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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페이 사용후기

보편적 복지에 진입한 사회

by 사노니

코로나 19가 확산됨에 따라 경제에 미치는 타격감이 하루, 이틀 견딘다고 해결될 일이 아님을 깨달은 정부기관은 다 죽기 전에 당장 확보된 예산을 풀기로 결정한다. 그 결과로 지방정부 수준에서 전 도/시민을 위해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원했다. 빠른 의사결정과 정보 전달을 위해 밤낮없이 뛰어다니고 컴퓨터 앞에서 고생했을 공무원 및 관계자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물론 말이 많은 건 사실이다. 한두 푼도 아니고, 가계부에서 10만 원이 지출된다 해도 심히 고민하고 결정하게 되는데 몇 조에 달하는 세금을 쓴다니 극명하게 갈리는 의견은 당연하다. 그러나 아무도 앞날에 대해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뉴딜정책(미국 대공황 당시 국가가 실시한 사업으로 고용률을 높여 경제 순환을 원래대로 돌려놓으려 한 정책)도 그 당시에도 현재에도 장/단점 중 한 가지에 치우쳐서 말하기 어렵지만 내가 마지막으로 배운 교과서에서는 긍정적 평가였다.

다 써버린 파주 페이와 경기도 페이 현금카드

단발성 지급이라 여전히 효과성에 대해 논란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느낀 점이 있다면 보편적 복지가 무엇인지 한 걸음 피부로 와 닿은 기분이었다.


기존 아동 꿈나무카드 등 결식아동카드를 쓸 때 가맹점도 별로 없고 쓸 수 있는 액수/조건이 까다로워 실 사용률이 떨어지고 결국 가까운 편의점에서 간식 정도 사 먹을 요량 밖에 안된다는 것을 많이 들어왔다. 그리고 언제든 사용할 수 있게 사용처를 찾고, 사용처에 문의하고 사용하는 데 있어서 '낙인'이론이 존재했고, 복지가 아니라 '동냥'에 가까운 형편이었다. 그렇다고 한꺼번에 모든 인식이 바뀐 것은 아니나 사용자가 사용이 어려운 서비스라면 방법과 제도에 대해 분명 제고해 볼 만하다.


까다로운 재산 기준이 아닌 모든 사람에게 지급이 된 재난지원금은 기존에 사용이 힘들었던 복지카드들과 비교해서 매우 다르다. 한 번도 '복지'의 혜택을 직접 접할 기회가 없던 사람들이 능동적으로 사용처를 찾고, 공유하고, 제공되는 서비스에 대한 불만사항 등을 토로하면 바로 몇 시간 뒤 기사가 되어 서비스 향상에 도움이 된다.


쓰면서도 과연 이런 단발성 제도로 뭐가 나아질까. 정부 재정이 모자라면 어떡해. 더 큰 쓰나미가 뒤에 있는데 지금 펑펑 푼 거면 정작 도움받을 때 못 받는 거 아냐. 하며 걱정이 되지만 다른 한편으론 원래 인플레는 있어 왔고 애매한 소득 분위 사람들은 이럴 때라도 받는 게 있어 다음 세율 증가 때 납득할 수 있지 않을까(그래도 오르면 팍팍해지겠지만). 정부 돈 받는 게 어렵지 않으면 혜택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더 편하게 쓸 수 있지 않을까.


"복지를 제공받는 사람이 무능해서가 아니라 상황이 주는 취약함으로 인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인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 는 불편부당성의 원리에 따라 이뤄지는 사회적 복지가 우리 사회가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모습 아닐까.


대학생 때 어린이재단에서 모집한 방과 후 아동 돌봄 자원봉사를 한 학기 동안 한 적이 있었다. 사전 교육을 받으면서 인상 깊었던, "차상위만 오는 복지관이 아니라 모든 아이가 올 수 있어야 혜택이 필요한 사람에게 온전히 돌아갈 수 있다", 는 말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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