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캉스터딩맘의 갓생
갓생은 갓(God)과 ‘인생(生)'을 합친 합성어로, 부지런하고 생산적인 삶 또는 일상에서 소소한 성취감을 얻는 삶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을 뜻하는 MZ세대의 유행어. 출처: 네이버 오픈사전
요즘 갑자기 '갓생'을 살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의도한 대로 부지런해진 것은 아니고 '어쩌다 보니...' 부지런하게 물 샐 틈 없이 채우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3월, 개강을 하고 수강정정을 하면서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퇴근 후 수업으로 개인시간을 가득 채웠다. 그나마 금요일 수업은 비대면이라 학교는 주중 3일만 가도 된다.
1월에 이사를 해서 새로 온 집 정리가 끝나고 회사일이 바삐 들어오니 2월이 지났다. 이사오기 전 집 앞 수영장을 방학마다 다녔는데 한 달간 일하느라, 논문 쓰랴, 외주 하랴, 운동을 전혀 못했다. 근처 수영장을 찾아서 일회권으로 한 번씩 다녀보고 자전거로 이동가능한 시에서 운영하는 수영장과 시간이 맞아서 수업을 안 듣는 월요일이나 주말에 자유수영을 다니게 됐다.
2월 방학동안 해야 할 일과 새로운 일들이 쏟아졌다. 회사에선 고객사의 신약이 출시되어 여러 자료들을 생산해야 했고, 개인적으로는 연구종료 시점이 다가와서 논문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고, 덩달아 브런치를 통해 외주작업이 들어와서 메디컬 콘텐츠도 하나 만들었다.
일하는 시간에는 일을 했고, 퇴근후나 주말에는 모니터 앞에서 이일 저일 부지런히 했다. 그럼에도 아이가 엄마를 찾을 만큼 함께 깨어있는 동안은 최대한 함께 놀아주고, 밥을 주고, 씻겨줬다.
이쯤 되면 미라클모닝(새벽 4-5시에 기상해서 운동이나 독서, 공부하는 것)과 순공시간(순수하게 공부한 시간 기록해서 공부량 확인하는 것) 빼고 어지간한 갓생 하나 이상은 매일 수행 중인 셈이다.
2월에 굵직한 일들을 끝내고 나니 3월 개강이 왔다. 그러나 2월의 남은 일들이 장난감화살처럼 튕겨져 오기에 대학원 인생을 시작한 상태에서 2월의 갓생이 지속되고 있는 현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말이면 남편이랑 아이랑 놀러 다니고 집에 있을 땐 육아하면서 할거 다 하는데 절대 무리, 노력, 과로, 이런 것들과 굉장히 무관한 삶을 살고 있다.
갓생은 노오오오오오력이 수반된 고도의 자기 계발이자 엄청난 부지런의 상징인데 배우자가 바라보는 나는 집에 와서 핸드폰을 주물럭 하며 쓸데없이 누워있기만 하는 잠만보와 동일하다고 한다.
왜냐하면, 딱 갓생처럼 보이는 수영, 공부, 일, 최소한의 육아 빼고 나머지를 거의 한 개도 안하기 때문이다. 내 힘으로 하는 먹기, 배변하기, 씻기 외에 출퇴근 대중교통에 치이기, 밥하고 치우기, 청소, 빨래, 힘든 화장과 코스튬이 제외된 삶이라서 그런 것이다.
전업주부가 집에 있는 워킹스터딩맘은 갓생을 살 수 있다!
하지만 기혼자의 갓생은 누군가의 희생과 배려 덕분임을 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