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Rebuilding
더는 중요하지 않은 결정에 자신의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자. 진지하게 나의 인생을 계획하고 꾸려나가 보자. 당신에게는 멋진 순간을 느낄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하고 객관적으로 고민하고 멋진 인생 계획을 세울 때가 되었다. 용감하고 과감하게 도전하고 노력하되, 무의미한 것에 노력을 허비하지 말자. 쓸데없는 일에 에너지를 쏟다 보면 그 노력은 허무한 환상으로 끝날 것이다.
- 차이웨이 / 남의 시선 의식하지 않기 중에서 -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한다. 무더운 여름이 가고 서늘한 가을이 오듯이, 자연은 시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하고, 인간도 나이에 따라 하루하루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그리고 시작이 있듯이 끝이 있다. 학교에 입학을 하면 졸업이 있듯이, 직장도 입사가 있으면 퇴사가 있고, 어느덧 나이가 들면 일선에서 물러나 은퇴를 하는 때가 온다. 지구와 인류 역사에 있어 한 사람의 인생은 찰나이지만, 개인 삶으로 보면 짧지 않은 세월이다. 요즘처럼 과학과 의술의 발달로 100세를 누리는 삶에 있어서는 더더욱 짧지 않으며, 수많은 변화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살아야 한다.
그동안 나는 채우는 것에 급급했다. 지식과 학문을 채우고, 욕심을 채우고, 일상을 일로 채우고, 주변을 사람으로 채우고,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온갖 것들로 나와 내 주변을 채우는 것으로 나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이제 남은 삶은 비우고 나누는 삶으로 바꾸려 한다. 내가 가진 것이 많아서도 아니고, 내가 이미 충분히 채워서도 아니다. 아직도 나는 채워야 할 것이 많다. 하지만 어느 순간 채우는 삶은 덧없고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 나이가 되면, 인생 이모작이란 용어가 자연스레 회자된다. 이모작이란 한 농지에서 1년에 두 번 서로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일을 말한다. 예를 들어 쌀과 보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봄이나 여름에 씨를 뿌려 가을에 거두는 벼농사에 모내기가 도입되었기 때문에, 못자리를 마련하기만 하면 모를 키우는 동안 해당 자리에 다른 작물을 키울 수 있어 이모작이 널리 보급되었다. 대표적인 이모작 작물이 보리인데, 쌀이 떨어지는 시기와 보리의 수확기 사이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보릿고개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애초에 보릿고개라는 표현 자체가 보리를 수확하기 직전 봄의 일시적 기근 현상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러나 일용식으로서의 보리 수요 자체가 줄어들고 정부의 보리 수매가 중단된 이후로는 이를 포기하는 농부들이 늘어났으며, 그 대신 비닐하우스 과일과 쌀의 이모작이 확대되고 있다. 수요의 변화에 의한 농업환경 변화의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처럼 이모작의 대상이 환경에 따라 변하듯이 우리의 이모작에 대한 개념과 대상은 변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흔히 은퇴 후 새로운 직업을 가지거나, 그 전에 명성을 날리던 자리에서 벗어나 다른 자리에서 새로운 명성을 얻는 것을 두고 인생 이모작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모작이 같은 장소에서 곡물을 재배하지만, 전혀 다른 종목과 방법으로 시도하듯이, 인생이모작도 새롭게 계획하고 전개해야 한다. 또한 지나온 삶이 60이라고 하면 남은 삶은 20이 될지 30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주력 농작물인 쌀농사와는 다른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은퇴 이후의 삶은 리빌딩이 필요하다.
리빌드(Rebuild) 혹은 리빌딩(Rebuilding)은 원래 스포츠업계에서 흔히 쓰는 용어로 ‘망가진 것을 다시 세우다’라는 의미다. 팀이 침체기를 겪고 있을 때 여러 부분을 재정비해 다시 우승 경쟁력을 지닌 팀으로 만드는 것을 가리킨다. 그러나 우리의 리빌딩은 그동안 살아오면서 망가진 마음, 망가진 육체, 망가진 정신을 다시 리빌딩하는 데 써야 한다.
나를 비롯해 이 땅의 수많은 직장인들은 20년, 혹은 30년을 가족을 포함 남을 위해 헌신하는 댓가로 월급을 받으며 꿋꿋하게 버텨왔다.
그동안 가족과 부모, 형제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왔다면, 이제야 말로 내가 원하는 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남은 삶은 오로지 나를 중심으로 삶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100세 시대를 맞이하여 생계를 위한 투쟁을 더 해야하는 고달픈 삶이란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어차피 우리는 제2의 인생을 위해 재설계를 해야 한다.
그리고 재설계의 목적이 '비우고 베푸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일의 양이나 강도도 줄이고, 돈의 벌이나 쓰임새도 줄이고, 주변에 만나는 사람이나 친구들의 숫자와 횟수도 줄이고, 남과 더불어 어울리는 시간도 줄일 필요가 있다. 오직 나의 성공과 명예를 위해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남의 어려움과 고통을 덜어주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고, 돈벌이와 쓰임새를 줄이고 청빈(Small Life)한 삶을 살면 작은 것과 적은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게 되며, 만나는 사람을 줄이고, 혼자 있는 시간을 늘리면,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그때서야 비로소 내가 하고 싶고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내가 주로 일하는 IT업종에서는 수시로 재설계를 한다. IT 발전이 급속하게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비즈니스의 변화도 만만치 않다. 차세대(Next Generation)란 이름아래 10년 단위로 어마어마한 투자를 통해 전체 시스템을 재구축하며, 그때마다 비즈니스도 PI(Process Innovation)나 BPR(Business rocess Reengineering)란 이름으로 변화를 꾀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차세대 프로젝트가 일정 안에 끝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욕심이 과하기 때문이다. 수백억에서 수천억을 투자하여 새롭게 만드는 사업이니, 기존보다 더 많은 기능과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나, 실제로는 안 해도 되거나, 쓸모없는 기능들이 더 많다. 1년에 몇 번 쓰지도 않는 기능이나, 언제 쓸지도 모를 기능들을 하는 김에 하자는 욕심이 더 빨리 끝낼 수 있는 프로젝트를 늦어지게 하고 망치게 한다. 모두 욕심에서 나온다.
우리 모두 각자 원하는 삶이 있다. 은퇴와 퇴직은 삶의 가장 평등한 경험에 속하기 때문에, 우리를 하나로 이어주고 모두가 공유할 수 있다. 은퇴를 두려워하고 부끄러워하고 도망치고 때로는 없었던 척하는 대신, 그동안의 경험을 최대한 잘 활용해 리빌딩 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완전히 패배한 것이 아니며, 무엇보다 새로운 삶, 진정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그렇게 삶이 시련을 주면 더 높은 이상을 품고 다시 날아오를 준비를 하자. 그동안 가져왔던 관념이나 욕심이 아닌 진정한 나만의 가치와 관념을 새롭게 정의하고 하나하나 새로 만들어 나가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은 결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몇 달, 몇 년, 때로는 평생이 걸릴 수도 있다. 또한 과정 중에서 실패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어떤 실패는 크고, 어떤 실패는 사소하며, 심지어 어떤 실패는 처음에는 눈치채지도 못할 수 있다. 실패의 상황은 제각기 다를 것이다. 하지만 모든 상황이 생각지 못한 변화, 불안정, 정신적 충격, 스트레스를 일으킨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삶을 리빌딩할 때는 작고 적은 것부터 해야 한다. 자신이 바꿀 수 있는 작은 것에 집중하고, 스스로와 타인을 배려해야 한다. 결코 삶은 혼자 이룰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그리고 성장은 좀처럼 직선형으로 뻗어가지 않으므로 역경을 만나더라도 결코 낙심할 필요가 없다. 세상은 누구 한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타인의 삶을 존중하고, 더불어 같이 잘 사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나는 요즘 이런 삶을 증명하려고 노력 중이다. 아직은 베푸는 것보다 베품을 받는 경우가 많지만, 언젠가는 베푸는 것이 더 많은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