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 딸내미 직장 어린이집 등원 시작
임신했을 때부터 직장마다 어린이집이 있다는 이야기와 직장 내 어린이집이 일반사립이나 웬만한 국공립보다 좋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왔다. 계약직이던, 정규직이던, 아이를 낳고 일을 하는 직원이라면 이용할 수 있다는 말과 이미 졸업을 시켜본 선배들의 말에 꼭 직장어린이집을 보내고 싶었다.
그러다 아이를 낳고 계약만료로 그만두게 되면서 임신할 때 있었던 회사의 직장어린이집은 보낼 수가 없었고, 새로운 곳에 취업을 했다. 새로 취업한 회사는 중소기업이고 규모가 작아 따로 직장어린이집을 설립하진 않았으나 산업단지 직장 어린이집이 따로 있다고 했다.
한 가지 다른 점은 회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기관이 아니다 보니 회사부담금이 따로 있고, 이 부분은 직원 복지 차원에서 회사가 결정해 줄 사안이지, 의무는 아니었다. 회사부담금이 원비로 책정되었기 때문에 회사에서 거절할 경우, 개인이 따로 지출해야 하는 구조였다.
회사에서는 다른 이익 없이 순전히 직원을 위해 법인 통장에서 교육비를 지출해줘야 하는 시스템이었기에 개인적으로도 회사에 요청하는 게 부담이었다.
꼭 직장어린이집에 보내야만 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어차피 아침마다 엄마, 아빠 차를 같이 타야만 하는 가족의 상황 상, 엄마의 직장과 가까운 곳으로 오는 것이 모두의 피로를 덜 수 있는 길이었다.
고민 끝에 회사에 말씀을 드리니 생각보다 흔쾌히 해주겠다고 하셔서 감사하면서 한편으론 놀랐다. 형평성 문제라던가(아이를 가진 다른 직원은 거리상 문제로 해당 어린이집에 맡길 수 없음), 급여 삭감의 조건이라던가, 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별 다른 추가사항 없이 그냥 아이랑 부모가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곳이니까 잘됐네, 하면서 비용부담을 해주셨다.
만 1세 이상의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닐 때, 사립/공립 기준으로 한 달 원비가 아예 안 드는 곳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차량 이용 없고, 특별활동이 없는 곳일 때 입학금 외에 1년간 지출되는 비용은 없는 편이지만 소소하게 생일 준비, 행사 준비 등의 명목으로 지출되는 부분이 있다고 한다. 18개월이 지나면서부터 교육과정이나 체험활동에 참여할 수 있으면 이런저런 명목으로 지출이 되고, 0~50,000원가량이 매달 지불되고, 차량 이용이나 식당구조 상 추가비용이 드는 원의 경우 10만 원 대까지도 지출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회사부담금 확정을 받고 나서 어린이집 면담을 갔고, 신학기 OT에 참여했다. 건물은 단독으로 되어 있으며 산업단지 조성할 때 계획 준공되어 건축 공모를 통해 지어졌다. 그래서인지 지날 때마다 사람들이 저 건물은 뭐야, 하며 신기하게 보는 곳인데 우리 아이가 매일을 보낼 곳이 되었다.
건물 안은 넓고 쾌적했다. 단독으로 건물이 있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들은 비슷할 것이나 0세 전용 어린이집을 다녔으니 아담했던 가정 어린이집과는 다른 환경이었다.
코로나 영향 탓과 아이가 너무 어려서 특별히 부모 모임이랄 것이 없던 반면, 아이와 함께한 OT와 부모 OT를 거치면서 느낀 것은 정말 부모 모임이 많구나, 였다. 단순히 선생님하고만 교류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원에서의 공동체 생활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선생님들의 노동력을 갈아서 하는 거겠지만...)
이제야 '학부모'가 되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1세 반이라 크게 하는 건 없지만 집이 아닌 자신만의 사회생활을 꾸려가는 아이를 지켜보는 학부모 새내기에 도입한 것이다.
3월 한 달간 적응기간이라 9시-10시 재원 하기로 했다. 한 시간씩 있다 오는 아이를 남편이 하루종일 보기엔 체력이 소진되어 8시 출근시간인 내 시간에 맞춰 같이 사무실로 올라갔다가 한 시간을 보내고 남편이 쉬고 있는 차로 내려보낸다.
8시에 출근하는 직원들도 있지만 대부분 직원이 9시에 출근해서 한적하기도 하고, 일이 많은 날만 아니면 8시에 출근하자마자 급하게 할 일이 없어서 아이와 함께 의자에 앉아서 동요 들으며 간단한 업무 확인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회사가 좁지 않은 것도 큰 장점이었다. 한 개 층을 회사에서 임대하는 구조라 가만히 앉아있는 게 지루해질 때 즈음 다른 부서 사무실에 들러 인사 세리머니 하면서 시간을 때우고 있다.
직원들도 아이를 이뻐해서 반갑게 맞아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다들 아이가 오후까지 재원 하면 점심시간에 보러 갈 것이라며 고대하는 중이다.
원래도 회사에 별 불만 없고 먹고사는데 지장 없고, 안 바빠서 좋았는데 아이와 가까워지니 새삼 참 좋은 회사에 근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첫 일주일은 남편이 유리창 밖에서 지켜보며 떨어져 있는 시간을 보냈다. 그다음 일주일부터 아이 상황에 맞게 30분에서 1시간 늘려서 아이를 맡기고 남편은 어린이집 밖에서 시간을 보낸다.
첫 2일은 아빠가 있는 걸 알아선지 별다른 거부감 없이 잘 들어가서 놀고 나왔는데 아빠가 유리창 밖에 없는 시점부터 울기 시작했다. 이번주 초까지만 해도 들어갈 때 떠나가라 울고, 나올 때까지 히끅히끅하며 울다 하원했는데 점차 줄어들고 있다.
먹보딸이라서 들어갈 때 우는 건 아침 간식을 받고 나서 그치게 됐고, 그 뒤로 평화롭게 잘 놀았다는 후기를 알려주셨다.
(문제는 너무 잘 먹어서 입이 짧은 친구들 간식까지 섭렵하고 다닌다는 것;;)
빨리 적응해서 다시 또 다른 집처럼 편안함을 느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