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생명이고 밥이다
성공은 인생에서 도달한 지위가 아니라 성공하려고 애쓰면서 극복한 장애물로 가늠한다.
- 부커. 워싱턴 / 미국의 교육자 -
인턴을 채용하는 면접을 봤다. 3개월 인턴 기간 동안 재평가하여 채용할지 말지를 판단한다. 2명 채용하는데 20명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5명씩 4번에 걸쳐 진행하는데 면접관으로 참여했다. 20대 중반부터 30대 초반까지 가장 일을 열심히 해야 할 나이에 그들은 면접을 받는 입장에 섰다. 전공도 다양하고, 취업을 위해 졸업 이후에도 국가가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생소한 프로그램 개발 언어를 익히고, 밤잠을 설치며 프로젝트를 수행하였으며, 팀별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마지막 면접을 보는 것이다.
긴장되고 압박되는 순간에도 최선을 다해 임하는 그들의 떨리는 음성과 간절함을 듣고 있자니, 한편으로 안타깝고, 한편으로는 서글퍼지기도 했다. 하나같이 지금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든 잘 할 수 있을 거 같은 꿈 많고 혈기 왕성한 청년들이다. 상대적으로 졸업과 함께 취업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던 나를 비롯한 기성 세대들을 생각해 보면, 우리 청년들에게 충분히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지 못한 책임감을 강하게 느끼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뽑아야 하고, 누군가는 뽑힘을 당해야하는 불편한 진실 앞에 서 있어야 한다. 한정된 자원만 뽑아 써야하는 입장에서 제대로 된 사람을 선택하여 공평하게 기회를 제공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 안 할 수 없다. 짧은 시간 안에 그들의 잠재력을 제대로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또한 그들은 충분히 공평한 평가를 받고 있는지도 고민스럽다. 그래도 이번처럼 사람이 직접 대면하여 이런 저런 질문을 통해 진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럽다 생각했다.
최근 경쟁이 치열한 대기업의 경우 서류 심사는 이미 AI를 통해 걸러지고 있다고 한다. 기계에게 평가를 받아야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이 땅의 청년들, 가뜩이나 부족한 일자리 조차도 기계에게 운명을 맡겨야 하다니, IT에 종사하는 일원으로 깊은 탄식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제한된 시간 내에 수많은 응모자를 심사하다 보면 평가 절차의 여러 단계에서 잠재력을 규명하는 데 한계를 보이게 된다.
첫 번째로 모든 후보를 제대로 평가하기가 불가능하다. 다이아몬드 원석을 포착하는 알고리즘이 있지도 않고 각 응시자들의 인생 역정을 자세히 들여다볼 시간적 여유도 없다. 기계를 비롯한 평가자는 후보자들에 대한 단편적이고 빈약한 정보만을 토대로 그들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결정을 내리게 된다.
두 번째는 이미 습득한 기술이나 경험이 향후 일을 하는데 그닥 도움이 많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술이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경험이 없는 것보다 하나라도 유사한 경험이 있는 것이 당장 비슷한 일을 처리하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이미 세상은 변화가 너무 심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어제 배운 지식과 기술이 오늘은 쓸모없는 경우가 생기고, 지난 경험이 새로운 일을 추진하는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더더욱 중요한 것이 잠재력이다. 겉으로 들어나지 않지만, 새로운 일을 추진하는데 어느 누가 잘 할 수 있는가? 아니 도전의식과 창의적인 사고력을 가지고 있는가? 당장 써 먹을 수 있는 기술을 가르쳐 주는 것보다, 어느 곳에 갔다 놓더라도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태도와 마음가짐을 갖출 수 있도록 품성을 기르는 쪽으로 우리 청년들을 단련시켜야 한다. 사람들의 타고난 재능이 출발점을 결정한다면, 습득한 품성은 얼마나 멀리까지 갈지에 영향을 준다. 그러나 품성 기량은 늘 즉각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우리가 겉모습을 초월해 그 이상을 보지 못하면 뛰어난 숨은 잠재력을 놓치게 된다.
그래서 기계적인 평가나, 면접을 통한 선택은 부적절하다고 본다.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지고, 충분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줘야 한다. 혈기 왕성한 청년들이 한 참 일할 수 있는 시간에 취업 준비를 위해 책을 들여다 봐야 하고, 취업 공부를 위해 동분서주 뛰어다니게 한다는 현실이 서글픈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동자로서 월급을 받을 때는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사회적 책임을 져야하는 고용주의 입장에서 보니, 충분히 채용해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못한 책임감이 더 커져간다.
국가도, 사회적 혜택을 보고 세상을 살아온 기생세대들도 모두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고 이 땅의 청년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들로 하여금 태어난 이유와 삶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해서는 안된다. 짧은 면접 시간을 통해 통렬하게 반성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