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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니 Sep 12. 2019

[출간전 연재] 국내 교육 5주

출국 전 준비 시간들

*본 글은 종이책 출간 전 발행 글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향후 출판 서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퇴사하고 약 3주간의 시간이 주어진다. 

여기저기 놀러 다니면서 코이카 해외봉사 간다는 소식을 알리면서 2주가 지나니 국내 교육 입소 시기가 다가왔다. 


강남에 양재 교육원과 강원도 영월에 월드 프렌즈 빌리지 교육원이 있으며 보통 일반 봉사단원은 영월에서 5~8주간 (교육기간은 교육 후 설문 등을 통해서 기간이 변경된다) 국내 교육을 받게 된다.

(남편은 양재에서 교육을 받고 출국하였다)


영월까지 개인적으로 갈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거리가 멀기 때문에 강남의 양재 교육원에서 집합한 뒤에 관광버스를 타고 같이 출발한다. 최종 합격 후, 모든 절차는 상세하게 안내를 해주기 때문에 안내문만 잘 읽고 따라가면 된다. 옷 사이즈부터 시작해서 해당 국가별 필요한 서류가 상이하기 때문에 필요서류 구비, 여권 처리 등을 상세하게 알려준다.


영월 교육원은 예상대로 한적하고 조용한 강원도 시골 동네였다. 읍내에서도 한참동안 산골짝을 달려 들어가면 텔레토비 동산 같은 곳이 펼쳐진다. 교육 본부 및 강의실과 숙소는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할 정도로 내부 부지는 상당히 크다.

(그래서 쉬는 시간에 숙소에 볼일이 있으면 뛰어갔다 와야 한다. 지각하면 감점ㅠㅠ)

영월교육원 전경


가자마자 짐 풀기 전에 지급품이 가득 쌓여 있는 전체 강의실로 올라간다. 모든 것은 역시 다 세팅되어 있고, 숙소, 사물함, 자리 등은 모두 교육원에서 정해준 순서에 따라 진행된다. 최종 합격 안내문부터 시작해서 모든 과정은 게임의 튜토리얼을 따라가는 느낌이다.


튜토리얼이 다 끝나고 나서 본 게임이 너무나 어렵다는 게 단점인 게임이지만 말이다.


옷도 종류별로 주고 교육책자 등도 다 있지만 이것은 시작이다. 단복도 맞추고, 구두 사이즈 확인하고, 안전물품 한 박스 지급하고 교육마다 새로 지급되는 책자들과 파견되고 나서도 받는 파견국 지급품, 그리고 명절마다 나오는 격려품까지 받게 될 것이 많으니 개인 비품은 정말 개인적인 것(약품, 특정 화장품, 가공식품 등)이 아니면 간소하게 챙기는 걸 추천하고 싶다.


교육원 일정은 전체 5-8주간의 생활 스케줄이 안내책자 뒤에 상세하게 나와있다. 아침 7시에 기상해서 가벼운 단체 구보를 하고 체조를 한 뒤에 세면하고 아침 식사하면 아침 일과가 끝이 난다. 바로 오전 수업이 시작되며 보통 영어수업으로 오전을 시작하고 뒤이어 여러 강의와 특강, 현지어 수업이 줄줄이 소세지처럼 이어진다.


그 와중에 개인 동아리 활동도 있으며 봉사활동도 있다. 


동아리 활동이란, 교육원에 있는 예비단원들이 만드는 본인들만의 소그룹이며 종교 모임도 있다 (종교시설이 교육원 내부엔 없으며 주말에 외출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같은 종교인 사람들끼리 예배나 미사를 드리기도 한다). 


봉사활동은 예비단원들이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활동으로 교육원에서 정해준 활동들 중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정해서 하면 된다. 이때, 인원이 정해져 있으므로 인기(?)있는 활동은 빨리 마감이 되니 눈치게임을 잘하여서 정하면 된다.


이렇게 시간표에 맞춰서 활동만 하면 끝인가?

놉. 절대 그렇지 않다.


그냥 개인이 돈 주고 가는 봉사활동이 아니기 때문에 일정 자격조건을 위한 시험이 존재한다. 누구를 떨어뜨리기 위한 시험이 아니라 국제개발협력 사업의 일환이 되는 공적 개발원조 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비용이 쓰이기 때문에 개발협력과 관련되는, 현지어와 관련되는, 최소한의 기초 지식을 갖춰라는 의미로 시험을 친다.


그렇다고 시험만 치는 것은 또 아니다. 기본 태도 점수 또한 평소에 매겨지기 때문에 지각, 휴대폰 사용 적발, 무단 외출, 그 외 규정 위반 등을 지키지 않을 시에 벌점이 쌓여 강제 퇴소를 당할 수도 있으며 이러한 규정의 굴레는 파견 후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문제는 파견 후의 규정은 국별 사무소마다 다르기 때문에 혼란을 야기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자세한 스토리는 파견 후 스토리에서..)


몇몇 에피소드들.


1. 성인지 교육

몇 년 전부터 공공기관에는 부패 척결과 성희롱 예방교육이 큰 화두로 떠오르며 공직자들의 선진화를 위하여

여러 특강들이 필수로 만들어졌다. 


예비단원 또한 마찬가지였다. 문제가 되는 점은 예비단원의 세대 스펙트럼이 매우 넓기 때문에 강사님들과 교육자들이 서로 힘들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특히, 오랫동안 공직이나 기업에 몸담고 계시던 중장년층인 시니어 선생님들과 이제 갓 사회초년생인 20-30대 단원 간의 성인지 수준은 당연히 차이가 나면서 불필요한 잡음이 생길 때도 있었다. 지금이야 지위를 이용한 완력의 성추행과 성폭행이 법원 판결로도 인정되었지만 4년 전만 해도 그게 왜 추행이냐고 따지는 시니어 선생님들이 계셨기 때문에 (물론 지금도 계실거라 생각함) 그 수업시간은 굉장히 여러 사람들을 각자의 입장에서 힘들게 했던 경험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몇몇 시니어 선생님들은 결국 성희롱 및 추행으로 인한 자격 박탈이 되었다.



2. 반크 역사교육

'반크 (Vank)'

독도문제, 역사왜곡 바로잡기 운동으로 어디선가 들어봤다 싶은 단체인지 활동인지 하는 곳으로 알고 있는 곳이었다. 


막연히 정부기관인 줄 알았던 이곳은 알고 보니 박기태 단장님이 세우신 민간사회기업이었고 서경덕 교수님처럼 정부가 할 일을 개인이 정부기관에서도 못 낼 성과를 내고 계신 활동의 일환이었다. 단순히 역사왜곡 문제만 바로잡고 계신 것뿐만 아니라 단원들이 해외에 나가서 대한민국을 알리고 교육할 수 있는 도움이 되는 실물 자료들 (우표, 스티커, 지도, 엽서 등)을 무상으로 나눠주셨다.


이때 주신 물품과 교육들은 2년의 기간 동안 한국을 홍보하는 데 요긴하게 쓰여서 개인적으로 단체가 많이 알려지기 바란다.



3. 메르스

국내 교육 입소 직후, 메르스가 한창 창궐하던 시기였다. 그 덕에 다른 기수들은 다 나가는 외박을 못하고, 우리 기수만 주말 6시간 외출로 바깥세상의 그리움을 달랬다. 혹여라도 외박 후 귀소 후에 감염된 일부 사람이 전체 기수가 출국하는데 지장을 줄까봐 선택한 교육원 내부 결정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나가지 못해도 외부 방문객들은 교육원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영월교육원의 목적은 단순히 파견되는 코이카 봉사단원만 교육하는 데에 있지 않고, 글로벌 시민 교육 및 한국의 공적 개발 원조 사업을 알리기 위한 지역 중심 문화원이기도 했다. 


교육 기간 중에 해외 연수생들이 교육원을 방문했는데 그 중 중동을 거쳐 입국한 한 학생이 교육원 내에서 갑자기 열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시간은 저녁 식사 중이었고, 대다수가 식당 안에 있었다. 급히 발생한 일이라 공지도 없이 식당 문이 잠기면서 한 20분가량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못한 감금의 현장이 되었더랬다. 


그때는 참 별일도 있구나, 했는데 내 단원 생활을 돌아보면 좁쌀의 귀퉁이도 안 되는 에피소드였다, 하하하.



4. 콧바람

이쯤 되면 가만히 책상에만 앉아있는구나, 싶지만 그렇게 답답해서 나가고 싶다 할 즈음에 현장체험학습을 데리고 나가주신다. 


유치원생들 인솔하는 것처럼 교육원 선생님들이 관광버스로 데려가고 인솔하면서 청령포도 가고, 한반도 지형도 가고, 아프리카 박물관도 가면서 영월의 주요 지형지물 및 관광지를 두루 볼 수 있는 기회도 가졌다.

청령포 사진


이렇게 4주가 지나면 각 분야별로 직무교육을 받으러 다른 기관으로 향한다. 일주일가량, 외부 대학 및 교육기관에서 제공하는 기숙사에 새로 방을 배정받아 숙식을 한다. 대부분의 직무는 신한대 내부에서 담당 학과별 교수님이 강사들을 초빙하여 실질적 직무 지식을 교육해 주신다. 


다만, 국제개발협력의 역사가 길지 않은 한국에서 전문성을 가진 개발원조 수업을 각 분야별로 제공하기에는 한계가 많기에 대략적인 전공 과정 다시 한 번 훑어보는 시간 정도로 지나갔던 것 같다. 강사님들 중엔 해당 직무의 귀국단원들이 초청 혹은 본인이 자발적으로 신청해서 오셨다. 많은 동기들이 귀국 후, 이 시간에 특강을 가기도 한다.


이 모든 시간이 끝나면 활동 중인 나에게 부치는 편지를 쓰고 동영상을 찍고 단복을 맞추고 수료식을 하면 집으로 돌아가 열심히 짐을 쌀 시간을 갖게 된다.


+ 갑자기 출국일이 미뤄져서 동기들과 같이 부산에 다녀옴. 이렇듯, 변수는 계속해서 발생한다.

비 오는 날, 감천문화마을


광안대교 앞에서 마지막 한국 회를 먹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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