어둠이다.


지금은 인공조명의 발달로 밤조차 밝아서 별을 많이 볼 수 없다. 하지만 밤이 밤다웠던 시절, 사람들은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별을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저자는 아인스타인의 상대성이론, 우주의 탄생이론인 빅뱅이론을 지극히 인간적인 시선으로 해석하면서, 그가 전달하는 활자문자의 떨림으로 작은 울림을 지속적으로 전달받기를 원한다.  이 책을 통해 마치 어릴적 대청마루에 걸터앉아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을 바라보며 꿈을 키워왔듯이, 우주의 존재와 나의 존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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