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운 나비의 고장 함평(咸平)은 대한민국 전라남도 서부에 있는 군이다. 동쪽으로 나주시와 광주광역시 광산구와 접해 있고 남쪽으로 무안군, 북쪽으로는 영광군과 장성군이 인접해 있으며 서쪽으로 함평만이 접해 있다
함평은 매년 4월 ~ 5월이면 전국적으로 나비축제를 한다. 올 해로 26회를 맞이하는 나비축제는 함평이 자랑하는 연례 축제로 다양한 꽃 속에서 나비날리기, 미꾸라지 잡기, 동물농장체험 등 다채로운 행사로 유명한 곳이다.
함평에서는 나비축제 외예, 황금박쥐생태체험관, 용천사, 돌머리해수욕장이 유명하다고 한다. 162kg 금을 녹여 만든 ‘황금박쥐상’으로 유명한 황금박쥐생태체험관은 1년에 두 번, 나비축제와 국향대전 기간(10월)에만 개방한다. 1942년 이후 한반도에서 사라진 것으로 알려져 있던 황금박쥐가 1999년 함평군 대동면 고산봉 일대에서 발견되어, 큰 이목을 끌었다. 황금박쥐는 멸종위기 1급 동물로, 함평군은 함평군에 서식하는 황금박쥐의 생태와 자연생태 보존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2008년 황금박쥐전시관을 조성했다.
돌머리해수욕장은 해수찜으로 유명하다. 함평 해수찜은 1800년대부터 민간요법으로 널리 알려진 치료법으로 세종실록에도 소개되어 있다. 유황성분이 많은돌과 삼못초같은 약초를 넣고 소나무 장작으로 가열 해수가 든 탕에 데워진 물로 찜질을 하는 것로 온천과 약찜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시기적으로 황금박쥐생태체험관과 돌머리해수욕장을 갈 수 없어, 용천사와 함평시장을 찾기로 했다.
[천년 사찰 용천사는 고즈넉하고 정갈하였다]
용천사는 함평군 해보면 모악산(母岳山)에 있는 천년 고찰로 삼국시대 백제의 승려 행은존자가 창건한 사찰이다. 용천사라는 이름은 현재 대웅전 층계 밑에 있는 사방 1.2m 가량의 샘에서 유래되었다. 전설에 의하면, 서해로 통하는 이 샘에 용이 살다가 승천하였다고 하여 용천이라 불렀으며, 용천 옆에 지은 절이라 하여 용천사라 하였다고 한다. 그 뒤 645년(의자왕) 각진(覺眞)이 중수하였고, 1275년(충렬왕) 각적국사(覺積國師)가 중수하였으며, 조선시대에도 세조 · 명종 때의 중수를 거쳐 대찰의 면모를 갖추었으나 정유재란 때 전소되었다. 그 뒤 1632년(인조 16)에 중창하여 이전의 규모를 갖추었고, 1638년에는 쌍연(雙衍)이 중수하였다.
사찰은 비교적 작은 크기의 대웅전과 부속 건물이 개울물과 나무숲으로 둘러 쌓여 있어, 고즈넉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화려하지 않지만, 옛 고승들의 숨소리가 사찰 곳곳에 스며 있어, 숙연한 마음자세를 주문한다. 눈과 귀만 열고, 마음으로 체감하며 사찰을 순례하는 동안 내 마음은 정연해지고, 수많은 사심이 정리되었다. 무념무상의 경지가 이런 것이 아닐까 하며 조용히 사찰을 빠져 나온다.
[함평 시내에 있는 전통시장에는 먹거리가 풍부하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함평 시내에 있는 전통시장이다. 마침 어제가 장날이어서, 조용하고 차분하였다. 함평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은 ‘생고기 비빔밥’이다. 사람들은 화랑식당이나 대흥식당을 이야기 하지만, 지역의 토박이는 ‘복명식당’을 추천한다. 3대에 이어 식당을 운영하고 있고, 생고기 비빔밥이 정갈하다고 한다. 또한 주인에게 따로 돼지비계를 시켜, 비빔밥에 같이 비겨 먹으면 고소한 맛이 더할 것이라 팁까지 준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고, 맛도 담백하고 고소하여, 전날 신안 지도읍에서 먹던 거랑 비교가 되었다.
[달산수원지의 편백나무 숲은 마음 세정하기에 충분하였다]
배를 불리니, 편백나무 숲에서 힐링하고 싶은 마음에 달산수원지를 찾았다. 달산수원지는 행정지로는 무안에 속해 있지만, 소유는 목포시가 하고 있다. 피크닉공원으로 유명한 이 곳은 편백나무 숲에서 취사가 가능해 주말이면 고기구워 먹으로 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고 한다. 내가 찾은 날은 평일이기도 하고, 가랑비가 지속적으로 내리고 있어, 한가한 가운데 마음껏 편백나무가 뿜어내는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왔다.
[폐교에 전시되어 있는 옛날 모습에서 추억의 한 페이지를 볼 수 있었다]
목적지 없이 걷다 보니, 어느 초등학교 폐교를 '옛날 추억 전시장'으로 꾸며 놓은 곳이 보였다. 입장료는 2천원으로 저렴하고, 직접 해설도 해주는 관리자가 있어 재미있게 관람했다. 시대로 보면 1960년대 ~ 1970년대의 모습들이다. 새마을 모자를 쓰고 큰 소와 자랑스럽게 서 있는 어느 농촌의 아저씨, 대한늬우스를 보여주고 있는 양쪽 미닫이 문짝이 달려있는 텔레비전, 펑소리가 날 것만 같은 티밥 기계, 각설이 타령으로 고객을 끌어 들인 '팔도 유람단', 각종 딱지와 팽이 등이 있는 동네 문방구, 석탄 난로에 올려져 있는 노오란 도시락 통, 교실 한 쪽에 무조건 있던 풍금, 동전 전화기, 달고나와 띄기를 왜 타게 기다리고 있는 어린 학생까지 옛날 추억을 되새기게 하는 전시물로 꽉차 있었다.
오랜 만에 과거로 회귀하여 마음을 정화할 수 있었다. 함평은 작지만, 곳곳에 사람의 냄새 나는 곳으로 기억한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풋풋한 향기가 나고, 투박한 사투리에서 소소한 정을 느낄 수 있다. 여전히 발전되지 않은 옛스럼에서 서두르지 않은 삶의 넉넉함와 풍요로운 인생의 맛을 보고, 맡고, 느끼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