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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다

올해를 마무리하며

by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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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도 몇시간 남지 않은 지금, 한 해를 돌아보니,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일들이 있었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범 세계적으로 세상사에 관심이 별로 없는 시기가 되다보니, 트럼프의 당선부터 중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의 이야기들이 나에게는 딴 세상이다. 다만, 내가 살고 있는 우리나라의 어려움, 고통, 슬픔 그리고 기쁨에는 함께해 왔다. 잘못 뽑은 대통령 하나로 인내와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데, 엊그제는 무안의 대형 항공사고로 온 국민이 또 다시 슬픔에 잠겼다. 사고 소식을 듣는 순간, 사고당시 비행기 속에서 속수무책으로 죽음 직전까지 공포에 휩싸였을 179명의 영혼들을 생각하니, 숨이 막히고, 정신이 아득해져 왔다.


무안은 내가 막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남도여행을 계획했던 올 해 초에 가장 먼저 찾은 곳이기도 하다. 무안의 드넓은 천혜 갯벌이 인상적이었고, 습지를 서식지 삼아, 다양한 조류가 자랑거리였다. 그런데, 그 자랑스런 새 떼들에 의해 대형 항공사고가 벌어졌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또한, 그런 환경적 불리함을 감내하고 무안에 국제공항을 만들어야만 했나라는 아쉬움만 깊이 남게된다. 이 또한,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원죄적 성격이 짙다. 난 하루종일 슬픔 음악과 함께 못내 억울해 이승을 맴돌고 있을 영혼들을 잠시나마 위로하였다.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배경삼아 영화화한 '하얼빈'이 요즘 극장가의 핫이슈다.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사전 리뷰를 보면, 이토 히로부미가 당시의 한국민에 대해 말하는 대목이 있다.


"조선이란 나라는 수백 년간 어리석은 왕과 부패한 유생들이 지배해온 나라지만, 저 나라 백성들이 제일 골칫거리야. 받은 것도 없으면서, 국난이 있을 때마다 이상한 힘을 발휘한단 말이지. 300년 전에 도요토미가 조선을 침공할 때도 의병들이 나왔고. 지금 이곳 만주에도 의병들이 골칫거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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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 짧은 대사가 모든 것을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금의 어려운 국난 속에 오로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것은 5000년 역사 속에 뿌리 속 깊이 살아 있는 국민들의 애국적 단결과 열망뿐이니, 암울한 현실에서도 오로지 국민들에게서 희망을 보게 된다.


국가적 어려움 속에서도 가장 위로가 되었던 것은 한강 작가님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었다. 예상치 못한 기쁜 소식으로 한동안 한국민의 자긍심을 느끼게 되었고, 우리말과 언어에 대한 우수함에 빠져 있었다. 그마저도 없었다면,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을 정도로 나락으로 떨어진 국격을 찾을 방법이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33년간의 직장생활을 접고, 스스로 독립하여, 법인을 만들고 좌충우돌하며 힘겨운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남이 주는 달콤한 월급으로 그동안 호강하며 살았다는 생각이 1년 내내 내 마음과 정신을 지배하였고, 실패와 실망이 극한으로 치다를 때까지 나의 몸과 마음은 황폐해져 갔다. 하지만, 끝까지 희망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음과 그때마다 스스로 위로하며 마음을 다잡았던 것이 결국 연말 가까이 되어서야 빛을 보기 시작하였다. 8번의 도전과 연속되는 실패 속에서, 자그마한 기회라도 잡으려고 노력하였고, 기회가 없으면 스스로 만들려고 하였다.


덕분에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주었고, 10월부터 남은 3개월 동안은 4번의 도전과 3번의 성공을 맛 보았다. 그리고 법인을 설립한 지 처음으로 어제 '세금계산서'라는 것을 발행하게 되었다. 비롯 적은 돈이지만 내 스스로 만들어 낸 성과라는 것에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며 대견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내년이 더 기대된다. 마침 을사년은 나의 해이기도 하고, 1905년 을미사변을 시작으로 일제강점기의 암울함을 겪고 이겨낸 국민들의 자긍심을 만들어 준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담은 '하얼빈'을 보면서 올 해를 마무리 하겠다는 나의 계획은 매우 좋은 선택으로 여겨진다.


하얼빈02.jpg [안중근 의사는 포로를 살려주고 대신 동지를 잃은 죄책감으로 이토의 암살을 결심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길목에서 '안중근' 의사의 애국적 투지와 열정을 본받아 올 해 보다 더 어렵다는 새해를 이겨내겠다는 마음이 담겼으면 한다.


영화 말미에 담긴 뜻은, 비록 지금 당장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다고 해서 조국이 해방되지는 않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독립을 위해 지속적으로 투쟁하다보면 언젠가는 해방의 날은 온다는 것이다. 국난을 겪고있는 우리나라의 경우도, 어려운 경제로 힘겨운 삶을 살아야하는 이 땅의 국민들도 하나같이 명심해야하는 말이라 생각한다.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가지고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이루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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