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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때로는 고독하다

그래도 나는 나를 사랑한다

by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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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늦은 시간에 근처 하남에 있는 숯가마를 찾았다. 최근 열흘동안 매일 15시간 이상 책상에 앉아 제안작업을 하다보니, 온 몸이 쑤시고, 뇌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한동한 멈춰있기를 반복하며, 짜증이 극에 달했기에, 몸이 아니 마음이 살기 위해 긴급신호를 보내온 것이다. 만사 재껴놓고 도서관을 나와 무작정 숯가마로 향했다. 그동안 체내에 쌓여 있던 노폐물과 스트레스를 밖으로 뽑아내야 했다.


다행히 주말이지만, 늦은 시간이고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은 때라 사람은 많지 않았다. 평상시 숯가마에 오면 가마를 지피기 위한 장작불 주변은 엄두를 낼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그 장작불을 눈앞에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한 동안 멍하니 타오르는 장작불을 보며, 모든 번뇌와 시름을 흐르는 땀으로 배출하고 있었다. 그제야 살 것 같았다. 매일 하던 운동도 멈추고, 하루 두 끼 이상 챙겨먹던 음식도, 하루 한 끼로 줄이며, 내 정신과 영혼을 갈아넣고 있는 시간들이 장작불이 주마등이 되어 연기속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건가? 나는 잘 하고 있는 것인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예전처럼 월급쟁이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법인을 만들고, 그 누군가를 책임지며 허허벌판에서 외롭게 싸우는 한 마리 늑대처럼, 고독을 느껴본 적이 있었던가? 이 늦은 나이에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맞는 길인가? 스스로 선택한 일이고, 스스로 결단한 일이기에 오기와 끈기로 버티고 있지만, 나는 고독하다.


철저하게 외롭고, 힘들 때마다 나는 숯가마를 찾는다. 그 곳엔 노천탕도 있다. 밤하늘에 별은 보이지 않지만, 뜨거운 탕에 몸을 담구고 시커먼 하늘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으면 모든 상념이 잊어진다. 평상에 나신으로 누어 양팔을 벌리고, 눈을 감고 밤공기를 온몸으로 느끼면, 세상이 평화로워진다. 그 때서야 비로소 소외되고 버려져 있던 내 마음 속 나와 마주하게 된다. 어느 누구도 위로해주고, 토닥여 주지 않아, 상심으로 고독한 삶을 살고 있있던 내 마음은 그때서야 나에게 하소연하기 시작한다. 하염없이 눈물이 얼굴을 타고 평상으로 흘러내린다. 한참을 누어 내 마음을 위로한 후에야 나는 다시 삶의 여정을 시작할 용기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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