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책 좀 읽으라는 잔소리

활자를 가까이하라는 훈계의 참뜻

by 사노니

어릴 때 책을 읽으라는 잔소리를 자주 들었다.

왜일까?


골고루 먹으라는 것,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것,

건강하라는 것,

등등의 잔소리는 어린 시절 자주 듣던 레퍼토리들이다.


성인이 되고 나서야 깨닫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참뜻을 미리미리 알라고 조언한 것임을 깨닫는다.


어른들의 단골 잔소리 중 학원 많이 가라, 문제집을 더 풀어라, 같은 건 흔하지 않은데 유독 책을 읽으라는 잔소리는 고정되게 많이 들었던 것 같다.


30대가 되고 이제야 조금 나의 취향과 성향을 파악하며 무엇을 할지, 어떤 것에 행복할지 대략적으로 가늠이 되니 어른들이 말한 책 읽으라는 잔소리를 이해했다.


책을 읽으면 결과에 상관없이 비슷한 삶의 질 향상의 효과가 있다.


1. 활자와 가까운 직업을 택할 확률이 높아진다.
2. 1번과 무관한 직업을 택하더라도 활자를 통해 삶이 윤택해질 기회를 가진다.
3. 나의 주변 인물들이 활자와 가까운 삶을 살게 된다.
4. 문제가 생기거나 답답할 때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하고 접근성이 좋은 방법을 가진다.


공부는 열심히 해도 번아웃처럼 한동안 공부를 더 하기 싫다고 할 수 있지만 책은 강압에 의해 읽든, 자유의지로 읽든, 몰입하는 힘이 생기면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을 깨닫는다.


자연스레 글자를 읽고 해독하는 것이 문자 그대로 '취미'가 된다. 그만큼 활자와 관련된 것에 흥미가 올라가게 되고, 글자를 읽고 문맥을 아는 것에 극한의 어려움과 공포가 사라진다. 활자와 가까운 일들을 선택한다면 모든 것은 '취미'에 가까운 일이 된다.


읽는 것이 '취미'인 사람에게 돈 벌러 간 시간의 대부분이 읽는 것이다?

놀면서 돈을 버는 느낌이 든다.

그만큼 읽는 것은 주요 사무직의 업무 흥미와 밀접한 연관이 있고 장기적으로 일을 하는 현대인에게 높은 삶의 질을 형성하는데 기여한다.


2번과 3번의 장점은 사무직이 아닌 사람은 필요 없겠네?, 를 반증한다.

나는 간호사였다.

간호사는 근무시간의 99%를 움직이며 일한다.

하지만 활자와 가까운 것을 통해 더 나은 직업과 미래를 보장받았고, 책을 읽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는 학벌과 재력을 가져다주진 않지만 좀 더 나은 선택을 하게 만들어줬다.


왜인고 하면, 활자가 익숙하지 않다면 앉아서 하는 보고서 업무와 논문 등의 잘 모르는 서적을 들여다보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어렵다고 포기하면 결국 자신이 부딪혀야 할 큰 산을 넘기지 못하고 늘 하던 것에만 안주하게 된다.


편안하게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며, "로또나 돼야 그만두지." 식으로 귀결되는 도돌이표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공부할걸, 시험 쳐 볼걸, 하는 식으로 후회만 남기게 된다.


어떤 직군에 근무하더라도 활자와 가깝다면 큰돈을 들이지 않고 쉬는 시간에 책을 읽으며 교양과 마음의 양식을 쌓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선택을 해야만 하는 순간에도 도움을 받는다.


그리고 책을 통해 얻은 경험은 자산이 되어 주변 사람들과 자녀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례로 나의 엄마는 독서지도사까지 땄다.

어릴 때 책을 가까이 못해서 애들을 키우면서라도 책과 가까워지고 싶어 책을 읽으려고 교육까지 들었다.

결과적으로, 사회현상이나 삶의 순간에서 고민이 되거나 잘 모를 때 책을 찾아보게 되었고, 자녀들에게 나름 괜찮은 조언과 삶의 태도를 심어주게 되어 만족했다.


이렇듯, 책과 가까우며 활자 읽는 것에 거부감이 덜하면 여러모로 삶의 질이 올라간다. 고로 나도 남편과 아이에게 열심히 책을 읽으라고 할 것이다.


물론, 내가 책을 꾸준히 읽는 모습을 보인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마지막 장점인, "접근성"은 진정한 삶의 퀄리티를 논할 때 이야기할 수 있다.

나 또한 책을 통해 해방구를 찾은 적이 많았다.

책은 작은 부피와 비교적 저렴한 재화(스마트폰, 운동기구보다)로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해외로, 우주로, 고대로 이동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옮겨간 장소에서 시공간에 제약 없이 몰두하고 배우고 익히게 해 준다. 또 다른 영상이 되기도 하고, 죽을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성인 손 하나만 한 책이 이토록 다양한 체험과 해방이 가능하게 하는 이유는 한 사람의 뇌 속에 일어날 수 있는 최대한의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읽고 몰입하고 사유한다는 건 뇌를 가진 인간이 유일하게 지구상에서 다른 생명체보다 차별성을 보이는 활동이다.


읽는다는 활동을 통해 이런 고지능적인 일을 반복하여 훈련을 하면 인간의 뇌가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 점점 향상되는 건 당연하다.


결과적으로 향상된 뇌에서 판단이 빨라지고, 죽음에 가까운 슬픔과 절망 속에서 생존할 방법을 제시한다. 그건 단순히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약물, 음주와는 다른 방법으로 말이다.

출처: 홍진경 유튜브 [공부왕찐천재]
출처: 홍진경 유튜브 [공부왕찐천재]

어릴 땐 공부 열심히 하라는 의미와 일맥상통인 줄 알았던 책을 많이 보라는 충고들은 정말로 인류가 발전하면서 진화해 온 뇌를 좋은 방향으로 발달시키라는 생존법으로 성인이 되어 와닿는다.


다만, 강압보다는 흥미와 즐거움으로 다가가고 그 속에서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건 비단 자녀에게뿐만 아니라 성인이 된 나에게도 끊임없이 필요한 시간으로 여겨진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천직을 찾아가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