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부터 2020년까지의 신혼생활 in 칭다오, 중국
칭다오에 2018년 11월부터 거주했다. 거류증은 이듬해 2019년 1월에 발급받아서 중국 생활 다운 중국 생활은 2019년부터 시작했다.
후회,
천년만년 살 줄 알고 나중에 가야지 했던 주요 관광지 중에 하나인 라오산을 빨리 갔다 올걸. 역시, 평생 있을 것 같은 시간은 금방 지나버리고 이제 다시 갈 수 없는 시간들이 된다.
석노인 해수욕장 - 유일하게 놀러 왔던 친구 1명을 데리고 맥주축제 인근 해수욕장을 갔으나 개미떼 같은 인파만 구경하고 얼른 차를 돌려 나온 곳.
마오공산 - 과외선생님과 같이 과외받던 언니와 나의 남편들이 출장 및 기타 약속으로 일요일이 심심한 유부녀들이 등산하러 다녀온 곳. 사람은 많았으나 봄에 간 산의 바람이 선선해서 좋았던 곳. 자주 가자 약속했으나 이 날 이후로 등산을 할 시간을 찾을 수 없었음.
천주교당, 잔교, 신호산 공원, 팔대관, 5.4 광장 등 - 유명한 칭다오 관광지. 칭다오만 쳐도 메인으로 나오는 곳이라 가족들 오고 해서 3번도 더 간 곳들. 더 안 가봐도 될 정도로 자주 가봐서 후회는 없다.
결혼하고 첫여름휴가로 다녀온 베이징. 밤 기차 타고 아침부터 자금성, 핫한 거리 등을 돌아다니며 그래도 중국에 살았으면 수도에는 한 번 와봐야지, 한 과업을 끝낸 날. 다른 수도처럼 핫하고 신식이고 볼 게 많고, 사람 많고, 그다지 특별한 건 없었다.
시엄마랑 아가씨랑 셋이서 놀러 다닌 곳. 남편이랑 연애할 때 한 번 와보고 두 번째로 온 곳. 가끔 바람 쐬러 오기 좋은 곳이었다. 이제 다신 못 오지만.
신혼생활
프러포즈를 하지않은 남편은 '대신에 꽃 자주 사주잖아.'로 퉁친다고 했다. 시엄마가 들으면서 코가 막혀 달리던 차에서 내리라고 했지만 그래도 나는 이러나저러나 꽃이 있는 집이 좋다.
마트는 유일한 오락 장소이자 삶의 필수적 요소였다. 새로운 마트가 개점하면 신문물을 접하듯 마트들을 돌아가며 쏘 다니는 것이 우리의 외향적인 취미활동이었다.
남편과 내가 만난 이유가 먹을 것에서 시작했듯이, 우리에게 食은 중요한 요소다. 누군가는 요리를 해 주는 기쁨을 누리고, 누구는 먹는 즐거움.. 둘 다 먹는 즐거움을 누린다. 그래도 남편이 해주고 싶은 게 생기면 뚝딱뚝딱 잘 만들어낸다. 난 그냥 시키는 보조를 하고, 설거지를 한다. 그럼 모두 다 행복해진다.
어느 날 갑자기 예능에서 이연복 셰프가 요리하는 것을 보며 동파육과 멘보샤를 주말에 만들 테니 친구들을 초대하라 해서 손이 큰 와이프가 어쩌다 부부동반으로 파티를 열었다. 데코레이션은 젬병이지만 모셔둔 테이블보를 깔고 요리조리 접시를 세팅해 보려 했지만 플라스틱 접시 수준이 전부였다. 손님을 초대하니 들떠서 준비하던 와이프가 재밌었는지 고기 익어가는 것과 내가 들떠있는 걸 같이 관찰하며 허허하던 남편이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집들이 다운 집들이를 해봤던 시간이었다. 참고로, 남편 회사에서 집들이하러 오진 못했다. 내가 요리를 못하고, 남편이 저지해서 그냥 지나갔다.
신기한 과일과 언제 가도 새롭고 짜릿한 재래시장은 남편의 놀이터. 마트 다음으로 많이 간 곳은 동네 인근, 도심 속 크고 오래된 재래시장이었다.
코스트코 같은 대형 창고형 매장이 있다는 수소문을 듣고 찾아간 곳. 결국 그날 회원권 만들고 어마어마하게 결제하고 돌아왔다. 수입 맥주나 고기들은 질 좋고 저렴한 물건이 많았다.
중국어도 못하고, 중국문화도 익숙하지 않지만 그저 먹을 거 하나는 남편에게 천국이었던 길거리 음식과 향토 음식들. 한국에선 동포가 하는 가게에서 먹어도 이때 이맛이 안 난다.
집 근처 돌아다니기. 매일같이 집에만 있는 와이프가 불쌍해선지, 본인도 콧바람이 쐬고 싶어선지 주말마다 갈 데도 없이 돌아다녔다. 한 번은 집에 오는 길에 톨게이트를 잘못 나와서 망망대해 대교 위를 건너서 반대편 반도로 삥 돌아왔던 추억이 있다.
2020. 08
항상 한국이나 중국에서 언제까지 중국에서 사세요?라는 질문을 들었다. 그 말인즉슨, 주재원 기간이 언제까지인가요? 혹은 주재원이 아니라 현지 취업이면 계속 사실 건가요? 둘 중 하나였다. 저도 잘은 모르지만 계약직이 아니고, 여기서 아이가 생긴다면 못해도 10년 이상은 있지 않을까요? 했던 지난날들이 생각난다.
하루하루 이 조그만 동네서 언제 나가나, 나갈 방도는 있나, 지루해했었는데 이런 날이 금방 오는구나. 이제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코로나로 언제 다시 돌아가 볼 수 있을 진 모르지만 에티오피아랑 함께 우리 예전에 여기서 살고 여기도 가봤잖아, 하며 구글맵을 켜고 추억여행할 장소가 하나 더 생겼다는 데 의의를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