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딱따기 언제 나와?

by 박철화

파란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다. 따가운 햇살이 나뭇잎을 때린다. 살랑살랑 불던 바람마저 꼬리를 감췄다. 나뭇잎 사이를 벌이 바삐 날고 있고, 노르스름한 열매가 봉지에 싸여 있다. 달콤한 향이 코를 벌렁벌렁 자극한다. 포슬포슬한 털은 아기 솜털 같다.



‘아빠! 복숭아 언제 먹을 수 있지?’ 봄부터 묻는 둘째 슬이는 복숭아를 참 좋아한다. 과일을 다 좋아하지만 그중 최애는 복숭아다. 노란 황도도 좋아하지만 딱딱한 복숭아를 더 좋아한다. 딱따기가 나오는 시기엔 스케줄을 조정해 무조건 집에 온다. 오기 전에 수차례 독촉한다. 먹을 수 있게 딱 준비해 놓으라고.


‘우와~ 복숭아다.’ 복숭아를 보자마자 입이 귀에 걸린다. 그 표정을 나는 좋아한다. 그 기대로 30분 넘게 걸리는 친구의 복숭아 과수원으로 달려간다. 녀석은 옷도 갈아입기 전에 하나를 해 치운다. ‘이 맛이지. 아빠 잘 준비해 놓으셨구먼. 고마워요!’ 슬이 에겐 복숭아가 힐링 푸드다. 과수원에서 갓 따온 복숭아는 먼 길을 달려올 이유다.


복숭아 과수원을 하는 친구가 있다. 과수원은 면적이 넓어 나도 다 돌아보지 못했다. 주로 선별장에서 시간을 보내다 온 이유도 있다. 아버지부터 농사를 지으셨고 지금 2대째 복숭아 과수원을 하고 있다. 과일 농사의 어려움을 친구를 통해 듣는다. 사람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전적으로 하늘의 도움으로 한 해 한 해 살아간단다. 작년엔 봄부터 찾아온 냉해로 평년 소득의 1/3 정도였단다. 올핸 작년보다 좀 나아져 더워도 일할만하단다.


수확 시기엔 어둠이 걷히는 새벽부터 복숭아를 딴다. 햇볕이 따가워 모두가 밖으로 나서지 않는 시간까지 온몸으로 햇살을 맞고 일한다. 한여름인데도 긴 팔에 긴 바지는 기본이고, 얼굴은 군인들 위장할 때 쓰는 두건을 두르고 모자까지 썼다. 입을 열기 전엔 누군지 알 수 없다.


친구가 복숭아를 박스에 담기 전 하는 루틴이 있다. 복숭아 표면의 털을 붓으로 정성스레 쓸어 준다. 손 흔적을 지우기도 하지만, 복숭아는 털이 살아야 상하지 않고 오래 보존된단다. 장인에게서 느낄 수 있는 숭고함을 본다. 학창 시절 볼 수 없었던 진지함이다.


복숭아를 한 철만 먹을 수 있다는 게 아쉽다는 슬이. 태몽이 복숭아였다는 아내 장꾸의 말에 점점 신뢰가 간다. 집을 나서면서도 ‘아빠! 다음 딱따기 언제 나오지?’한다. 그 시기에 다시 올 요량이다. 준비해 놓으라는 협박이다. 이틀 동안 입에 달고 산 복숭아는 대체 뭐였지. 손에 든 가방의 복숭아는 안 보이나 보다.


슬이를 터미널에 내려주고 돌아오는 길에 친구에게 전화한다. 입이 귀에 걸려 행복해할 그 표정을 기대하며 '친구야 딱따기 언제 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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