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게와 가벼움에 대하여
“어제는 이미 지나갔고 내일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바로 오늘이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 같은 시간입니다.” 지금 이 순간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없다면, 앞으로 다가올 시간을 풍요롭고 즐겁게 보낼 수 있을까요?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긍정보다 불만을 훨씬 많이 토로하며, 대개는 진심을 강하게 실어 불만을 내뱉기도 합니다. 모두 행복을 추구하지만 현실은 불평불만으로 가득한 모순된 삶이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체코의 유명 작가 밀란 쿤데라가 프랑스로 망명 후 1984년에 쓴 소설로 1968년 체코 프라하의 봄을 배경으로 썼다. 당시의 체코는 소련의 간섭을 극복하기 위해 1968년 봄에 민주화 운동에 성공하였으나 같은 해 8월에 소련의 침공을 받아, 결국 실패로 끝난 ‘민주화 운동’으로 좌절 속에 빠져있었다. 특히 체코인들은 이념 갈등 속에서 개인적 삶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였는 데, 쿤데라는 ‘정치와 이데올로기는 실존의 문제를 은폐한다’라고 주장한다. 그는 ‘소설가가 할 일은 이데올로기의 무게를 벗겨내고 생의 가벼움을 발견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소설은 주인공인 외과의사 토마시가 사랑(?)하는 부인 테레자를 나두고 바람둥이처럼 뭇 여성들과 성행위를 하며 인간의 성행위와 사랑을 두 개의 다른 독립체로 생각한다.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인 성을 소재로 사랑하는 아내와 동물적인 성욕 사이의 상반된 삶의 태도를 배치함으로써 당시의 체코의 사회적 모순관계를 소설로 표현하였다. 토마시와의 만남을 운명이라 생각하는 테레자는 오로지 남편인 토마시만 바라보며 질투와 미움이 뒤섞인 사랑을 이어간다. 이런 사랑을 부담스러워하는 토마시는 끊임없이 다른 여자를 만나며, 암울한 체코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비나라는 연인의 '가벼움'에 매료된다.
쿤데라는 ‘무거운 것과 가벼운 것의 모순이 가장 신비롭고 미묘하다”라고 하며, 그 이유에 대해 무엇이 더 긍정적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인생은 무거운 것인 미래를 위한 삶과 가벼운 것인 현재의 행복을 위한 삶의 모순관계에 있으며 이 두 가지 사이에서 갈등과 혼돈 속에 살아가는 것으로 묘사한다. 인생은 허무하지만 반면에 중요성과 필연성도 갖고 있다고 본 쿤데라는 개인의 삶에만 집중한 실존주의 소설가로도 유명하다. 그가 말하는 '참을 수 없는 존재'는 욕망에 사로잡혀 현실을 부정하려고 몸부림 치는 인간을, '가벼움'은 그런 인간이 추구하는 쾌락적인 현실과 즉흥적인 욕망을 말하고 있다.
실제로 인간의 삶은 모순덩어리다. 즐거움과 기쁨보다는 고통과 슬픔이 더 많은 삶 속에서도 끝없는 생명력을 추구한다. 권력과 욕망의 절정에 있으면서도, 악의 구렁텅이 속으로 스스로 빠져 들어간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고통과 괴로움을 감내한다. 체코는 심각한 간섭에서 벗어나려고 민주화 운동을 일으키고 성공하였으나, 오히려 소련에게 점령의 빌미를 제공하여 더 큰 억압과 함께 끝없는 좌절의 늪으로 빠져들게 한다. 작금의 윤대통령이 그렇고, 극단적인 노동운동의 선봉에 섰던 김문수가 그렇다.
많은 책을 읽어 지식은 쌓였으나, 얄팍한 인성으로 선량한 사람들의 양식과 지혜를 훔치는 가벼운 존재들도 있다. 자랑하려고 많이 읽게 되는 책이 되고, 그것을 도구삼아 수 많은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모순을 반복한다. 나는 실제로 그런 사람과 함께하기도 했다. 짧은 기간동안 수천권의 책을 읽고, 짧은 기간동안 수십권의 책을 쓰며, 마치 신들린 듯이 10분만에 책을 한 권 읽고, 자신에게 6주만 배우면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다고 사기치며 돈벌이를 한다. 벌써 10년 전의 일이다. 그와의 첫 인연을 시작으로 1년을 방황했다. 그 이후로 책은 많이 읽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읽고, 음미하며, 책을 통해 깨달은 바를 삶에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책을 도끼로 찍어내듯 예리하게 분석하고, 사고하고, 삶에서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박웅현‘ 작가님을 존경한다. 그는 카피라이터로 필요에 의해 책을 읽기 시작하였지만, 책을 통해 작가가 글을 쓰는 당시의 느낌이나 생각 등을 공감하고 음미하려 하며, 수 차례 곱씹으며 자신의 생각으로 만들고, 정리하고,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내가 생각하는 책읽기와 글쓰기는 그의 생각과 실천에 다아있다. 그가 쓴 '책은 도끼다'와 '또 다시, 책은 도끼다'를 통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며, 책이 전달해 주는 지식이 어떻게 지혜가 되는지를 알게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을 통해 터득하게 된 지혜를 나의 삶 속에 녹아내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삶은 모순덩어리이다. 어차피 한 번밖에 살 수없는 인생이라면 멋지고 폼나게 살고 싶어하지만, 현실은 냉혹하고 버텨내기가 쉽지 않다. 고상하고 우아하게 늙어가고 싶지만, 현실은 녹녹치 않다. 이럴 때 일수록 우리는 지식이 아닌 지혜가 필요하다. 스마트폰, 유튜브, 네이버 등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지식은 차고 넘친다. 하지만, 냉혹한 삶 속에서 제대로 된 삶을 살아내기 위해서는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며 실천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 지혜는 내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