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소액주주의 입장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몇 개의 글로벌 기업들이다. 그들이 우리나라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그들의 성장과 미래에 대해 관심을 안 가질 수 없다. 그런데 최근 현대자동차가 완성차 부문에서 글로벌 랭킹 3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6만원까지 주가가 하락하며 미래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수요 둔화로 암울했던 ‘혹한기’를 지나 따스한 봄을 맞을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사실 한 달 전만해도 실적 호조로 8만 이상을 상회하며 좋은 분위기를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IB그룹인 맥쿼리에서 삼성전자를 ‘병약한 반도체 거인’이라며 목표주가를 12만 5천원에서 6만 4천원으로 반 토막 내면서 충격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물론 삼성전자의 주력산업인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분야 모두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이 있지만 실적은 나쁘지 않은 점에서 비관적인 전망은 매우 충격적이다. 맥쿼리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봤다. 중국을 비롯한 경쟁사들의 저가 공세와 수요 둔화로 여전히 D램 가격은 떨어지고 있어 1위 수성도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AI 시장의 급성장으로 AI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인 HBM(High Bandwidth Memory) 시장에서는 우리나라의 SK하이닉스에 뒤처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규 시장 개척에도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심지어 2026년에는 SK하이닉스의 절반도 안 될거라는 전망이 있다.
여기서 잠깐, 반도체 기업의 유형과 제품에 대해 상식적인 수준에서 알아볼 필요가 있다.
반도체 기업의 유형은 설계전담과 생산전담업체로 크게 나뉜다.
설계전문업체를 팹리스(Fabless)라고 하는데 반도체를 직접 만들지 않고 설계만 하는 기업으로, ‘fabrication’ 과 ‘less’가 합쳐진 말이다. 반도체 기술과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설계만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생겨났다. 대표적인 회사 퀄컴, 엔비디아, AMD, 애플 등이다.
반면 생산만 전문으로 하는 기업을 파운드리(Foundry)업체라 하고, 팹리스의 주문을 받아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을 뜻한다. 반도체 공장을 지으려면 넓은 땅과 엄청나게 비싼 장비가 필요한데. 직접 공장을 짓기보다는 파운드리에 생산을 맡기는게 유리하다. 대표적인 회사가 대만의 TSMC와 중국의 SMIC 등이 있다.
삼성전자는 설계와 생산을 동시에 다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 : 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 )에 속해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인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다. 그러나 최근 IDM의 맹주이자 중앙처리장치(CPU)시장의 최강자로 불리던 인텔이 무너질 위기에 있다는 소식과 직원 15% 감원, 퀄컴에 매각 가능성으로 몰락조짐을 보이며, 삼성전자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가 싶다.
잘 알다시피 인텔은 반도체 산업에서 널리 알려진 '무어의 법칙'을 발견한 고든 무어가 창립한 회사로 한 때는 대부분의 컴퓨터 CPU를 인텔이 독차지 하였다. 인텔의 몰락에는 스마트폰의 보급화가 급속히 이루어지며, 시장의 변화에 맞는 능동적인 기술 개발 대신, 기존 사업영역인 PC에 집중하는 수동적인 전략과 비전문가인 브라이언 크르니자크가 CEO 자리를 오래 유지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런 측면에서 삼성전자의 전망도 어둡게 보고 있는 듯하다. 설계부문은 팰리스 전문기업인 컬컴에 뒤처지고, 생산부분은 파운드리 전문기업인 대만의 TSMC에 뒤처지고, 요즘 가장 핫한 HBM에서도 SK하이닉스에 뒤처지니, 미래가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에서 가장 비싼 부품이자 스마트폰의 두뇌인 모바일 AP(Application Processor)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기업이 미국의 퀄컴이다. 모바일 AP는 연산 기능을 하는 CPU(중앙처리장치)와 GPU(그래픽 처리장치), 인공지능(AI) 연산을 맡는 NPU(신경망 처리장치)와 통신 모뎀, 고성능 이미지처리장치(ISP) 등을 하나의 칩에 포함하는 시스템반도체(SoC·System on Chip)다. 특히 고성능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AP는 퀄컴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니, 삼성전자도 AP를 설계하지만, 갤럭시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AP는 퀄컴에서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가전사업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 여전히 애플과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으며, 그동안 강점을 보이던 중저가폰에서 조차 중국업체들의 추경이 거세지고 있다. 가전사업도 프리미엄 라인업에서 유의미한 점유율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2023년 실적 부진을 2024년에도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반도체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며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 조차도 미래를 보장할 수 없으니, IT 시장의 급속한 변화와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대응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알 수 있다.
삼성전자가 불투명한 미래를 투명하게 바꾸려면 AI시장의 성장을 견인할 HBM 반도체 기술투자와 시장확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 이대로 SK하이닉스에 뒤처지거나, TSMC에게 파운더리 시장마저 내 줘버리면 미래는 없다. 이 모든 것이 어중간한 경영전략의 산물이다. 설계와 생산을 모두 다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은 호황기에는 더불어 성장을 할 수 있지만, 불황기에는 선택과 집중으로 무장한 기업의 초격차 기술력과 생산력만 살아남게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