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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배불리 먹지 말것

음식을 절제해야하는 이유

by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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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란 음식에 달린 것입니다.

음식은 생명의 원천이며 평생의 행운과 불운이 모두

음식에서 비롯돼 나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무엇보다 조심히 다뤄야 하는 것이 음식입니다.

절제해야 할 것이 음식입니다.

- 미즈노 남보쿠 -




일본 에도시대 유명한 관상가 '미즈노 남보쿠'는 운이 좋은 사람은 하늘이 먹을 것을 내려 주고, 하늘은 그 생명과 먹을 음식을 함께 내려 준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생명이 있으면 밥이 있고, 밥이 있으면 생명이 아직 있는 것이다. 당연한 말을 거창하게 표현하는 그의 지론은 모든 행운이 먹는 음식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타고난 운이 뜻대로 풀리지 않거나, 의예로 잘 풀리는 이치는 모두 하늘이 내려준 음식의 양을 절제하여 먹거나, 먹지 말아야 할 것을 가려 먹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인간이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생존의 원초적 본능이다. 살기 위해 먹는 음식이 때로는 삶을 단축시키기도 하고, 큰 병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남보쿠에 의하면 하늘은 모든 인간에게 평생 먹어야 할 음식의 양을 정해 줬다는 것이다. 정해 준 양보다 많이 먹거나,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을 먹게 되면 주어진 삶을 살지 못하고, 불행한 삶을 살게 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몸을 혹사하지 않는 정도의 음식을 가려 먹는 것이다. 육체노동자처럼 몸을 많이 쓰는 사람은 그 작업 정도에 따라 꼭 먹어야 할 최적의 식사량이 있고, 몸의 크기나 그 기운의 많고 적음, 약함에 따라 먹어야 할 식사량이 달라진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세상에 태어나면 각자의 몫을 갖고 태어난다.


타고난 기질과 자신이 필요로 하는 음식의 양보다 적은 양을 먹는 것이 자신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하는 에도시대 최고의 관상가 남보쿠. 그는 관상가로 타고난 운보다 못한 사람, 타고난 운보다 잘난 사람들을 면밀히 관찰하는 과정에서 먹는 음식이 중요함을 깨닫게 된다. 음식을 절제하는 사람은 타고난 인상이 좋지 않아도 운이 좋은 사람이 많다. 반면에 좋은 인상을 갖고 있지만 음식을 절제하지 않고 산 사람은 생로병사가 끊이지 않으며 늙어서까지 불행해진다.


적게 먹고 음식량을 엄격하게 조절하는 사람은 그 행운의 덕으로 하려는 많은 일이 두루 잘 풀리며 계획한 일이 잘 돌아가게 된다. 먹는 양이 일정하지 않고 규칙적이지 않으며 때때로 많이 먹으며 폭식하는 사람은 아무리 관상이 좋아도 불운을 항상 함께 갖고 있게 된다.


나는 전적으로 그의 생각에 동의한다. 음식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적절한 양만 섭취하면 된다. 아니 오히려 먹어야 할 양보다 적게 먹는 것이 났다고 본다. 폭식으로 몸이 힘들고 병이 생기는 경우는 있어도, 적게 먹어 탈나는 경우는 없으며, 적게 먹으면 몸과 마음이 한결 가볍고 상쾌하기까지 한다. 먹는 양을 조절하던 사람이 먹는 양이 흐트러지고 불안정해지면 문제가 생기게 된다. 그럴 때는 빠르고 엄격하게 자신을 통제하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온다.


사람은 출세를 하고 잘 살게 되면 절제하던 삶도 흐트러지게 마련이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목표가 되는 사람에게 주어진 음식을 절제하기는 쉽지 않다. 의식주를 풍족하게 하고 가진 것을 모두 써서 편리함과 편안함으로 치장하는 사람이 정신적인 충족함까지 추구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물질적으로 부족해도 정신적으로는 충만할 수 있어도, 물질적으로 모든 것을 만족하는데 정신까지 만족하는 것은 이 세상에 없다.


언제나 자신이 가진 것보다 적게 사용하고 아껴 사용하며 적게 먹는 절제에서만 성공과 발전과 지복이 흐르게 된다. 사람이 고귀해지기도 하고 천하게 되기도 하는 것은 모두 음식을 절제하느냐 하지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 누구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음식의 할당량보다 많이 먹는 사람은 그 운이 좋을 수 없다. 아무 때나 먹고, 규칙적이지 않으며 때때로 폭식을 일삼는 사람도 그 운에는 다를 게 없다. 음식을 절제하지 못하면 모든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예상치 않은 손실이 곳곳에서 자주 일어난다. 그러므로 자시이 받고 태어난 음식의 할당량을 벗어나 먹지 않아야 한다. 그것보다 적게 먹고 절제하면 음식의 양은 더 많이 늘어나 애초에 받은 것보다 더 길게 먹을 것이 풍족해지지만 그 양을 모두 채우면 행운은 고사하고 불행이 가득하다 힘들게 죽게 된다.


성심당01.jpg [성심당은 언제나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차고 넘친다]


대전에 성심당이라고 유명한 빵집이 있다. 오로지 대전에 있는 네 곳의 빵집(본점, 대전역, 롯데백화점, DCC)에서 한 해에 벌어드리는 매출이 1500억원에 달한다. 그 유명한 빵집을 일주일에 한 번은 방문한다. 매번 줄을 서야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하지만, 그만한 가치를 준다. 전국 수많은 곳에서 빵을 만들어 팔고 있지만, 성심당은 그 어느 곳보다 다양하고, 풍부하며,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다. 빵을 자주 먹지않는 나도 이 곳의 빵을 한 번 이용해 보면 자주 찾지 않을 수 없다. 성심당은 ‘튀김 소보루’와 ‘부추빵’으로 유명세를 탔지만, 이제는 ‘딸기 시루’라는 케이크도 만든다. 모두 풍족함이 차고 넘친다. 음식에 대한 절제를 하지 못하면 그 맛의 달콤함에 취해 살이 찌고, 폭식으로 몸이 견디지 못하게 될 것이다. 1956년 대전역 앞에서 작은 빵집으로 시작한 성심당이 이렇게 성공한 것은 먹는 음식에 아낌없이 주려는 마음이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맛있고 가격이 저렴하면 사람들이 많이 사고 폭식할 거 같지만, 긴 줄을 서서 빵을 사는 사람들은 의외로 적당한 양을 사고 많이 먹지 않는다. 대신 매번 신선하고 따뜻한 빵을 절제하며 음미하는 기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나는 날마다 먹어야 할 음식의 일부를 먹지 않는 것으로 내 몫을 남긴다. 다소 배고픔을 감내 함으로써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하려고 노력한다. 때때로 감당하지 못하는 폭식으로 내 몸이 힘들고 정신이 흐러지는 것을 경험하던 터이다. 항상 음식 앞에 겸손하고 식탐을 부리지 않으며 엄격하게 통제하려고 노력한다.


술과 고기를 많이 먹어 비만이 된 사람은 평생 출세하거나 지금보다 더 나은 인생을 살게 될 확률이 낮다. 절제하지 않으면 그 누구라도 늙어서 불행이 찾아온다. 술로 인해 피가 흐러지고 마음은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느슨해진 마음을 가진 이가 그 인생을 발전시키는 일은 세상에 없는 것이다. 술과 고기를 먹지 않아도 맛있는 음식은 많이 먹을 수 있다. 과식하거나 폭식하는 사람은 배불리 먹고는 마음을 늘어뜨리고, 자연스레 졸음도 몰려오니 마음이 느슨해지고 정신도 신체도 마음도 점점 더 침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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