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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히 여기는 일을 꾸준히 해나가는 힘

모든 성취의 원동력

by 이상옥
고창02.jpg [비가 온 아침 숙소에서 바라본 고창의 고즈넉한 모습]


인간이 시련을 견뎌내지 못할까 봐

당신은 두려운 모양인데,

그래도 견뎌낼 거라는 기대만은

버리지 말게나

- 지그문트 프로이트 /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




무슨 일이든 꾸준히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이 사소한 취미이든, 중요한 일이든, 먹고 사는 일을 목적으로 하는 일상적인 일이든 일정 기간 어렵고, 힘들고, 고난이 찾아와도 끝까지 해내려는 의지, 뚝심, 끈기 이런 근성이나 성품이 필요하다. 심리학자 안젤라 더크워스(Angela Duckworth)는 이런 성품을 ‘그릿(GRIT)’이란 덕목으로 묘사하였다.


터크워스는 투자 은행, 그림, 저널리즘, 학계 등 각 분야의 리더들이 ‘비슷한 재능과 지능, 창의성을 가진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성과를 달성하는가’에 대해 연구했다. 그녀는 이 연구에서 성공한 리더들의 공통된 성격을 발견했는데, 그것을 ‘그릿’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릿은 장기적 목표에 관한 인내와 열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도전을 향해 끊임없이 일하는 것이죠. 실패나 역경, 더딘 진척에도 불구하고 일에 대한 노력과 흥미를 잃지 않으면서요. 그릿으로 충만한 사람들은 어떤 일에 대한 성취를 마라톤과 같다고 여깁니다. 이것을 자신의 경쟁력이라고 보는 거죠. 누군가는 실망이나 지루함을, 궤도를 바꿔서 일을 그만둬야 할 신호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릿으로 가득한 사람들은 그래도 하던 일을 계속합니다.” - 그릿 / 엔젤라 더크워스 -


인생은 선택의 역사라고도 한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날까지 끊임없는 선택의 순간을 맞이하고 우리는 자의든 타의든 선택하는 순간 후회와 염려를 하게 된다. 선택하지 않은 쪽을 바라보며 아쉬움과 함께 후회하게 되고, 선택한 쪽이 원하는 방향으로 제대로 될 것인지에 대한 염려를 하게 된다. 하지만 매 선택의 순간마다 심사숙고하여 진중하게 선택하되, 한번 정해지면 철저하게 투자하여 끈기있게 목적달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은 자신의 선택에 대한 열정, 높은 수준의 성취에 도달하려는 욕구,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려는 의지로 귀결된다.


고창01.jpg [오랫만에 비가 시원스럽게 내리고 있는 고창의 밤거리]


이런 끈기와 열정은 일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련과 도전에 직면한다. 원하는 목적을 달성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세상일이란 항상 잘 될 수 없다. 오히려 잘되는 일보다 원하는대로 풀리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최선을 다하고, 충분히 노력하였지만, 상대편이 나보다 더 열심히 했다면, 그보다 내가 보지 못한 힘이 작용되었다면, 언제나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개인의 성취는 타고난 재능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더 크게 좌우된다.


내가 하는 사업은 항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언제나 높은 경쟁력을 뚫고 승리를 해야 일거리가 생긴다. 그리고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매 사업마다 팀을 구성하여 협력하고, 함께 힘을 모아 최선을 다한다. 때로는 운이 좋아 선택되어 지고, 대부분은 실력이 부족해 실패한다. 이런 무모한 도전과 실패 속에서 짧은 성공의 달콤함을 맛보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일에 대한 열정과 시련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전을 추진하려는 끈기, 그리고 실패에서 오는 ‘회복탄력성’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 일주일은 나에게 도전과 실패 그리고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잘 준비된 팀과 잘 준비된 자료를 토대로 내가 새로운 도전을 위해 발표를 하고 예상치 못한 실패로 또 하나의 좌절을 맛봐야 했기 때문이다. 성공을 위한 공식, 영업, 제안서, 발표 3박자가 교묘하게 잘 짜여져 있어 쉽게 승리를 장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개인적으로는 그 어느 때보다 잘 준비하였고, 발표도 내가 준비한 것 이상으로 잘 마무리한 것으로 자타가 인정했다. 아무리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다 해도 계획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괴롭다. 실패에 대한 원인 분석을 하기도 전에, 사돈의 죽음을 알리는 부고장을 받고 ‘고창’으로 향했다.


고창03.jpg [고창 고속/시외 공용터미널]


고창은 내가 평소 존경하는 군수님이 현직에 있는 곳이기도 하다. 군수님이 잠시 현직에서 물러나 야인으로 지낼 때, 전직 회사의 고문으로 모시면서 인연이 된 분으로 청렴함과 오로지 일 중심의 실용적인 모습이 현재의 이재명 대통령과 닮았다. 사돈은 막내 동생의 장인으로 평생을 고창에서 보내시고, 숙환으로 고생하시다 향년 87세로 소천하였다. 현재 시점으로보면 평균적인 삶을 사신 것이다. 사돈의 삶의 궤적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나의 삶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은 하게 된다.


저녁에는 오랜만에 군수님과 함께했다. 2년 만의 마주함이다. 6시 반의 저녁약속인데, 8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 도착하셨다. 갯벌축제, 국가유산야행축제 등 3개의 행사장에 참석하고 저녁식사도 못한 채 약속장소에 왔으니, 피곤함과 배고픔이 상당했으리라. 2년 사이 몸무게도 제법 빠져 있었다. 지방 선출직의 지자체 장들의 본모습은 이렇게 고달한 삶의 연속일 것이다. 그 고장의 백성들 삶을 책임지는 자리이면 한시도 쉴 틈없이 일을 해야 하는 자리이고, 그런 삶은 투철한 사명의식과 일에 대한 ‘그릿’이 제대로 연마되어 있지 않으면 견디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작금의 이재명 대통령의 본 모습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권력 위에 군림하여 개인의 욕심과 영위만을 추구한다면 편한 삶을 살 것이고, 5200만 국민들의 삶을 책임지는 투철한 사명의식과 잘먹고 잘 살게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가진 대통령의 삶은 한 시도 쉬지 않는 봉사의 삶이 된다.


화려함 이면에는 숱하게 견뎌온 고난과 시련의 삶이 점철되어 있다. 그런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연마된 ‘그릿’, 즉 목적을 달성하려는 끈기와 인내의 삶은 실제로 일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질 때, 그 역량과 능력이 빛을 발하게 된다. 실패를 하게 되면, 한 동안 실망하게 되고, 자신의 능력과 지식을 의심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점차 사라질 순간의 고통으로 오히려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비하면 별 것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선택한 일을 꾸준하게 해 나가려는 힘은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힘, 즉 ‘자기동기력’에서 시작되지만, 어떠한 시련과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끈기 있게 나아가려는 힘은 자기 조절력 즉, ‘회복탄력성’에 있다. 실패는 누구에게나, 언제나 마주하는 부담스러운 존재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거듭되는 실패를 통해 내성을 키운다. 특별한 시련없이 승승장구하는 승리의 삶을 사는 사람들도 언젠가는 실패를 맛보게 된다. 오히려 성공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 예상치 못한 실패에서 오는 좌절감으로 더 절망할 지도 모른다. 그들은 평소 실패에 따른 내성이 길러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패에 수반되는 불쾌한 감정들을 받아들이기 어려운가? 그렇다면 그 반대의 인생, 다람쥐 챗바퀴 도는 듯한 인생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는 건 어떤가?


실수를 하며 보낸 인생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낸 인생보다 훨씬 존경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유용한 삶이기도 합니다. - 버나드 쇼 / 아일랜드 극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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