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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옥 Dec 28. 2023

고독, 고아하게 혼자 서는 것

뜻이나 품격이 높고 우아하다


어제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많은 사람들에게 인생 드라마로 각인된 '나의 아저씨' 이선균이 죽은것이다.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그는 독보적인 캐릭터를 보였다. 그의 어투와 행동을 흉내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그의 캐릭터가 강렬하다는 반증이다. 사람은 삶에 있어서 한 두번의 실수는 있기 마련이다. 누가 누구를 비난하고 허물을 만 천하에 들어내 헐뜯을 정도로 완벽한 사람은 없다. 다만 어느만큼 공적인 책임을 질 것인가에 대한 공방은 있을 수 있다. 똑같은 허물을 가지고 파급되는 영향도가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공인으로써 책임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죽을 정도는 아니지 않은가? 그의 잘못을 떠나 그에게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 검찰을 비난하고 싶다. 같은 충격에도 견딜 수 있는 내성이 사람마다 다르다. 


철학적으로는 '안티프래질' 즉 '반취약성'이라 표현한다. 삶의 과정에서 숱한 어려움을 극복하며 살아온 사람에게는 내성이 생겨, 어지간한 외적 공격이나 공포를 견뎌낼 힘이 있다. 하지만 살아오는 과정에서 큰 어려움이 없던 사람에게는 한꺼번에 닥친 고난에 멘탈이 붕괴되어 쉽게 무너질 수 있다. 내성이 단련된 사람은 외적 어려움이 오히려 도약하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극복하기 위해 평소 쓰지 않던 에너지를 총 동원해서 어려움을 넘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고독도 마찬가지다. 홀로 남겨진 다는 것은 외롭고 쓸쓸할 수 있지만, 오히려 자신을 깊이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내실을 다질 수 있어 더 깊고, 높게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그래서 노자사상의 대가 '최진석' 교수는 고독을 '고아하게 혼자 서는 것'이라 정의하였다. 


고독, 고아하게 홀로 서는 것, 
고아(高雅)하다는 것은 ‘뜻이나 품격 따위가 높고 우아하다’는 뜻이다. 


높고 우아하다. 가지고 있는 재산이 많거나, 지위가 높다고 뜻이나 품격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겉으로 들어나는 물적, 인적 요소가 사회적으로 높이 올라 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품격이 필요하다. 가진 것 없고, 누구 하나 알아주거나 섬김이 없어도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스스로 자족하며, 행복해 할 수 있는 자중감이 그 사람의 품격을 높여줄 수 있다. 고독을 '고아하게 혼자 서는 것'이라 표현한 것은 이런 경우를 빗대여 하는 말이다. 홀로 서 있으나, 외롭지 않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할 일이 있고,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이 하는 일에 만족할 수 있는 그리고 철저히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는 경지로 올라 있는 경우를 고독(高獨)이라 말할 수 있다. 



조선시대 화백 '김홍도'가 그런 사람이다. 


김홍도의 월하취생도(月下吹笙圖)는 달빛 아래서 술에 취해 생황을 부는 사내가 있는 그림이다.


한 사내가 파초 위에 웅크리고 앉아 생황을 불고 있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과 정돈되지 않은 머리카락, 정강이를 드러낸 옷매무새에서 취해있음을 알 수 있다. 두 개의 두루마리 족자와 먹이 걸쳐진 벼루 하나 그리고 방바닥에 가지런히 놓인 두 자루의 붓으로 추정하면 이 사내는 화가인 듯하다. 아마도 김홍도 본인을 묘사한 것 아닌가 싶다.


당시를 해석해 보면 깊은 달밤 방안에 쏟아지는 달빛의 애잔함을 이기지 못하고 붓대신 술잔을 기울인 모양이다. 한 동이의 술독과 술잔이 저 멀리 있는 것으로 보아 이미 술을 다 비우고 술 김에 그림은 뒷전이고 달빛에 취하고, 술에 취해서 생황을 불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월하취생도 / 김홍도]


단원의 스승으로 어릴 때부터 그를 잘 알던 표암 강세황은 그의 문집에서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사능士能(김홍도의 자)의 인품은 얼굴이 빼어나게 준수하고 마음이 툭 트여 깨끗하나, 보는 사람마다 고아하고 탈속하여 시정의 용렬하고 좀스런 무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성품이 거문고와 피리의 청아한 소리를 좋아하여 꽃피고 달 밝은 밤이면 때때로 한두 곡조를 연주하여 스스로 즐겼다.

그는 풍류가 호탕하여 슬프게 노래하고 싶은 생각이 나면 분개하거나 눈물을 뿌리면서 울기도 하였다. 그의 마음은 아는 사람만이 알고 있을 뿐이다.“


김홍도는 그림뿐만 아니라, 거문고와 피리에도 능했고, 풍류가 호탕하여 술에 취하면 슬프게 노래하고, 마음이 동하면 눈물을 흘리며 울기도 하였다 한다. 홀로 고독하게 있지만 외롭다 느끼지 않고, 스스로 족하고,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그런 풍류를 가지고 있는 것이 고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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