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오늘날 데이터는 너무나 평범하고 당연한 것이 되었다. '데이터는 21세기의 석유'라고 말하며 빅데이터의 성장을 위해 일해 온지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수많은 빅데이터 사업을 통해 얻은 결론은 앞으로 10년은 더 데이터가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는 것이다. 일상에서 항상 스마트폰을 끼고 생활하고 스마트폰도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 받는 시대, 데이터가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삶과 밀접하졌다는 것은 체감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실제로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는 잘 모른다.
데이터의 힘은 단순히 삶을 편리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사회가 작동하는 근본적인 법칙을 흔들고 있다. 데이터는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을 뿐만 아니라 기본적 질서도 무너뜨리고 있다. 출근길에 버스나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는 교통 데이터가 필요하고, 점심시간에는 검색 포탈을 통해 맛집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아마존과 쿠팡같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평점과 후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물건을 구매하며, 퇴근 후에는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통해 내가 즐겨 보는 유형의 영상과 드라마를 보며 여가를 즐긴다. 이런 모든 행위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이런 나의 모든 행동도 데이터로 저장되고 여러 경로를 통해 활용되어 지고 있다.
2019년 국제적인 학술지인 '하버드 비즈니스리뷰'는 GDP(Gross Data Product)라는 새로운 지표를 소개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경제력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 Gross Domestic Product)의 개념이 아닌 한 국가의 데이터 생산량과 품질, 접근성 등을 측정하여 국가의 경쟁력을 평가한다. 현재 '데이터국내총생산' 1위는 압도적으로 미국이다. 2위는 중국이며, EU, 일본, 영구, 한국이 그 뒤를 잇는다.
지난 10년간 데이터 기반의 플랫폼 경제를 주도하는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메타, 테슬라, 구글 등을 보유한 미국이 전 세계의 데이터를 지배하면서 국가간 격차는 현저하게 벌어졌다. 이는 오늘날의 국가 경쟁력이 데이터에 의해 결정된다는 냉혹한 사실을 보여준다.
데이터가 기업 가치를 결정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최근 메타로 이름을 바꾼 페이스북이다. 2011년 자산 가치가 63억 달러 수준이었던 페이스북은 2012년 나스닥 상장시 기업 가치는 1040억 달러로 평가되었다. 핵심자산인 데이터의 힘이다. 페이스북의 게시글, 좋아요, 댓글 등 모아 둔 사용장의 데이터가 핵심 자산인 기업으로 이 데이터의 가치가 페이스북의 실제 기업 가치를 결정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쿠팡도 마찬가지다. 2021년 사상 최대의 적자(1.8조 원)을 기록했지만, 동시에 기업 가치는 사상 최고가인 100조 원 이상으로 평가받았다. 쿠팡이 가지고 있는 고객들의 데이터가 힘을 발휘한 것이다.
일상의 출근에서 부터, 내가 무슨 영상을 볼지, 어떤 뉴스를 봐야 할지, 어던 상품을 사야 할지, 어떤 음식을 배달시켜 먹어야 할지 등 이미 데이터는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데이터는 당연하게 여겼던 것도 불편하게 만들었다. 예전에는 최저가 비교가 쇼핑의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이었다. 하지만 이제 가격 대신 소비자들이 평가하는 별점이나 사용후기가 더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었다.
데이터는 브랜드도 밀어냈다. 이제 유명한 브랜드를 가지지 못한 기업들도 좋은 상품으로 높은 평점을 받기만 하면 성공하는 시대다. 브랜드의 영향력이 예전만 하지 못하자 누구나 좋은 상품에 도전하는 스타트업 전생시대가 되었다. 최근 빕스, 베긴건스, 베스킨라빈스 등 대기업 브랜드가 선도하던 외식업도 예외는 아니다. 소비자가 평가하는 평점이나 리뷰가 사람들의 발걸음을 대기업 브랜드에서 동네 맛집 식당으로 옮겨가게 했다. 반면에 자영업자들은 평점의 노예로 전락했다. 소비자가 평가하는 점수에 따라 매출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넉넉한 서비는 물론 진상 고객이라도 만족할 때까지 성의를 다해 응대해야 한다.
데이터는 국경도 자유롭게 넘나들며 국적도 없다. 우리의 데이터는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미국 본사로 넘어가고, 이런 글로벌 플랫폼은 전 세계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소비자의 취향을 파악하고 있다. 그 데이터는 궁극적으로 개개인의 취향에 기반한 광고 사업 같은 또 다른 비즈니스에 사용된다. 즉 우리들의 데이터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비즈니스 도구가 되어 버렸다.
모든 일상이 데이터로 기록되기 시작하자 우리의 가치관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처럼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프라이버시는 더 이상 사회를 규율하지 못한다. 오히려 지금은 개인정보를 공개해야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 사생활을 공개해야 더 많은 친구가 생기고, 네이버에 비밀번호와 아이디를 저장해 두어야 간편하게 로그인할 수 있다. 온라인 쇼핑몰도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내가 원하는 상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제는 개인정보를 자산삼아 다양한 혜텍과 교환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데이터의 효용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기도 한다. 세계 각국이 데이터 패권 경쟁에 나선 이유다. 최근 중국의 딥시크(DeepSeek)가 이슈가 되면서 초거대 AI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선진국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초거대 AI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 엄청난 데이터와 에너지를 통해 학습을 해야 한다. 따라서 비용과 기술 측면에서 미국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의 AI 기술은 에사롭지 않다. 그들이 주장하는 바에 의하면 딥시크를 통한 생성형 AI는 비용과 성능 측면에서 미국의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을 넘어 섰다. 뿐만 아니라 모든 기술을 오픈함으로써 데이터 시장의 비즈니스도 파괴하려는 의도가 높아졌다.
이처럼 데이터 패권 경쟁은 가장 기초가 되는 HBM 등 고성능 반도체를 포함한 하드웨어부터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기 위한 클라우드, AI, 플랫폼 산업 등 전 분야에 걸쳐 있다. 따라서 우리는 데이터에 대한 개념부터 관리, 활용에 대한 이해와 능동적 대처가 중요해졌다. 어차피 데이터를 개방하지 않고는 살 수 없으며, 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하면 풍요로운 삶을 유지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데이터를 스스로 관리하고 통제할 필요가 있다. 또한, 데이터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데이터가 어떤 세상을 만들어 가는지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을 보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