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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옥 Oct 20. 2024

그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 있다

롤드컵 8강을 보며

  

어제 저녁 동시 접속 40만(유튜브 생방송)이 넘는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며 펼쳐진 롤 월드컵 8강전에서 우리나라의 T1이 중국의 TES(Top eSports)팀을 3:0 완승으로 4강에 올랐다. 이번 월즈 예선전에서 TES에 진 경험이 있는 T1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경기였으나, 5전 3선제 8강 록다운(Lock Down) 게임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승리한 것이다.      


T1은 SKT가 운영하는 eSports 팀으로 작년 월즈에서 우승한 디펜딩 챔피언이기도 하고, 롤게임의 전설인 페이커(FAKER)가 속해 있다. 작년 월즈 우승팀이긴 하지만 국내 리그에서 9개 팀 중 겨우 4등으로 마무리하여 이번 월즈에 턱걸이로 올라올 정도로 저조한 경기력을 보였다. 96년 생인 페이커는 롤게임 역사상 최초로 월즈에서 100승을 달성하는 선수이고, 명예의 전당에 첫 번째로 오른 선수이나, 나이가 30에 가까워 이제 은퇴를 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현역으로 세계 최고의 경기력을 보이며, 이번 유럽 대회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는 한동안 부상으로 휴식기를 가진 적도 있고, 평상시 국내 리드에서는 제대로 된 폼이 올라오지 않아, 이제 한물간 영웅으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올해 9개 팀이 참가한 국내 리그에서도 들쭉날쭉한 경기력으로 겨우 4등에 들며 월즈에 턱걸리로 참가할 정도로 전성기 실력을 보이지 못해 팬들로 하여금 많은 질타와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월즈같은 큰 무대만 서면, 최고의 전성기 시절 경기력을 보이며, T1을 단번에 우승 후보로 만든다. 그에게는 축구의 메시처럼 항상 따라다니는 수식어인 ‘인비저블 썸씽’이 있다. 그가 그동안 롤게임에서 보여준 서사는 ‘보이지 않는 무엇’이라는 믿지 못하는 용어로 결론을 내린다. 우선 어제 게임이 그랬다. 첫 게임을 불리한 진영(레드)에서 시작했음에도 놀라운 운영과 순간적인 결단력, 상대방 허를 찌르는 순발력으로 압도하였으며, 두 번째 게임은 월즈에서 번번이 패하며 승률이 낮은 챔피언을 선택하여 같은 챔피언도 누가 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4강을 확정하고, 현지 인터뷰에 응하는페이커]


반면 전날 펼쳐진 국내 리그 1위팀 한화생명e스포츠팀은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중국의 BLG팀에게 3:1 아쉬운 패배를 기록했다. 한화는 올 해 T1이 국내리그에서 한 번도 이긴적이 없는 팀이기도 하고, BLG는 T1이 이번 월즈 예선에서 이긴 팀이다. 물론 모든 게임이 상대적이긴 하나, 큰 게임에 강한 팀은 따로 있는 듯하다. 그 날 시합 전에 대부분의 전문가는 한화생명의 압도적인 승리를 예상했다. 

          

이처럼 eSports에서 보여주는 현상만 봐도, 겉으로 보여주는 기록만으로 모든 사람과 팀을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역사경험 그리고 기록은 절대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리는 이것을 ‘서사’라고 명칭한다. 서사는 어떤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글의 형식을 의미하는 데, 어떤 사건의 전개 과정을 개연성 있게 전달하는 양식으로 히스토리를 말한다. 서사란 삶의 진실을 담고 있는 텍스트로, 그 진실은 한 줄로는 요약될 수 없으며, 우리가 그 서사에 충실할 때, 또는 서사가 다루는 인물의 내면에 들어가 그 인물을 논할 때 절대 간과해서는 안된다.  은퇴 이후 한 물갔다고 탄식하며 뒷방쟁이로 머무를 것이 아니라 그동안 쌓아온 서사를 활용해 무언가를 해야할 것이다.  




            

매년 이맘때면 현재 전 세계에 나와 있는 게임 중 가장 인기가 높은 롤게임의 월드컵, 롤드컵(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 열린다. 올 해는 지난 9월 25일에 시작해서 11월 2일까지 진행되는 일정으로 유럽에서 진행되는데, 독일의 베를린, 스위스 제네바, 프랑스 파리를 거쳐 영국의 런던에서 마무리한다.   

  

지금은 프랑스 파리에서 8강이 진행 중인데, 한국 3개 팀, 중국 4개 팀, 북미 1개 팀이 8강에 올랐다. 우리나라와 중국을 포함 유럽, 북미 등 8개 지역의 최상위권 클럽 팀들이 월드 챔피언의 칭호를 놓고 경쟁하는 대회로 월즈(Wolds)라는 칭호아래 세계 최고의 팀을 뽑는다. 20여 년 전 전 세계 게임시장을 ‘스타크래프트’가 장악했듯이, 지금은 ‘롤’이 대세이며, 우리나라만 해도 SK, KT, 신한은행, 기아, 한화생명 등 대기업들이 팀을 운영할 정도로 eSports로서의 위상이 대단하다.      


[그동안 100여 차례 게임에 참여해 7번의 MVP를 차지했다]


매년 각 지역 리그별로 시즌 게임이 진행되고 우승팀이 가려지지만, 월즈에서의 우승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지역 리그는 월즈 가는 티켓을 받기 위해 존재한다’는 극단적인 말이 나올 정도로 롤(LoL) e스포츠는 월즈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내가 롤게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작년 이맘 때쯤 우리나라에서 열린 롤드컵에서 T1이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한참 젊었을 때 열광했던 스타크래프트에 대한 향수가 살아났기 때문이다. 그 이후 롤에 대한 이해를 위해 모바일 버전으로 나온 ‘Wild Rift’를 시작했고, 지금은 아마추어 수준에서 팀을 구성해 비교적 재미있게 게임을 할 정도는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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