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천혜의 보고 강화 교동도

교동도 주말농장 체험

by 이상옥
[농장 옥상에서 바라본 석모도와 드넓은 논]

북한으로부터 2.6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교동도강화도, 석모도와 함께 레트로 감성 여행지로 유명하다. 지인이 운영하는 농장 방문차 찾은 교동도는 생각보다 매력적인 요소가 많은 곳이다. 선사시대부터 오랜 유적지가 풍부하게 남아있고, 조선의 선조가 임진왜란 당시 피신처로 유명한 강화도는 이미 감성적인 미술관과 카페들이 즐비하고, 오색의 노을과 오렌지빛 바다가 어울어진 석모도 또한 잘 알려진 곳이긴 하나, 이번에 처음으로 찾은 교동도는 그에 못지않게 감성과 편안함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곳임을 알게 되었다.




집에서 교동으로 가는 길은 결코 가깝지 않다. 직선거리로는 98km에 달하고, 가는 길은 올림픽대로와 김포를 거쳐가는 거의 외통수에 가깝다. 따라서 주말엔 일찍 출발하지 않으면 교통지옥을 감당해야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밤새 천둥과 폭우를 동반한 집중호우로 출발 시점이 토요일 7시를 조금 넘은 시간임에도 올림픽대로는 비교적 여유로웠다. 예정된 2시간만에 강화도에 도착하였고, 교동대교를 건너는 길목에서 일일이 해병대원들이 신분증을 확인하는 것을 보고, 교동도 전역이 북한에 근접한 ‘민간인출입통제선 구역’임은 알게된다.


강화01-1.jpg [강화도 주변 섬 / 두루두루 볼거리가 풍성한 강화]


민통선은 청정지역으로도 유명하다. 신분이 확실한 사람들만 살게 되고, 군인들이 지켜주며, 무분별한 개발이 철저히 통제되는 곳이니, 자연이 보존되고, 오염이 최소한으로 억제되어 모든 농산물과 어류, 조류 등 자연 생태계가 천혜의 보고로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농장에서 가꾼 각종 채소들로 식단을 마련]

따라서 그곳에 농장을 만들고 갖은 농작물을 가꾸는 일는 고단하지만, 비료와 농약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작물이 될 확률이 높다. 지인도 그렇게 운영하고 있었다. 최소한의 비료와 농약 사용으로 작물들은 이쁘진 않지만, 깨끗하고 싱싱하고 안전하다. 다만, 매일 올 수 없고, 혼자 그 넓은 농장의 작물들을 가꾸다 보니, 고된 노동이 강요된다. 오이, 호박, 고추, 수박, 참외, 옥수수, 녹두, 사과, 감, 석류, 엘더베리 등등 가꾸는 작물도 많다. 그 많은 작물을 가꾸기 시작한 지는 8년이 넘었다. 전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할 목적으로 시작한 농장일이 삶의 한 부문이 되었고, 직접 생산해서 만든 작물들은 스스로 소화하거나, 아는 지인들에게 무료와 헐값으로 나눠주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한가득 차에 싣고 오는데 마치 고향을 다녀온 것 같은 느낌.


처음 찾은 우리 부부에게 직접 재배한 작물로 만들고, 정성으로 요리한 음식은 주변의 자연과 어울어져 최고의 선물이 되었다. 옥상에 마련한 평상에서 석모도가 보이는 바다와 광활한 논을 바라보며 먹는 음식은 직접 먹어보지 않으면 그 참 맛을 느낄 수 없다. 주말마다 찾는 농장은 부부에게는 또 하나의 세상이고, 행복이다. 사계절마다 느낄 수 있는 주변 자연환경은 그 어느 곳에도 볼 수 없는 명장면을 만들어 준다. 겨울에는 하얀 눈으로 덮힌 드넓은 논을 볼 수 있고, 가을이면 녹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화하고 있는 벼를 볼 수 있으며, 여름날엔 장미와 포도송이로 수놓은 화려함을, 봄에는 떠오르는 해와 지는 노을을 보며 인생을 볼 수 있다.


[망향대에서 바라본 북한 그리고 가수 안도의 버스킹]

교동에는 북한 주민들의 삶을 직접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주차장에서 50미터만 올라가면 '망향대'가 있고, 그곳엔 북한을 직접 볼 수 있는 망원경 두 대가 놓여있다. 망향경으로 바라본 북한 주민은 오가는 버스와 간간히 타고 지나가는 자전거에서 볼 수 있었다.


또한, 그곳엔 동네에서 농장을 운영 중인 가수 '안도'가 운영하는 작은 '이동카페'와 함께 부드러운 음악을 들려주고 있었다. 익숙한 가요와 팝송, 그리고 즉석 신청곡까지 차 한잔과 음악 속에서 두고 온 고향을 생각하는 실향민도 자주 찾는다.


[교동 중앙교회는 신도들의 땀과 혼이 담겨있다]

교동에는 특이한 교회도 있다. '교동 중앙교회'는 화개산 자락에 위치해 있는데, 화개산의 돌을 날라 일일히 쪼개 교민들이 하나하나 쌓아올려 만든 교회로 유명하다. 거의 2년에 걸쳐 나르고 쪼개고 쌓아올려 만든 교회는 1982년 완공하여 40여년이 흘렀다. 지금은 역사적인 교회가 되어 주변의 대륭시장과 더불어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60~70년대의 추억을 체험할 수 있는 대룡시장]

60~70년대 레트로 감성으로 유명한 '대룡시장'은 주말마다 타지에서 구경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주변의 도로와 주차장은 관광버스와 승용차들로 가득하고, 시장에서 파는 음식들은 70년대의 감성을 살리기 위해 최대한 옛스럽게 꾸민다. 그곳엔 옛날 호떡, 꽈배기, 팥빙수가 있고, 그때의 사진사가 있다. 시장은 전체적으로 그리 크지는 않지만, 60~70년대를 배경으로 골목골목마다 즐비하게 늘어진 구멍가게들이 빽빽하게, 제법 아기자기하게 오밀조밀 몰려있다.


언젠가 티비를 통해 그 유명세를 본 적이 있는데, 우연한 기회에 오게 되어 재미있게 들려봤다. 가게마다 내 놓은 음식을 하나씩 맛보고 지나다 보니, 배도 부르고, 다방같은 카페에서 맛본 옛날 팥빙수로 마무리하여 달콤한 경험으로 끝냈다.




강화에 있는 교동도는 '민통선' 구역에 있는 작은 섬이다. 논농사를 주로하는 주민들과 주말농장을 운영 중인 타지인들로 어울어져 약 2만여명이 거주한다. 교동은 쌀로도 유명하다. 이천쌀의 찰진 맛을 본 사람들은 다른 쌀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교동의 쌀을 경험한 사람은 '이천 쌀'보다 더 높게 쳐 준다고 한다. 오늘 농장 체험을 해준 지인부부가 올 가을 추수가 되고 난 후 '교동 쌀'을 주문할 것을 추천한다. 한번 교동 쌀 맛을 보게 되면 다른 쌀은 외면하게 될 것이라 한다.


교동은 그밖에 화개산에 있는 '하늘정원''모노레일', '저어 전망대'도 유명하다. 이번에는 직접 체험을 해 보지는 않았지만, 교동을 찾는 관광객들에겐 또 하나의 매력적인 장소로 얘기되고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AI시대 초개인화는 마케팅 필수 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