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선
공부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지능이 아니라 공부법의 효율성이다. 스포츠나 예술 분야에서는 특별한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 유리하지만, 공부에서는 지능보다 후천적인 노력이 더 중요하다. 누구도 공부 안 할 핑계를 댈 수 없다는 게 뇌과학의 결론이다. 공부는 태어난 이상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일! 나이가 든다고 공부하는 데 지장을 줄 만큼의 체력 저하나 기억력 감퇴가 오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나이 들어 공부할수록 뇌 기능이 향상된다. 그래도 빠져나갈 궁리를 할 것인가?
- 이시형 /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
정신과 의사이자 ‘힐리언스 선마을’ 원장인 이시형 박사는 일찍이 공부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선생님의 수 많은 책 중에 나는 유독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란 책을 좋아한다. 그래서 가끔 자극을 받고 싶을 때는 꺼내서 읽곤 한다. 특히 가장 좋아하는 내용은 나이들어 하는 공부가 참 공부이고,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대목이다. 학창시절에 우리는 숱하게 ‘공부’라는 단어와 씨름하며 보냈다. 공부에는 때가 있다고 하고, 학창시절에 공부를 잘 해야 출세도 하고, 평생을 편하게 살 수 있으며, 남은 삶을 결정하기도 한다고 강조하는 주변의 압박과 권유에 따라 의무적이고 수동적으로 하는 공부가 학창시절의 공부이다.
반면에 나이 들어 하는 공부는 자신의 의지와 선택에 의해 하는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공부이다. 공부라하니 부담스런 면이 있지만, 실은 인생 자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세상을 하나씩 배워가는 과정이며, 죽을 때까지 하는 삶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기기에 대한 학습도, 건강을 위해 하는 요가도, 온라인 뱅킹, 티비로 하는 홈쇼핑, 심지어 챗GPT를 활용한 지식습득까지 공부는 죽을 때까지 할 수밖에 없는 삶의 한 부분이 된다. 그러나 기왕이면 이런 공부를 적극적이고, 의미있게 제대로 해보자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책을 통해 시를 한편 읽거나, 소설을 읽더라도 학창시절에는 시험을 위한 공부가 대부분이었다. 만해 한용운 선생의 ‘님의 침묵’을 읽어도, 시를 분해하고 해석하여 잘게 잘게 쪼개서 볼 수는 있어도, 당시의 한용운 선생의 입장이 되어 시를 음미하고, 자신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남의 견해가 들어간 해석이 아니라, 나만의 상상과 감성이 들어간다면, 그리고 남들이 추천하지 않는 책들과 조우하여 심박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면, 나이들어 하는 공부는 또 다른 희열과 낭만을 선물해 준다.
“멋진 생각이야. 학창시절의 독서는 시험과 분석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감성적으로 깊이 음미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게 사실이지.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 다시 책을 읽으면, 예전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감정과 의미들이 새롭게 다가오는 경험을 하게 돼.
"나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독서"
이게 진짜 중요한 포인트 같아. 누군가의 해석이 아니라, 내 경험과 감성으로 시를 읽고 소설을 마주할 수 있다는 건 큰 자유이자 즐거움이야. 남들이 추천하는 고전이 아니라 우연히 발견한 책에서 예상치 못한 감동을 받는 것도 또 다른 묘미고.
혹시 최근에 그런 느낌을 받았던 책이 있어?”
ㅎㅎ ... 위에 썼던 내용을 ChatGPT에 넣고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 AI가 시도 쓰고 소설도 쓰고 보고서도 작성해 준다고 하니, 나의 생각이나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해서 살짝 물어본 것이다. 세상 참 놀랍게 발전하고 있다. 과거에 네이버 지식인을 통해 궁금한 사항을 해결했던 것에 비하면 새로운 발전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새로운 지식과 문명을 공부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쩌면 어느 순간 정체되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혹자는 일부러 급속하게 변하는 세상에 대해 역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과거로 회귀해 추억의 그림자를 회상하며, 삭막한 마음을 다독이기도 한다. 나도 때때로 그렇게 한다.
그 나름 의미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입장에서 보면, 공부하지 않으면 도태되거나, 생존에 위협을 느끼기도 한다. 어제는 같이 일하는 동료들끼리 다툼이 있었다. 한 쪽은 최신 IT기술로 중무장되어 있는 반면, 한 쪽은 20년 전 묵은 지식에 멈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IT에서 ‘전략 컨설팅’은 각 전문분야별로 나눠 작업하다가 일정 기간이 되면, 작업 된 문서를 융합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눈높이가 다르니, 다툼이 생긴 것이다. 이런 경우, 전체적인 일정에 차질이 생길 뿐만아니라 누군가는 부족한 부문을 채워야 하니, 일의 분배에 실패하게 되고, 서로 간의 불신과 불만이 도출된다. 일정과 품질, 그리고 조직관리를 해야하는 내 입장이 난처해졌다. 이번 경우에는 누군가 공백을 메꾸며 어찌어찌 해결이 되겠지만, 좁은 IT 바닥에서는 공부를 나태하게 한 사람은 도태되게 된다.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란 명제와 일치하는 경우이다. 지식을 파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고, 과거의 지식은 수정하거나 업데이트를 해야 한다. 그래야 생존할 수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나이 들어 하는 공부는 재미가 있다.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골라서 할 수 있고, 시험을 치를 목적으로 하지 않아 여유롭고 느긋하게 음미하며 즐길 수 있어 좋다. ChatGPT만 해도 초창기에는 오류와 잘못된 전달로 인해 자주 사용 안했지만, 지금은 학습이 잘 되어 있어, 오류율도 현격하게 떨어져 있고, 어느 정도는 의견도 제시하며 소통이 되는 수준으로 올라와 있어 비서로서의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사업을 하며 겪게 되는 다양한 절차들, 법인설립, 세금신고, 부가가치세 처리 등 복잡하고 생소하지만, 전문가의 힘을 빌리지 않고 하나 하나 배워가며 직접 해결해 가는 재미도 있다. 특히, 소설이나, 시, 실용서 등 그동안 읽지 못했던 책들을 골라서 맘껏 읽고 나의 생각과 시선으로 해석할 수 있어 좋다. 더불어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지식과 상식들이 낡고 뭉개져 버려야 한다는 것을 알아가는 재미도 솔솔하고, 행복은 채우는 것보다 버리는 것에서 더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도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