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가 있는 삶(2)

그냥 하는 게 정답.

by 김사눅

"선생님, 그래서 빨리 몸을 만들려면 어떻게 하냐고요."

오늘도 트레이너가 푹 하고 한숨을 쉰다.

"회원님, 제발 그냥 하세요."



세상에, 그냥 이라니. 모든 일에는 왕도가 있는 법 아니었나? 그냥 하라니. 아무리 들어도 적응이 안 되는 대답이었다. 트레이너만 알고 있는 방법이 있을 텐데, 영업기밀인 양 알려주지 않는 것 같았다.

매번 운동을 갈 때마다 물었지만 한결같은 대답은 "그냥 하세요."였다.


또렷한 답을 알려주지 않으니, 결국에는 그냥 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침에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9시부터 12시까지 하루의 3시간을 헬스장에 붙어있었다. 트레이너가 정해 준 식단들을 꾸역꾸역 먹으면서 중간에 포기도 하고 싶었다.

그러나, 바디프로필을 찍겠다는 다짐과 함께 사진관에 계약금을 10만 원 보내버린 터라 취소하면 계약금이 날아갈게 뻔했다. 피 같은 10만 원을 내 의지로 잃어버리기에는 단 돈 10원도 아까운 상태였다.


그렇게 3달은 아무도 만나지 않고 나와 싸웠다. 생일날은 그나마 사치스럽게 소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무언가를 시작하는 일은 항상 두려웠다.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준비를 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 항상 성과는 미미했다. 준비를 하다가 이미 지쳐버렸기 때문이다. 그저 부딪혀야 한다는 마음먹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렇게, 내 삶은 준비만 하다가 멈춰진 경우가 대다수였다.


트레이너는 흔들리는 내 의지를 다지게 도와줬다. 해병대 조교 출신이라더니, 사람을 강하게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는 듯했다.

변하지 않을 것 같던 몸도, 이룰 수 없을 같던 목표도 시간이 흐르자 조금씩 변해갔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하다 보니 내가 원하던 모습에 가까워졌다. 그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뿌듯했다.


단순한 오기와 로망에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준비되지 않으면 시작할 수 없다는 생각도 내려놓기 시작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도 커졌다.


3년이 지난 일이라, 선명했던 복근은 다시 살로 덮였고 그때의 영광스러운 몸은 사진에만 남아있다.

그렇지만, 그때 내가 보냈던 노력의 시간과 정성은 영원히 내 안에 남아서 앞으로도 나를 잘 이끌어 줄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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