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 영화 [보트]를 본 적이 있다.
하정우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츠마부키 사토시가 나온 한일합작 영화였는데 평론가와 다수의 대중은 망작이라는 평을 남긴 영화였다.
당시 유명 가수의 뮤직비디오 영상으로 사용된 영화 장면이 보고 싶게 만들어 따로 구매하여 감상하게 된 것이다.
대중의 평은 정확했다.
이야기 플롯은 이것도 얘기하고 싶고, 저것도 얘기하고 싶은 감독과 각본가의 마음이 담겨 있는 뭐 전개가 이래?, 하는 영화였다.
망작은 맞는 말이었으나 묘하게 장면마다 다시 보고 싶은 포인트가 있었다.
수려한 경관이 있는 것도 아니요, 배우 얼굴만 봐도 화면이 빛나는 것도 아닌데 두 주인공의 슬픈 서사와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연기하는 모습들이 볼만했다.
조연 아저씨가 김치를 먹는 장면은 나도 김치를 먹고 싶게 만들었고, 결말의 새드엔딩이 내레이션 하는 하정우의 대사가 귀에 맴돌아서 자꾸만 되감기를 하여 봤다.
내 기준에서 영화는 n차 관람이 가능할 만큼의 힘이 있었다.
이 이야기를 함은 아마도 내 책이 띵작은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게 와닿는 간직할 만큼의 책이지 않을까, 하는 나만의 기도이다.
책의 시작은 2019년 중국 교민 생활 때부터였습니다.
작정하고 책을 내려고 쓴 건 아니었지만 20살 이후로 지나온 발자취가 기억 속에 사라지는 게 아까워 쓰기 시작했습니다.
광고로 도배된 다른 플랫폼들보다 가독성이 좋아 보인 글쓰기에 최적화된 브런치스토리는 맘껏 장문의 글을 적기에 좋았습니다.
처음엔 해외봉사 수기를 책으로 내려다가 실패의 실패를 거듭한 단원(제재조치받음)이라 안 돼서 그냥 공개글로 끄적이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다 보니 평생 살 것 같았던 중국 교민생활은 1년 반 만에 막을 내렸고, 코로나의 한복판에도 서 있어 봤고, 팔자에 없을 거라 생각한 애도 낳으면서도 없애지 않은 브런치 계정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였습니다.
브런치는 가입하면서 자동으로 내 취향에 맞는 작가가 구독이 되어 나의 구독자들은 브런치가 휴면상태일 거라 생각했는데 몇 개월간 비운 집에 다시 들어와 소식을 알리니 기다렸다는 글에 아, 계속 써야겠구나, 느꼈습니다.
이게 뭐라고, 아줌마가 주절주절 늘어놓는 말에 응답해 주시는지, 과분할 지경이었죠.
그러다 그 심정을 감추지 말고 책으로 만들라는 알고리즘에 이끌려 어느새 출간 기획서를 작성하고 있었네요.
그냥 그냥 살아왔는데 듣는 사람들마다 신기하고, 멋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아니에요! 난 진짜 별거 없어요! 나라는 사람이 이 정도 했으면 당신은 우주정복 할 수 있다고요!'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부끄러운 사실도 까발리고 되도록 왜곡 없게 작성하려 노력했습니다.
다만, 출산과 함께 뇌의 일부분도 낳으면서 기억력 감퇴가 와서(쿨럭) 조금 삭제된 기억을 떠올리며 최대한 완성도 있는 글을 쓰려고 했습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다 작가가 부족한 탓이고, 잘 된 부분이 있다면 출판사가 잘 포장해 주시고 구독자님들이 이쁘게 읽어주신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개나 소나 간다는 대학원도 가고, 개나 소나 쓴다는 책도 썼지만 여전히 대학원생도 출간작가도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교보문고, 예스 24, 알라딘 어디라도 찾아보실 수 있으니 관심 있는 구독자 분들의 리뷰와 서평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