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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니 Sep 27. 2023

출간일기 - 표지

내지가 완성될 즈음, 표지 작업에 들어갔다.

표지 또한 출판사 측에서 준비하여 내지와 맞게 제작하여 작가는 비용이 들지 않는 게 보통이지만, 작가 개인이 원하는 디자인이나 일러스트가 있다면 작가 저작권으로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나 또한 후자의 경우로 디자이너 동료에게 의뢰하여 만들었다. 물론, 계약서 작성과 비용 지급은 자비로 했다. 그 대신 표지에 대한 저작권은 작가에게 귀속된다.


저작권을 작가가 안 갖고, 출판권을 가진 출판사에서 비용만 지불하여 작가가 원하는 일러스트레이터가 작업하는 방식도 존재한다. 이건 계약 때 출판사와 명확히 얘기해 두면 좋다.


표지를 따로 작업하고 싶은 건, 내 의사였다. 내가 원하는 스타일이 있었고, 이 스타일을 잘 맞춰줄 수 있는 일러스트레이터로 같이 일하던 동료가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책 편집 디자이너 선생님의 디자인도 아기자기하고 좋았지만 내가 원하는 굵은 선의 그림과 원하는 시안을 여러 번 번복하지 않을 것 같아서 결정한 생각이었다.


첫 책이고, 표지 작업도 직접 참여해 보고 싶어서 자비로 제작을 했다.



다른 책을 보고, 내가 원하는 이미지를 캡처해서 저장한다. 아래 사진처럼 내가 원하는 느낌은 간단한 인물이 나오는 캐릭터 일러스트였다. 아주 어렵거나 복잡해 보이지 않지만 심플한 선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한 번에 표현해야 되기 때문에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부분이었다.

다른책 표지와 내가 만든 도안

단순히 레퍼런스만 주고 작업을 하면 나중에 내가 원하는 느낌에 도달할 때까지 수정을 많이 할 것 같아서 원하는 이미지를 아이패드에 그려 넣었다.


내가 지나온 직업들이 있으면 좋겠고, 하단엔 부연설명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때까지 뒤표지 시안은 없는 상태였다.


작업에 들어가기 전, 내 과거 사진과 시안에 도움이 될만한 자료를 소통하며 주고받았다. 자잘한 소통은 거의 없었고, 굵직한 이슈만 해결한 뒤 5일 동안 디자이너 동료가 작업을 하여 시안을 주었다.


한 가지 배경 설명을 하자면, 회사 다니면서 만족도가 높은 이유 중 하나가 도깨비방망이 같은 디자인 작업물 덕분에 세세하게 수정사항이나 디테일을 일러주지 않아도 돼서 좋다.


11월에 웹소설을 론칭하는 친구의 경우, 동료 작가가 일러스트레이터와 작업할 때 삽화 하나당 들어가는 메모 문구가 10개가 넘는다고 했다.


작가마다 다를 순 있겠지만 대개 웹소설 일러스트가 그런 식으로 진행된다고 하며, "느낌 있게~"라고 말하면 다음날 뿅 하고 '오 느낌 있네~' 하는 결과물이 나오는 건 꿈같은 이야기라고 했다.


대망의 시안 개봉일에 아래 두 가지 시안을 받았고, 여기서 짤막하게 SNS 투표를 거쳐 두 가지 색상과 캐릭터가 합쳐진 표지로 결정되었다.


A시안, B시안

평소와 같이 알잘딱(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결과물이 나왔다. 색깔과 그림체가 디렉션에 맞게 나머지는 디자이너의 감각이 가미하여 원하던 표지가 나와 만족스럽다.


작가소개와 뒤표지는 표지 시안 완성된 날 바로 작성해서 드렸고, 편집 디자이너 선생님께서 잘 맞춰서 작업해 주셨다.


제목은 가제대로 가기로 했고, 출판사 스타일에 맞게 작가이름과 출판사명을 수정한 뒤, 가제본을 받았다.

가제본을 통해, 몇 가지 수정사항을 거쳐 아래와 같이 최종 표지가 나왔다.

최종본
책등과 뒤표지 포함

대략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던 일이 눈앞에 보이니 한걸음 더 다가온 출간이 실감 났다.

(실감을 몇 번이나 하는 건지 ㅎㅎㅎ)


너무 사적인 이야기라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 걱정도 되는 출간 전 블루를 겪고 있는 하루하루다. 그럼에도 브런치에 글을 쓰고, 출간을 위해 원고를 쓰며 만난 사람들의 한 마디, 한마디에 용기를 내어 없던 자존감 박박 긁어모아 캡숑짱인 책이라고 주문을 외우고 있다.


특이하지만 비범하진 않고, 모자라지만 그렇게 덜떨어지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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