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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옥 Nov 25. 2023

[직장적응] 직업중심의 커뮤니티 전환이 필요하다

어쩌다 직장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Emile Durkheim)은 주요 저서인 자살론’, ‘사회분업론에서 아노미에 관해 언급했다특히 산업분업론에서 그는 분업이 지나치게 발달한 근대 사회에서는 기능을 통합하는 상호 작용 행위가 결여되어 공통 규범이 생겨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오늘날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격차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이 격차는 거의 직업간 격차에서 오는 빈부의 격차이다억대 연봉이 보편화되어 있는 금융업계와 그들이 단지 상품으로 취급하는 외식 산업이나 서비스업의 세계에 공통 규범이 성립하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아노미(Anomie)란 사회적 혼란으로 인해 규범이 사라지고 가치관이 붕괴되면서 나타나는 사회적개인적 불안정 상태를 뜻하는 말이다아노미 상태에 빠지면 삶의 가치와 목적의식을 잃고 심한 무력감과 자포자기에 빠지며 심하면 자살까지 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아노미는 무규범’, ‘무규칙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은데이는 오히려 아노미가 초래하는 결과로 볼 수 있다본래의 의미를 생각하여 해석해 보면  무연대라고 해야 맞다.


[뒤르켐 / 1895 ~ 2017]


요즘은 조직의 생명주기보다 사람의 생명주기가 길다사람은 100세를 바라보고 있지만기업은 과거에 비해 오래 살아남기 쉽지 않다그만큼 경쟁도 치열하고비즈니스 형태도 자주 바뀐다변화하는 기술과 지식을 따라가지 못하면 직장인 개개인도 문제이지만기업도 오래 버티지 못한다


이런 시대적 환경에 따라일하는 유형이 변화하고 있다과거처럼 한 회사에서 정년을 맞이하거나, 10년 이상 근무하는 것은 어려워졌다여러 회사에 동시에 근무하거나단기간에 회사를 옮긴다특정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프리랜서로 다양한 프로젝트에 필요할 때만 참여한다이렇게 일하는 방식이 요즘에는 보편화 되었다그래서 애초에 소속감이란 찾기 힘들다

어머, 안녕하세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제가 잘 해 낼 수 있을까요?” K이사는 붙임성도 좋고직설적이고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명확하였다. “그동안 프리랜서로만 일을 해 왔는데나이도 좀 들고한 곳에 정책해서 안정적으로 일해보고 싶어요

최근 몇 년 간 IT업계가 인력난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C뱅크, K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의 등장도 있었고정부의 경기 부양책으로 IT 산업의 예산을 대폭 증대시켰기 때문이다사람 구하기가 힘드니 자연스레 몸값이 올라갔다업계에 소문난 실력자들은 평균 50%이상 올라갔다그런 와중에 프리랜서를 포기하고 정규직으로 들어오겠다는 것은 좀 의외였다일이 없든 있든 매달 정해진 월급은 받을 수 있으나프리랜서로 일할 때 받을 수 있는 금액보다 30%이상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K이사를 처음 소개한 사람은 같이 근무하고 있는 최상무다과거에 일을 같이 해본 경험상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첫 대면이지만낯도 가리지 않고할 말 다하고야무진 점이 일도 잘 할 거 같았다서류상 프로젝트 경험도 많았고같이 일하면 충분히 실력발휘 할 수 있을 것 같아흔쾌히 정규직으로 뽑았다하지만 K이사가 그만두겠다고 하고 다시 프리랜서를 선언하기까지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K이사가 입사한지 한 달 만에 수주한 프로젝트가 3개가 되었고동시에 여러 사업을 해야 하는 특성상 그녀의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당연하게도 K이사도 처음엔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그리고 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지방에 거취할 집도 얻고사무실도 얻었다하지만 그 때부터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프로젝트 수행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기 시작하더니급기야 또 다시 프리 선언을 해버렸다이유는 분명했다그 많은 일을 하기에는 급여가 너무 적다는 것이다프리랜서는 받는 만큼만 일을 하는 습성을 가졌다소속감이나 책임감은 안중에도 없다우리나라의 일문화가 많이 개선되었지만아직도 많은 기업에서는 받는 월급보다 더 많은 일을 해주기를 원한다.

 

씁쓸하지만 깨끗이 보내줬다그녀는 이미 조직생활에 적용하는 것이 힘들어 졌다오랜 프리랜서 생활로 회사 조직원이 되어 적당히 희생도 하고동료들을 배려하거나윗사람의 꾸지람도 받아들이는 내성이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조직은 사람들이 모여 일을 하는 곳이기도 하고사회적인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곳이기도 하다철저하게 일로만 접근하면사회적 유대관계나 커뮤니케이션 활동은 다른 장소다른 사람들을 통해 충족해야 한다조직을 일터로만 해석하면사람들은 경쟁만 치열하게 할 뿐이다연봉제가 실시되면서 그런 현상은 더 심해졌다그래서 조직의 그런 압박과 규칙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직업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뒤르켐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사회의 규제와 규칙이 느슨해져도 개인이 반드시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며 도리어 불안정한 상태에 빠진다는 것이다규제와 규칙이 느슨해지는 현상이 꼭 사회에 좋은 것만은 아니다는 것이다국가가 아노미 상황에 빠지면 각 개인은 조직이나 가정에 대한 연대감을 잃고 고독감에 허덕이며 사회를 표류하게 된다

 

경쟁은 누구나 피할 수 없다다른 사람보다 더 열심히 하지 않으면 가지고 싶은 것을 쟁취하기 어렵다학교 다닐 때 뿐만아니라 사회에 나와서도 경쟁은 계속된다피 터지는 경쟁에서 이겨 인정받아야 한다그래야만 미래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조직은 현재의 시간에서 경쟁하지 않으면 내가 나로 존재하기도 어렵게 만든다조직에서의 시간은 돈과 맞바꾸는 원천이다. 8시간을 일하면 8시간의 수당을 받고, 10시간을 일하면 10시간의 수당을 받는정확히 가치를 매길 수 있는 시간이다사람들은 경쟁이 치열해져 일한 만큼의 수당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몰려도 이 경쟁의 시간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워 한다몸이 아프거나 허리가 끊어져도 출근하지 않으면 수입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프리랜서는 소속감이 없는 대신 전문성과 자기관리로 승부해야 한다]


나이들어 경쟁력이 떨어진 사람들은 권고사직조기퇴직명예퇴직정년퇴직은퇴 등으로 조직에서 밀려난다수입은 일자리와 함께 사라지고 만다. 20년을 일해도, 30년을 일해도 마찬가지이다.

 

제대로 휴가도 쓰지 못하는 삶을 살아도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도 자신이 가진 시간을 투자하여 벌어들인 수입은 고만고만한 것이라 생계를 유지하는 데 급급한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나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자신의 브랜드는 현재 맡고 있는 일에서 찾아야 한다그동안 경험해 온 일 중에 가장 잘 할 수 있고남은 삶을 투자해도 후회없거나 가치 있는 일을 찾아 강점화 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경쟁력있는 무기를 찾아 연마하고 최고의 경지에 오를 때까지 버텨내야 한다.

 

회사라는 종적 구조가 더 이상 안전한 커뮤니티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고자율적으로 자신이 소속하는 커뮤니티를 만들어야 한다소속감이 없다는 것처럼 허무한 것이 없다특정 조직에 소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떠돌다 보면 어느 순간 외로움이 급습해 온다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동호회는 직업밖의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회사에서 직업 개념으로 커뮤니티의 전환을 꾀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유럽은 회사별 노동조합보다 직업별 노동조합이 표준이며그런 의미에서 횡적 커뮤니티가 길드로서 제 기능을 다하는 사회다본래 취직이라는 의미는 직무에 임한다는 뜻이지 회사에 임한다는 뜻이 아니다. 특정 조직에 종속되어 일하는 것이 아니라, 공통된 일을 하는 무리에 소속되어 그 집단 내에서 자신의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 일이 취직인 것이다지금은 바야흐로 그렇게 해야만 스스로 아노미 상태에 빠질 위험을 막을 수 있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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