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일지로 실습하는 빠르고 잦은 실패
신간도서 추천에 떠서 학교 도서관에 찾아보니 이미 입고되어 검수 중이라길래 잽싸게 예약을 했다.
그리하여 일주일 안에 받아 든 책으로 후루룩 읽어버렸다.
원제는 Fail fast, Fail often
‘빠르고 잦은 실패하기’이다.
임팩트를 주기 위해 빠르게 실패하기로 각색한 듯하다.
내용은 뻔한 이야기지만 실패가 무서워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실제 사례들로 빼곡하다.
시도했다가 이도 저도 아닌 게 될까 무서운 사람들에게 그냥 해보지도 않고 재미없는 삶을 산다고 푸념하는 남은 인생이 실은 더 무서운 거다, 라는 이야기로 실패는 인생의 참 재미를 누리며 살게 해 줄 훌륭한 안전장치라고 안심시키며 어떤 것이 흥미로운지, 내가 뭘 하면 즐거울지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 짓는다.
책을 읽으며 아쉬운 점은,
결국 이것도 ‘성공’을 위한 실패를 겪은 사례들 모음집이었고 실패 자체를 독려하기 위한 기발한 장치가 없었다는 점이다.
저자들은 연구자들이기에 실패 이론을 통해 성공 공식을 마련한다는 목표가 있어 그랬던 것 같다.
한 명의 저자가 여러 경험을 다루면서 실패라는 성질의 것을 깊이 들여다봤다면 대중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이야기가 됐을 아쉬움에 내가 그 대중의 입장에서 부족했던 “실패하기” 장치를 끄적여본다.
아래의 방법은 더 많이, 빠른 시간 안에 실패를 경험하기 아주 좋은 실천법들이 담겨있다.
성공을 보장하는 실패 법이 아닌 실패를 위한 실패 법이니 성공 공식이 궁금하다면 위의 도서를 통해 결론을 도출하기 바란다.
1. 실패하고 싶은 분야를 정한다.
실패는 뼈아프고, 시간과 돈을 낭비한 기분이 든다.
대단히 수치스럽기도 하다.
덜 수치스럽고 덜 낭비한 기분이 드는 실패부터 선정하여 하나씩 늘려가는 것을 추천한다.
내 전공은 간호학이다.
하지만 타이트한 병동 생활이 순간의 실수가 잦은 내 성격엔 맞지 않았다.
그리 세심하고 꼼꼼하지 않은 것도 큰 몫을 했다.
바로 전공을 틀 수는 없어서 돈을 받으며 직무를 전환할 방법을 찾다가 해외봉사를 가게 됐다.
정부지원 무상원조 봉사단이라 생활비와 기타 급여를 받으며 생활했고 여기서 기대치 못했던 일들과 중도 귀국이라는 실패를 했지만 잃은 건 없었다.
모아둔 돈은 없었지만 날려먹은 돈도 없었고
커리어는 중도 절단됐지만 취업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에어백이 있는 실패를 먼저 하다가 점차 대범한 실패로 늘려가 보는 것이다.
2. 실패를 자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살피자.
실패는 기회를 만나야 이뤄지는 법이다.
내가 하고 싶은 분야를 정했다면 실패를 할 구체적인 장소를 모색해야 한다.
20대에는 취업이 나의 실패 장소였다.
간호사 1년, 해외봉사 1.8년과 400점짜리 토익 성적표로 구직 사이트를 쉼 없이 넘나들며 복사, 붙여 넣기 어플라이를 반복했다.
10번 중 8번은 서류 탈락, 2번은 면접 탈락의 나날들이 있었다.
10번이 30번이 되기 전에 합격했다.
급여는 당시 연차를 인정받고 병원에 근무했다면 받았을 연봉과 2배 가까이 낮았지만 간호사 직무가 아닌 다른 일로 도전할 수 있어 입사했다.
이후 1년이 지나서 결혼을 하며 그만두며 또다시 경력 오래 끌기는 실패했지만 말이다.
대학원생이 되어 쉽게 하는 실패 방법은 성적 잘 못 받기도 있지만 공모전에 끊임없이 지원하는 것이다.
99%의 확률로 실패를 자주 할 수 있다.
방학 시간이 되면 2-3개의 공모전에 관심을 주다가 마구잡이로 지원한다.
애석하게도 이번 연도 공모전 실패 횟수가 줄고 성공 횟수가 늘어서 실패 기록엔 넣을 수 없었지만 책에서 말한 자주, 빠른 실패 방법 중 하나이다.
3. 실패일지를 쓰자.
아래와 같은 양식으로 실패일지를 만들어 봤다.
아직 귀찮아서 한 번도 써 본 적은 없지만 활발한 실패를 위해 예시를 작성해봤다.
(위의 파일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링크를 첨부했으니 마음껏 사용하시고, 많은 실패 만들어 보시길 바랍니다)
내가 만든 실패일지엔 별도로 성공했을 시의 칸은 없다.
성공을 했다면 성공!이라고 쓰고 끝이다.
이미 성공에 대한 무수히 많은 증거들(상장, 상금 등)이 날아오니까 말이다.
4. 마지막!
실패일지를 또 하나의 다이어리처럼 훈장으로 만들자.
별거 없지만 쌓이면 뿌듯해지는 다이어리처럼 실패 기록을 쌓아두고 나의 실패들을 돌아보자.
책에서는 이렇게 하면 꼭 개인이 이루고 싶어 하는 수준의 성공을 이룬다고 되어있지만
‘아니면, 뭐 어때? 내 개인적인 기록도 되고 좋지, 뭐.’라는 기분으로 만든다고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