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넥타이도요?
법률사무학원을 다니는 수강생들을 확인해보면 나이대가 정말 다양하다. 그만큼 사회경험이 많은 사람과 아직 부족한 사람들이 학원을 같이 다니다 보니 여러 가지 사회생활에 관한 팁을 공유하고는 했는데 공통적인 분모로 면접을 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그런 고로 양복을 갖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사실 남자가 별로 없었다). 쓰니의 경우도 그동안 공식적인 자리가 있을 때 군 정복을 입고 갔지 양복을 입은 경우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취업 후 그 주말에 바로 양복을 3벌 정도 구입했다.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도 일반 회사와 같기 때문에 차이가 있을 수도 있지만 경험상 대부분의 남자 직원들은 양복 혹은 세미 양복을 입는다. 여자 직원의 경우는 그냥 깔끔하고 수수한 복장으로 다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사실 여자 옷은 잘 모르기 때문에 이게 뭐지 하는 옷이 많은데 일단 크게 튀거나 어색한 옷은 아닌지라 무난하다고 표현했다.
깜짝 놀란 것은 오히려 사무직원보다 변호사들이 복장에 더 제약이 많다는 것이었다. 남자 변호사의 경우는 양복 말고 다른 옷을 입은 경우는 본 적이 거의 전무하고 여자 변호사의 경우 세미 양복을 입거나 재킷을 항상 방에 보관해놓고 상담이나 회의 때 입고는 한다. 예전의 들은 이야기이지만 지금보다 더 이전 시절, 그러니까 꼰대 시절에는 여자 변호사의 경우 재판 갈 때 복장이 정해져 있을 정도라고 한다. 검은색 구두와 딱 무릎까지 덮는 치마, 위 마이 재킷. 이렇게. 어휴 정말.
지금 사무실에서 남자 직원은 실장님과 나, 이렇게 둘뿐인데 실장님의 경우 항상 와이셔츠를 입으시고 여름에는 반팔 와이셔츠를 겨울에는 그 위에 후리스를 입으시고는 한다. 쓰니의 경우는 조금 독특한데 첫 입사 후 3개월 동안은 양복에 넥타이까지 꼭(!) 매고 다니다가 점점 풀어지기 시작해서 밑에는 슬랙스나, 정장 바지 위에는 깔끔한 셔츠를 입고 다니고는 했는데 여름에는 그냥 티셔츠를 입고 가기도 하고 요즘은 추워져서 니트를 입고 가기도 했다. 대표 변호사님도 복장으로 크게 신경을 쓰시는 눈치도 아니시고 편하게 입고 다니라고 이미 말씀하셨기 때문에 스스로 어느 정도 선을 지키면서(예를 들어 후드티나 이상한 모양이 그려져 있는 셔츠나 티셔츠) 잘 입고 다니는 중이다.
다른 회사의 경우는 어떤지 주변인들에게 물어봤는데 꽤나 다양한 반응이었다. 아직도 양복을 풀 착장하고 다니는 사람도 있고,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전에 같이 사무실을 쓰면서 친해진 직원은 현재 복장 규정이 엄격한 곳을 다니는데 실내에서 실내화도 신으면 안 되고 항상 위에 검은색 재킷을 입어야 한다고 하며 남자 직원들은 무조건 양복에 넥타이까지 항상 매고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이전에는 모르나 지금 생각하면 참 저러고 어떻게 다니지 싶다.
근래에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양복을 입고(입고 싶어서) 나머지 날에는 슬랙스에 위에 대리님이 추천해준 옷을 입는다. 원체 옷을 못 입는지라 양복이 편하기도 하고 취향도 독특해서 옷을 대리님을 모시고 가서 추천해주는 것을 사는 편이다. 여담으로 딱 한번 옷 때문에 말이 나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입고 간 옷은 방탄소년단 굿즈로 나온 셔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