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남도로 여행을 가고 싶다

bOOk rEview

by 이상옥
보길도01-1.jpg [보길도 / 고산 윤선도의 '어부사시가'가 만들어진 곳이다]


고) 구본형 선생님이 2000년도에 초판을 내고, 2008년도에 개정판을 낼 정도로 서정적인 내용이 듬뿍 담긴 멋진 작품이다. 당시 부제는 '변화를 꿈꾸는 영혼의 게으른 남도 여행' 으로 되어 있으며, 약 한달 반의 혼자하는 남도 여행을 통해 생각과 느낌을 나눈 작품이다.


선생님의 남도여행은 2000년도에 잘 다니던 직장인 IBM(1980 ~ 2000)을 정리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난 여행이며, 새로운 일을 도모하기 위한 여행이기도 하였다. 고흥반도를 시작으로 지리산, 해남 두륜산, 강진 다산초당, 보길도, 완도, 하동, 흑산도, 홍도, 진도를 거쳐 제주 한라산을 정점으로 마무리하였다.

선생님은 여행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익숙한 것과 결별이며, 낯선 곳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것이다.


달빛 그윽한 밤에 홀로 걷는 것이다. 어느 낯선 포구 신새벽에 플라스틱 통 속에서 펄펄 뛰는 생선을 보는 것이다. 매화향기 그윽한 강가에서 술을 한잔하는 것이다. 바람이 불어 벚꽃잎들이 눈처럼 날리는 그 찰나에 그리움으로 터져버리는 것이다. 여행은 다른 사람이 덮던 이불을 덮고 자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먹던 밥그릇과 숟가락으로 밥을 먹는 것이다. 온갖 사람들이 다녀간 낡은 여관방 벽지 앞에서 옷을 갈아입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낡은 벽지가 기억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보내고, 다른 사람을 자신 속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얼마나 멋진 여행 찬가인가?



구본형01.jpg [구본형 / 2000 / 생각의 나무]


오직 버리기 위해 떠난다. 소유한 것이 많으면 자유로울 수 없다.
매일 걸어야 하는 사람에게는 배낭 하나도 무거운 짐이다.
소유한 것이 많으면 무엇을 더 담아 올 수 있겠는가?


나는 여행을 통해 20년 간 나를 지배해온 관습을 버리려고 했다. 출근하기 위해 아침에 하는 면도, 평일 대낮의 자유를 비정상적으로 인식하는 사회에 대한 공포,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서 느끼는 심리적 압박, 월급에 대한 안심, 그리고 인생에 대한 유한 책임 등등 나는 이런 것을 버릴려고 여행을 떠난다.


20년 만에 주어진 한 달 반의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떠난다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버린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가지고 오는 것이 여행이다. 떠남과 만남도 그렇다. 익숙한 사람, 익숙한 장소, 익숙한 일로부터 떠나야 새로운 사람, 새로운 공간, 새로운 일을 만날 수 있다. 선생님은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모두 버리고 몸을 가볍게 했다. 몸이 가벼워야 멀리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남도의 바람과 바다 냄새를 맡으며, 인생을 음미해 본다. 길따라 발길따라 다다른 바닷가에 앉아 구수한 사투리도 듣고, 바닷물이 밀려왔다 밀려 가는 모습을 보며, 삶을 조망해 보고 미래를 그려 봤을 것이다. 나도 선생님이 경험했던 발자취를 쫒아 남도여행을 다녀오려 한다. 아마도 이번 달 마지막 주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구본형 선생님은 나와는 10년 차이 나는 대학 선배님이기도 하고, 삶의 스승이기도 하다. 선생님은 20년 동안 글로벌 회사인 IBM에서 최고의 직장인으로 생활하였으며, 뜻하는 바가 있어 2000년에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를 만들고, 직장인을 위한 강연과 칼럼, 활발한 저술 활동을 하며, 2005년 삼성SDS가 선정한 최고의 인기 강연가로 선정되었고, 2005년 KBS라디오에서 ‘구본형의 성공시대’를 12부작 드라마로 제작하여 방송하기도 하였다. 2008년에는 SBS방송 스페셜을 기획하기도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다가, 2013년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이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선생님을 기억하는 많은 추종자들과 제자들은 수시로 모임을 통해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