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브런치만 하는 이유
브런치도 SNS의 한 종류다.
대신 성격이 다른 SNS다.
요즘 사람인도 잡코리아도 다 SNS로 변모되었다.
소통이 돈이 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양한 특성의 그룹들을 모아 소통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SNS가 되면 돈과 인지도를 높이는 방편이 된다. 얼결에 그 막차를 탄 건 나다.
돈과 인지도가 많아졌다는 게 아니라 그 방편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이다.
처음 유튜브가 돈을 벌 수 있는 최고의 수단으로 각광받고, 블로그가 그다음 열차로 떠났다. 그럼에도 별로 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들었다. 하면 내 얘기를 하기 좋을 거 같은데 꾸준히 할 자신이 없었다.
마음을 먹고, 어찌어찌 어그로를 끌어 팬이 생기면 계속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어찌어찌'까지 갈 수가 없었다.
중국에서 아무리 심심하고 할 일이 없다한들, 일생이 카메라와 멀리한 사람인지라 일상을 영상으로 남기는 게 안 됐다. 유튜브를 올리고 싶어도 뭘 찍어야 올리지. 사진이던 뭐던 뭐가 있어야 유튜브라는 걸 할 게 아닌가.
재료가 없는데 음식을 만들 순 없었다.
그다음 타자는 블로그와 카페.
대학생 때부터 저걸로 하면 검색해서 사람들이 보겠지.
내가 하고 싶은 얘기 떠들어야지.
사진 올려야지.
맛집 후기 남겨야지.
시작도 못했다.
유튜브와 똑같은 이유였다.
뭘 찍어야지.
뭘 적어놔야지.
저녁이 되면 당장 아침밥 뭐 먹었는지도 기억이 안 나는데 뭘 적어.
남은 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헛소리를 잘 쓰던 페이스북과 지인들과 카톡은 안 해도 안부를 주고받는 거 같은 느낌의 인스타는 중독자였다. 잘 보고 잘 쓰고 남의 거에도 잘 기웃거렸다.
그런데 활성화를 해놓으니 이상한 똥파리들이 자꾸 와서 음란 댓글과 쪽지를 뿌려대서 비공개 계정으로 돌렸다. 아이까지 낳으니 팔불출 엄마의 요란스러운 애기사진 투척에 비공개는 계속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걸로 뭔가를 지속해서 기록이라고 할 만한 거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 얘기, 남한테 별거 아닌 내자랑, 근황토크뿐이었다. 학점 2점대로 졸업한 애가 왜 아프리카까지 가서 중국에 와서 살고 있는지 썰을 풀고 싶은데 그럴만한 장이 없었다.
그때 생각난 '카카오 브런치'
결혼도 트렌드에 맞게, 그러나 흔하지 않은 '가족 결혼식'을 했다.
흔치 않은 결혼도 준비하려니 왜 이렇게 정보가 없는지.
네이버는 펜션 결혼식, 스몰 웨딩만 나왔다.
아니, 그거 말고 나는 명절에 모이는 가족만 딱 모여가지고 하는 결혼이란 말이야.
50명 이내의 밥 먹는 식당 빌리고, 사진 찍고 하는 거 알려줘.
초록창에서 답을 찾지 못해 구글링을 했다.
구글은 브런치 글에서 해답을 알려줬다.
"여기 너 같은 애들 많아."
오, 내가 하려던 가족 결혼식은 애교 수준으로 독특하고 아름답게 자신만의 웨딩을 치른 사람들이 많았다. 이효리가 아니어도 가정집에서 결혼을 한 사람도 있었고, 국제결혼이라 한옥에서 직계가족만 치른 웨딩도 있었다.
점차 웨딩이라는 매개로 접속한 브런치에서 왜 그런 평범하지 않은 형태의 웨딩을 했는지,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연결된 다른 사람의 글도 파도타기로 읽다 보니 플랫폼이 참 괜찮아 보이더라.
시중에 출판된 책이 아니면 이런 특이한 이야기는 볼 수 없었는데 말이다.
재미있었고, 나도 나름 어디 가서 비범까진 아니더라도 웃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의 플랫폼들에서 시작도 못해본 게 브런치에서는 해볼 수 있겠다 싶었다.
그렇게 시작한 브런치.
일단 다이내믹했던 아프리카로 포문을 열고, 내 적성을 찾아서 시집온 얘기를 적어보자.
포문을 열자마자 한 번씩 몇 백회의 조회수가 나오는 것을 보고 이것이 카카오의 힘인가, 생각했다.
포털 메인에 노출되면 순식간에 많은 구독자가 생기고, 댓글과 하트가 남겨졌다.
한 달 몰아서 재밌게 하다가 뜸해지면 안 하고, 그러다 조회수 폭발하면 다시 자리 잡고 쓰고, 이런 식으로 하다 보니 어느새 5년이 됐다.
희한한 도전정신으로 브런치로 출판도 한다던데 나도 시도해 볼까, 하다 얻어걸린 출간 기회.
눈알 빠지게 원고를 쓰고 보고 씹는 중이라서 언제 출간이 될지, 진짜 출간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하기로 한 거 출간계약 미팅 때 주신 피드백으로 아기 재우고 타자를 뚜드리는 중이다.
원고 페이지를 볼 때마다 내가 지금 뭘 저지른 것인가.
아직도 어벙벙하여 지금의 맘을 기록하고 싶어 쉬는 시간에 휘갈기듯 브런치에 남긴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해보세요. 어디로 가든 후회는 없을 거랍니다.
라는 뻔한 말로 소소한 마무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