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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를 시작한 지 일 년이 지났다.

그동안 있던 변화들

by 사노니

2019. 07. 01

아이가 없는 주부의 삶은 심심하다. 게다가 말도 안 통하는 중국이라 고립감은 더 크다. 돈 버는 건 바라지도 않으니 향후 나를 위해 건설적인 일을 좀 하고 싶다는 생각에 유튜브도 시도해 보고, 프리랜서 가이드를 하려고 관련 어플을 깔아 보았다. 그러나 다 하나같이 지속되지 못했고, 결정적으로 현지에서 뭘 하려거든 출중한 언어 실력이어야 했는데 내 중국어 실력은 옹알이 수준이었다.


찾다 보니 포털이나 플랫폼에 글을 쓰는 게 있더라. 유명한 N사의 블로그는 이미 차고 넘치는 광고글로 도배가 되었고, 후기를 매번 잘 남기지도 못하는 성격이라 유튜브처럼 될 거란 생각이 들었고, 그러다 보니 남는 게 그동안 눈여겨봤던 브런치였다.


브런치, 글을 써서 올리는 건 좋은데 내 이야기가 그렇게 구미를 당길만할까. 구미를 당길 요소가 있다손 치더라도 재밌게 쓸 수 있을까. 논란의 여지나 남겨서 쥐포처럼 뜯기는 건 아닐까. 자신이 없었다.


가입을 하고 첫 글을 작성해서 작가의 서랍에 넣어두기까지 6개월. 할 수 있다 생각해서 두 번째 글 쓰기까지 두 달. 이제 진짜 작가 신청해볼 거야, 해서 세 번째 글 쓰기까지 석 달이 걸렸다. 사진을 넣고 수정을 하며 미루고 미룬 작가 신청을 가입한 지 10개월이 되어서야 했다. 기대도 말아야지, 하면서도 메일이 오면 후다닥 열어보며 떨어지면 실망감이 크긴 하겠구나, 했더랬다.


그렇게 삼일? 사일? 지났나. 정확히는 기억 안 나지만 지원하고 일주일이 안되어 합격 메일이 왔다.

'축하드립니다.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라는 문구로 시작한 메일의 링크를 통해 들어가 보니 그 전엔 못 보던 ‘작가의 서랍’과 프로필 작성란이 생겼다.



불만 사항

플랫폼 자체는 깨끗하다. 간편한 프로필과 게시 형식, 가입과 댓글까지. 그러나 간단하다고 다 편하고 좋은 것은 아니었다. 쓰다 보니 불만사항이 쌓이기 시작했고, 몇 번이나 건의사항을 올렸음에도 개선의 의지가 당최 보이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성토해 본다.


브런치의 플랫폼은 '글' 자체에 대한 가독성은 좋은 편인 것 같다. 다만, 제때 이뤄지지 않는 피드백과 처음 가입하던 시기나 작가가 되고 나서 수십 편의 글을 올린 지금까지 개선되지 않는 점들이 있어 두 차례 고객센터의 진상 손님으로 등록되었다.


고쳐주세요. 고쳐주세요. 제발 고쳐주세요. 하다가 이제는 미래의 싸이월드가 되든 말든 내 기업 아니니까 알아서 하겠지. 아쉬우면 인력 붙여서 더 잘 굴러가게 하겠지. 됐다. 그냥 글이나 올리고 같이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만 보는데서 만족해야지. 그러다 도저히 사용 못할 지경이면 그냥 안 오면 되지. 하는 열반의 지경에 이르렀다.


첫 째,

에러가 많다.

인터넷이 잘 되는 한국에서도 몇 번 보다가 툭 꺼지거나 어플이 멈출 때가 많다.

하물며 중국에서는 어땠겠나.

조금만 에러 걸릴 상황이 생기면 가차 없이 모든 건 종료된다.

글을 쓸 때도 저장이 안 되어 몇 번이고 글을 한글에서 적다가 옮겨오길 했는지 모른다.


프로필 수정도 컴퓨터와 휴대폰에서 기능이 동일하지 않아 수정을 하고 싶은 게 생겨도 꾹 참았다가 집에 가서 적절한 인터넷 속도를 확인하고 수정을 열어 후딱 고칠 것만 고치고 엔터를 눌렀다. 그러지 않으면 또 끊겨버릴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내 노트북이 사양이 안 좋아서 그럴 수 있다.

그러면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좋은 거니까 잘 돼야 하는 게 아닌가.

이것은 어플을 운영하는 체제의 문제라고 생각이 든다.


돈 많은 카카오님이여, 돈 안 되는 애라고 싸구려 운영체제를 쓰시는가.

브런치도 이뻐해 줘라, 쫌.


이렇게 투덜거려도 이미 내 필모를 설명해주는 편리한 이동식 드라이브 같은 존재가 돼, 버릴 수도 없다.

+오랜만에 만나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브런치 글 보시면 좀 더 잘 아실 수 있어요, 하는 한마디의 편리함이란. 투덜대도 두고 쓰게는 만든다. 애증의 플랫폼.



작가에게 제안하기

제안을 받을 수 있는 자주 쓰는 이메일을 저장해 놓으면 나에게 강연, 출판, 원고 청탁 등의 제안을 받을 수 있다.


처음 몇 군데에서 온 건 광고성 글들이 많았다. 자신들의 어플 플랫폼을 이용해서 나를 PR 하라는 홍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제안 메일도 더 이상 오지 않고 미련도 없어질 무렵, 일하는 직장에서의 푸념 글을 본 다른 작가님이 잡지를 새로 창간하는 데 원고 청탁을 제안하는 메일이 왔다.


오. 엠. 쥐.

내게도 이런 기회가 오다니.


작가님들은 NGO단체에서 개발협력 일을 하던(하고 있는) 분들이었고, 지난해 서울시 출자로 여러 비영리단체와 관련된 연구나 활동을 서포트해주는 공모전에서 개발협력의 현실적인 부분들을 전/현직자 선생님들의 인터뷰를 담아 발간한 경험이 있는 분들이었다.


책도 출판하신 경험이 있는 출판 작가님들이 만드는 잡지에 내 글을 실어주신다니. 게다가 원고 청탁이라는 정중한 양식과 함께 소정의 원고료도 주신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 사건이다, 정말로.


음식과 관련해서 파견지(에티오피아)에서 겪은 에피소드에 관한 원고 청탁이었다. 사실, 현지 음식이 너무 안 맞아서 지금도 딱히 그리워하지 않을 정도로 음식에 대한 정은 그다지 없었는데, 내 취향 아녔던 현지음식이 결과론적으로 남편의 휘황찬란한 요리실력에 감복해서 인생을 걸게 되었다, 라는 다이내믹한 러브스토리로 각색시킨 글이 되었다.


그 와중에 남편이랑 또 별것도 아닌 걸로 원격으로(중국-한국 기러기 중) 부부싸움을 했고, 원고를 다시 들여다보니 아주 기가 찼다.


망할 놈의 영감탱이. 나를 태워 죽이려고 그때 저 맛난 것들을 해준 게야. 마치 마녀가 헨젤과 그레텔을 과자로 유혹한 것 마냥. 씩씩.


우여곡절 끝에 칼로 사람 베지 않고, 물만 베고 끝나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고 수정 원고를 작성해서 보낸 기억은 잊을 수가 없을 듯하다.


글이 나오고, 엄마랑 시엄마랑 읽고 나서 너넨 역시 알콩달콩 잘 만났구나, 귀요미들, 하는 말을 들으니 칼로 물만 베는 싸움이라 참 다행이다, 싶었다.

처음으로 잡지에 글을 올렸다.



기사 인터뷰.

원격 대학원 공부와 관련된 기획 기사를 쓰시는 기자님이 내 글에 댓글을 남겨주셔서 전화 인터뷰를 했다. 실제로 기사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처음 해 보는 경험이었다. 길거리 지나가다가도 걸린 적 없는 인터뷰라니. 브런치에 글을 쓰고 확실히 처음 해 보는 경험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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