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노니 May 17. 2023

타율이 낮은 삶

요즘 오타 발견율이나 검수율이 낮다.

이일 저일 열어놓다 점검하려니 몇 달 전의 원본이나 초본을 열어서 대조해야 하는데 귀찮다고 눈으로만 보다가 놓친다.


마치 이것저것 할 줄 알아서 만능 일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해 놓은 걸 보면 제대로 되는 게 1개도 없다.

번역이 완벽하길하나, 콘텐츠 작성이 완벽하나, 검수를 똑바로 하나, 요즘 내 인생 같다.


엄마도 하고, 학생도 하고, 직장인도 하는 멀티 플레이어로 소문났지만 들여다보면 죄다 낙제 점수다. 가끔 잘하면 B정도고, 늘 C정도가 기본값이다. 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올림픽 같다. 경험이 자산이라 이쯤이면 통장만 만들고 통장마다 잔고가 10원인 셈이다. 


실수를 줄이고, 능력치를 올려야 하는데 매번 지나고나야 아, 틀렸구나, 가 된다. 제자리를 맴도는 기분이 든다. 



이러한 단점을 상쇄하고자 속도를 높이는 것에 장점으로 삼았다. 

'하지만 빨랐죠?'

하는 자기 합리화에 불과하지만 뭐라도 한 가지 반대되는 장점이 있다는 건 개인의 자존감을 위해 중요하다. 

출처: [하지만 빨랐죠], 나무위키

실수를 하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결과물을 내고, 완성하고, 또 만들고, 하는 일련의 과정을 멈추지 않는다. 그럼 어차피 꼼꼼하지 않은 거, 양으로라도 승부를 본다는 자기만족이라도 건진다.


최선의 방법은 아니지만 한정된 재화 안에서 차선의 차선의 차선책이다. 


아이에게 엄마표 영어라던가, 대단한 교육은 못해줘도 '엄마가 있다.'에 최선을 다한다. 

남편에게 완벽한 반반살림을 제공하거나 차고 넘치는 통장 잔고를 선사하지 못해도 빚은 안 지고 살림하게 한다.

회사엔 내가 존재해 준다는 이유로 출근을 하고, 학교엔 교수님들 수업 심심하지 마시라고 질문봇이 된다는 의의를 두고 다닌다. 


많은 것에 발을 담그는 용두사미 ENFP가 정신승리하는 방법으로 하루를 살아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