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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그림자가 상존하는 신안

남도여행

by 이상옥 Feb 25. 2024
[우리나라 최대의 단일 천일염 생산지 태평염전]


무안을 떠나 근처에 있는 신안으로 향했다. 신안군은 서해와 다도해에 접해 있고, 증도, 자은도, 안좌도, 압해도, 비금도, 신의도, 하의도 등 1025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최근 지자체에서 이미지화를 위해 1004개 섬을 상징하여 홍보하고 있으나, 현재 무인도 포함 1025개 섬이 정확하다. 2개의 읍과 12개의 면으로 구성되어 있고, 유일하게 육지와 붙어 있는 지도읍을 제외하고는 모두 섬이라 보면 된다. 지금은 왠만하면 다리로 연결되어 섬의 불편함은 없어 보인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교량은 2019년 4월 4일 압해도와 암태도를 연결하는 연륙교로 개통한 천사대교(千四大橋)다. 국내 최초 사장교(탑에서 비스듬히 친 케이블로 거더를 매단 다리)와 현수교(교각과 교각사이에  철선이나 쇠사슬을 건너지르고 이줄에 상판을 매어단 교량)를 동시에 배치한 교량으로 총연장은 10.8km이며, 개통과 동시에 자동차 전용도로로 지정되어, 도보나 자전거 등은 통행이 안 된다. 


신안의 보물 1004섬을 아름다운 정원과 숲이 울창한 섬,
꽃이 만발한 섬으로 조성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정원을 만들겠습니다.
 


신안은 섬마다 스토리와 특색을 살려 24개 섬에 테마정원을 만들고, 바다 위 정원을 조성한다는 꿈을 만들었다. 섬마다 신안만의 특색을 살린 1섬 1뮤지엄 사업을 펼쳐 섬에도 문화 예술이 꽃피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신안군은 이를 통해 주민들 삶의 질 향상과 지역 관광 활성화를 이끌어 내려 한다. 세계 최대 섬 국가정원의 기반이 될 신안군의 1섬 1테마정원은 퍼플섬에서 시작되었다. 퍼플섬은 5월이면 섬 전체가 보라색 라벤더꽃 빛으로 물든다. 보라색 테마섬으로 마을 지붕부터 도로와 식당, 그릇까지 섬 전체가 보랏빛으로 물든 반월도, 안월도, 박지도  3개의 섬을 걸어서 여행할 수 있는 이색 명소다. 


수국와 팽나무의 섬 도초도, 맨드라미의 섬 병풍도, 수선화의 섬 선도, 튤립과 홍매화 축제가 펼쳐지는 임자도와 목련정원의 자은도 등 11개의 테마정원이 이미 조성되었다. 


[신안의 퍼플섬을 연결하는 퍼플다리]


그러나, 난 이렇게 테마파크로 조성된 섬보다, 천일염으로 유명하고, 단일면적으로는 우리나라 최대인 증도의 태평염전을 찾았다. 


신안군은 섬들이 서해에 넓게 흩어져 있어 해역이 넓다. 각 섬에는 구릉성 산지가 많고 평지의 발달은 미약하나 연안의 개펄을 간척한 평지는 넓다. 사실 신안은 당초 무안에 속해 있었다. 1969년 무안군으로부터 분리되어 새로운 무안이라는 뜻에서 신안(新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동쪽으로는 무안군 해제면과 인접하고 서북쪽은 모두 서해바다와 직할 섬지역과 인접한 편인데 지도읍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섬 지역이다. 지도읍 또한 연륙교 건설 및 간척으로 완전 육지화 되기는 하였지만 원래는 섬이다. 증도와 압해도 두 섬에 연륙교가 생겨서 육로로도 갈 수 있다. 남쪽으로는 압해도를 기준으로 목포시와 마주한다. 


난 지도읍에서 ‘선희네 집’이란 일반 가정식당을 찾았다. 생각보다 마땅한 먹을거리가 없다. 지도읍에서 찾은 식당은 너무 비싸다. 일반적인 국밥이 12,000이다. 맛도 기대 수준이하다. 전라도에서 먹을거리로 고민해 보기는 처음이다.  


신안군도 람사르 습지, 국가 습지 보호지역 청정 갯벌을 보유하고 있어,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이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단일 천일염전인 태평염전은 여의도 면적의 2배로 넓고 광활한 지역에 천연 미네랄이 풍부한 천일염이 생산되는 곳이다. 천일염은 청정한 바닷물을 햇빛과 바람에 증발시켜 만들어지는 자연에 의해 만들어지는 소금이다.


우리 몸의 필수 성분인 나트륨, 칼슘, 마그네슘, 망간, 유황 등 약 88개의 풍부한 천연 미네랄이 함유된 신안의 갯벌 천일염은 바닷물을 염전으로 끌어들여 전통기술과 장인의 노하우로 바람과 햇볕으로 수분만 증발시켜 생산하는 전통어업활동으로 2016년 국가 중요 어업 유산 지정되었다.


소금의 원료에는 암염(巖鹽), 천연 함수(鹹水), 해수(海水)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해수(海水)에서 소금을 생산한다. 바닷물에서 얻는 소금으로는 자염(煮鹽)과 천일염(天日鹽)이 있다. 자염은 바닷물의 염도(鹽度)를 높인 뒤에 끓여서 석출(析出)하는 소금이다. 자염은 화염(火鹽), 전오염(煎熬鹽), 육염(陸鹽)이라 부르기도 한다. 천일염은 해수를 끌어들인 뒤에 바람과 햇볕으로 수분을 점차 증발시켜서 결정시킨 소금이다. 천일염은 일제강점기 때 우리나라에 들어왔으며 태양염 또는 청염(淸鹽)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증도의 태평염전을 가로지르는 길 4키로는 아직도 비포장 도로이다]


국내 최대 소금 생산지, 태평염전은 사기업 소유다. 그래서 그런지 염전을 가로지르는 4키로 남짓의 도로는 비포장이다. 버스로 한 참을 가로지르며 차 창밖으로 보이는 염전은 휴직기라 검은색을 띄고 있었다. 설립된지 70년이 된 염전은 매년 3월부터 10월까지 소금을 채취한다. 통나무로 지어진 소금창고는 줄지어 있었고, 창고하나가 앞에 놓인 소금밭을 담당한다고 한다. 염부의 숙소이며, 소금 보관 창고로 활용된다고 한다. 그 옆으로는 염생식물원이 있다. 식물원은 우리나라 유일 태평염전 갯벌 미네랄을 먹고 자라는 함초(바다의 홍삼), 해당화, 칠면초 등 100여 종의 염생식물이 살고 있다.


염생식물은 염도가 높은 해안 습지와 토양에서도 잘 적응하고 생육할 수 있는 식물로 해풍에 의한 해안 모래를 보호, 갯벌 정화, 다양한 생물의 서식처, 대기 온실가스 저감 역할을 한다.


봄(5~6월)에는 삐비꽃이 활짝 피어 마치 소금을 뿌려 놓은 듯 새 하얀 소금꽃으로 창관을 이른단다. 가을(10~11월)에는 칠면초의 붉은 융단으로 변하여, 전국의 사진 명소로 변한다는 것이 주민들의 이야기다.


[3월부터 10월까지 소금을 생산하기 때문에, 비수기에는 검은 색을 띄고 있다]


하지만, 이런 최대의 염전지대에 어두운 이면도 있다. 현대 사회에서 있어서는 안될 중범죄로 간주되는 염전노예와 같은 반인륜적인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여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기도 한다. 신안군 주민들이 한통이 되어, 이러한 치안과 범죄 관련 문제들은 조직적인 은폐로 인해 별다른 진전 없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상태이다. 


최근에 모 케이블 방송 '용감한 형사들'이란 프로에서 염전 근로자를 폭행에 감금까지한다는 폭로성 고발사건을 다룬적이 있다. "쇠삽과 각목 등 손에 잡히는 것은 모두 무기로 사용 무차별 폭행, 감금. 일을 못하고 멍청하다고 인격모독을 서슴치 않게 하고 있다." 것이 방송의 전말이다.


그들은 수년간 시키는 일들만 해왔고, 자립심이 사라진데다가 탈출을 하여 정상적인 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을 정도의 생활능력이 갖춰져야 되는데 사회에서 이들을 보호, 관찰, 관리 되지 않으면서 이들이 오히려 확대 받고 노동착취 당했을 적을 그리워한다는 불편하고 슬픈 현실이 사회적인 문제로 직면하고 있다. 


지적 장애가 있는 노숙자를 대상으로 노동을 착취 당하며 폭행당하는 이러한 인권유린의 행동들이 상당히 오랜기간 지속되면 이를 당연하게 여기고 자신의 생활이 부당하게 생각되지 않는 인간의 심리적 상태가 자리잡으면서 이상한 국면을 맞이한다.


노예 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넓은 간석지를 이용한 천일염 제조에 투입시켜 이득을 얻는데 고등법원에서 지역관행이라 하고 전 지역의회 부의장조차 노예를 부릴 정도로 뿌리가 깊다. 정확한 규모를 추산조차 못하는 조직적 산업형 범죄이지만, 신안군의 염전(2594ha)은 전국 염전 전체 면적의 약 64%를 차지하고, 천일염 생산량(14만t)은 전국 생산량의 약 80%를 차지한다. 이 중 어느 정도 비율로 노예 노동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오리무중이나 지역 경찰들조차 노예들의 탈출을 막고 협력하고 있는 주요 산업 중 하나라 한다.


이런 어두움 때문인지, '느려서 행복한 섬 신안군 증도'라는 캐치플레이즈를 선언하며 '슬로시티 증도'를 홍보하고 있다. 어둠을 뒤로 하고, 증도 내 가까운 해변을 찾았다. 우전해수욕장 근처에는 모래치로 조성된 숲이 있다.   


신안군 증도는 생태공원 곳곳에 '모래치'가 있다. 모래를 파서 물이 고여 있을 만한 지층을 찾아내는 방법이다. 섬은 물이 부족하여, 비가와도 빗물이 고이는 게 아니라 모래 아래로 빠져 나가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모래치를 만들고 숲을 조성하였다. 그래서 만들어 진 것이 ‘향기의 섬’이다.


증도의 ‘짱뚱어 다리’를 건너가면 ‘향기의 섬’으로 연결된다. 향기의 섬은 총 8.5km에 미세먼지 차단숲을 조성하였다. 태산목과 금목서, 은목서 등 10만 그루 가까이 나무를 심어 미세먼지를 줄이고 쾌적한 공간으로 지역민과 관광객에게 심리적 안정과 힐링을 제공하려는 목적이다. 연일 내리는 보슬비를 맞고 걸어서 그런지 향기는 맡기가 쉽지 않았다. 


10리 길을 관통하여 걸으니, 해변이 나온다. 우전해변이다. 여름이면 유명한 해수욕장으로 변하고, 가을이면 향긋한 향기의 섬으로 변한다고 하니, 시기를 잘 못 찾아 온듯하다. 하지만 나는 이런 고즈넉한 고독이 좋다. 아무도 가지 않은 해변을 걸으며, 해변으로 너울대는 작은 파도를 보고 있으면, 세월의 무상함과, 인생의 허무함을 모두 날려 버린다. 공기는 맑고, 바닷바람은 싱그럽다, 비까지 적당히 내리니 오랜 도시생활로 찌들은 먼지와 상념들이 스르르 씻겨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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