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옥 Dec 22. 2023

그 또한 내 삶인데

싱어게인3

[싱어게인은 경연이긴 하나 인간미가 있어 좋다]


어제 저녁에 싱어게인3 탑10 결정전이 있었다. 유일하게 보는 티비 프로그램이다. 최종 10명 중 8명이 결정되었고, 이제 패자부활전을 통해 2명만 추가로 선발하면 된다.


어제는 4명씩 2개조의 경연이 있었는데, 첫 번째 조는 앞에 2명이 처참하게 무너지며 뒤에 했던 두사람이 쉽게 올라갔다. 남들 보기엔 쉽게 올라간 것처럼 보이지만, 두 사람은 올라갈 실력을 갖추고 있었기에, 자격은 충분하다고 본다. 문제는 마지막 조이다. 그 전까지 좋은 평을 받았던 두 명(56호, 68호)이 평소에 보였던 모습이 아닌 실력으로 떨어지고, 슈퍼밴드 출신인 40호는 잠재되어 있던 자신의 모습을 확실히 보여줘 올어게인으로 올랐고, 나의 최애인 신촌블루스 출신 25호는 조용필 노래 ‘그 또한 내 삶인데’로 백지영, 김이나 등 여성 심사위원들뿐만 아니라 임재범, 코드 쿤스트 등 남자 심사위원의 마음도 훔쳤다.  


    

[그림자가 추억이 되어 다시 나를 살아가게 해]


사실 그동안 좋은 평가를 받았던 56호와 68호는 그 사이 겉 멋이 들면서 심사위원들의 눈 밖에 난 것도 한 몫 했다. 56호는 수더분한 모습에 고관절이 매력적이었다. 수더분함은 매우 정돈되고 우아한 모습으로, 고관절은 긴 치마로 가려졌다. 68호는 꾸미지 않은 긴 생머리와 함께 진솔한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었는데, 긴 생머리는 짧고 세련된 모습으로, 진솔함은 미세하게 화려한 바이브레이션으로 퇴색되었다. 의예로 여성 심사위원들은 그런 미묘한 변화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반면에 40호는 숨겨놨던 본색을 적나라하게 보이며 쉽게 호응하지 않는 윤종신의 반응도 이끌었다. 윤종신의 평가에 대해 너무 까다롭다든지, 자기 중심적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내가 보기엔 윤종신은 자기만의 기준이 명확하다.      


25호는 처음 등장할 때 불렀던 ‘님은 먼곳에’부터 팬이 되어 신촌블루스 이전 언더그라운드 시절부터 활동했던 공연을 봐 왔던 터였다. 이번에도 여전히 진솔한 자신의 이야기를 가사에 꼭꼭 담아 음미하며 전달함으로써 나와 심사위원들의 심장을 저격하였다.     


그녀의 저격 포인트는 공감과 감성이다. 어머니를 여의고, 홀로 남은 아버지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조용필의 노래로 위로하였다.



그 또한 내 삶인데 / 조용필 / 2003 / 사 임보경 / 작곡 오석준


작은 창에 기댄 노을이

남기고 간 짙은 고독이

벌써 내 곁에 다가와

더 없이 외로워져     


보이는 건 어둠이 깔린

작은 하늘 뿐 이지만

내게 열려 있는 것 같아

다시 날 꿈꾸게 해     


손 내밀면 닿을 듯한 추억이 그림자 되어
지친 내 마음 위로해주고
다시 나를 살아가게 해     

계절 따라 피어나는

꽃으로 세월을 느끼고

다시 고독이 찾아와도

그 또한 내 삶인데     


손 내밀면 닿을 듯한

추억이 그림자 되어

지친 내 마음 위로해주고

다시 나를 살아가게 해     


라라 라라라라 라 라라

라라 라라라라 라 라라     


더는 사랑이 없다 해도

남겨진 내 삶인데

가야할 내 길인데

그것이 내 삶인데


[백지영은 진정성있는 감성이 있어 너무 좋다]


백지영은 말한다.

정성스럽게 가사를 꼭꼭 씹어
어미새가 아기새에게 먹이를 토해서 먹여주듯이
의미를 전달하려고 했다.

코드 쿤스트는 말한다.

음악이 음악으로 느껴지지 않게, 음악 그 이상을 느끼게 하는 노래이다.


임재범은 말한다

슬픔, 뼈 속깊이 스며든 고통이 자산이 되어 노래로 표현되는 것이다.


같이 음악을 오랫동안 해 온 고수들은 25호의 진정성을 바로 알아차린다. 어떤 사람들은 눈물팔이하는 신파적인 노래라고 펌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그 아픔과 고독, 외로움을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당초 외롭고 쓸쓸한 존재이다. 헤어짐과 이별이 있기 때문이다. 낳고 길러주신 부모님, 사랑하는 연인, 동고동락하던 직장 동료, 추억을 공유하던 친구.... 언젠가는 주위의 모든 인연과 멀어질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우리는 모두 위로를 받아야 한다.           


노래는 위로가 필요한 모든 사람들에게 최고의 약이 되고, 친구가 된다.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노래 가사말에 더 없는 위로를 받게 된다. 이별을 앞두고 있어 더 그런가 보다.

때로는 나 홀로 위로를 받고 싶을 때가 있다. 그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오로지 내 어깨로 내 허리로 짊어지고 가야할 삶의 무게 때문만은 아니다. 뼈 속까지 숨어 있는 외로움과 쓸쓸함도 때론 위로를 받아야 한다    


 

작은 창문 사이로 보이는 노을이 그림자가 되어, 추억을 소환하고,  그 추억을 위로삼아, 용기내어 남겨진 삶, 가야할 삶을 살아 간다는...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살아가야 한다. 아니 살아 내야 한다. 그래서 위로가 더 필요하다.      


라라 라라라라 라 라라 라라 라라라라 라 라라 ...


삶의 무게를 그냥 턱 하고 내려 놓은 듯한, 그래야 다시 일어설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다는 듯이 토해 내는 데...  그저 눈물이 흐를 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8UG9zdU08DE  



작가의 이전글 소유에서 공유의 시대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