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사무원 면접 그리고 취업성공
학원에서의 수업을 모두 끝 맞추면 마지막 시간에는 법률사무소 혹은 법무법인 등 일할 수 있는 회사와 연결해서 취업을 알선해준다. 실제로 쓰니가 다닌 중앙법률사무교육원의 홈페이지에는 구인/구직 메뉴가 있어 학원 수료생들의 프로필을 올려주고 법률사무소에서 구직 글을 올리기도 한다. 자기소개서나 이력서의 경우도 학원에서 양식을 주고 수강생들이 채워오면 수정해주는 작업을 해준다.
쓰니의 경우에는 위 과정처럼 학원을 통해서 취업을 하지 않고 직접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써서 지원을 했다. 개인 성향 차이 이기는 하나 취업만큼은 내 힘으로 하고 싶었고 아무래도 학원에서 취업을 시켜주는 곳이 안전한 곳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실제로 학원에서는 블랙리스트를 가지고 있다고 하면서 소문이 안 좋거나 처우가 별로인 법률사무소는 추천 없이 선별해준다고 하는데 당시 스터디를 같이하거나 연락처를 주고받아 이야기를 하는 동기생 중 3명이 입사 후 약 일주일 안에 관두는 사태가 발생해서 더욱 믿음을 떨어뜨렸다(3명 모두 작가의 관점에서 정상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문제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혹시라도 학원을 다니면서 취업을 원하는 독자가 있다면 직접 지원을 하는 것을 아직 추천하고 있다. 무언가 이루었다는 성취감을 가질 수도 있고, 어떤 사무실을 가야 할지 본인 스스로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학원에서 지원서를 대신 내주기 때문에 본인이 어디에 지원했는지 모르는 학생도 많다).
당시 쓰니가 취업하고자 하는 조건은 크게 3가지로 스스로를 기타경력자라 칭했는데(타 직종에서 8년까지 일하고 왔으니)
첫째는 일반 신입보다 월급이 높을 것,
둘째는 기본 복지라 칭하는 것들을 모두 갖추고 있을 것,
셋째는 거리가 멀거나 가까울 필요는 없지만 지하철 역에서 가까울 것.
이렇게 3가지였다. 그렇게 구인/구직 사이트를 찾으면서 위 3가지 조건으로 지원서를 남발하고 다녔는데 연락이 단 한 곳도 오지 않았다(!)
이유를 찾아보니 당시 희망 월급을 세후 240만 원으로 적었는데 그때(아마 지금도)에 대형 로펌이 아닌 이상 저 정도의 월급을 신입에게 주는 법률사무소나 법무법인은 없을 것이다. 물론 그때는 군대에서의 월급보다 조금 덜 받으면 되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나름 낮춰서 쓴 금액이기도 했고, 사무직이라 칭하는 이 바닥의 월급이 이렇게까지 적은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현실을 조금 깨닫고 나름 월급을 줄여서 지원서를 다시 보내니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면접은 6군데 정도에서 봤는데 그중 기억이 남는 일화를 몇 개 소개하겠다.
첫 번째는 부부 변호사가 운영하는 사무실로 양재역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구석에 있는 곳이었다. 시설은 그냥 일반적인 개인 변호사 사무실 수준이었고 면접 볼 때도 큰 특이점이 없이 좋아 보이는 곳이었다. 면접 후 합격통보가 왔는데, 하루 뒤에 그만둔 직원이 다시 다니기로 했다면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첫 취업 후 24시간도 채 안되어 퇴직했다.
두 번째는 실제로 약 3일간 일했던 곳으로 M&A를 업무를 주로 하는 곳이었다. 이곳은 특이하게 면접을 보지 않고 실제 일을 시켜보고 정한다는 말과 함께 3일간 실제 일하는 것처럼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을 하면서 보냈다. 3일 동안 딱히 한 건 없고 우편봉투만 1,000장 정도 만들다 끝이 났다. 하루 업무가 끝나면 대표에게 하루 일과 동안 무엇을 했는지 간단하게 보고서처럼 보내야 했는데, 얼굴 좀 보고 연봉 이야기 좀 하자고 적었다가 결국 대표 얼굴 한번 못 보고 끝이 났다.
세 번째는 아직도 기억이 날정도로 꽤나 감명 깊게 면접을 본 곳이다. 여담으로 그때나 지금이나 쓰니는 공적인 자리에서 이빨을 정말 잘 터는 것이 특기인데 이 특기가 특별하게 면접에서 빛을 발하고는 했다. 한 번은 지금 이야기하는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면접을 보던 면접관에게
“말을 너무 잘해서 이게 허풍일까 무서울 정도다”
라는 평가를 들었었다.
본론으로 돌아와 면접을 본 곳은 삼성역 무역센터에 있던 법무법인이었는데 삼성역답게(?) 시설이 정말 좋았다. 변호사 사무실 같지 않고 느낌 있는 편집샾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면접은 회의실에서 진행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거의 1시간이 넘는 시간을 면접을 본 것 같다. 당시 면접관의 말을 빌리면 원래는 학원 출신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이전에 크게 당한(?) 사례도 있고 학원에서 그냥 무작위로 이력서를 보내다 보니 신뢰가 없다고 이야기했는데 쓰니의 경우 학원 출신인데도 직접 지원서와 자기소개서를 보낸 게 특이해서 면접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면접은 '재미있었다' 싶을 정도로 면접관이 물어보는 질문이 무척 흥미로웠고 다행히 면접관도 내 대답이 재미있었는지 추가로 더 질문을 던지고는 했다. 안타깝게도 좋았던 면접과는 다르게 떨어지게 되었다. 덕분에 지금 회사를 오게 되었지만, 그곳에서 일했어도 즐겁게 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고는 한다.
마지막은 지금 일하고 있는 법률사무소다. 이곳에서 면접을 볼 즈음에 계속해서 취업이 안되고 마음이 술렁술렁해서 그냥 워킹홀리데이나 갈까 하던 찰나였는데 운 좋게 면접을 보게 되었는데, 면접 당시 변호사님께 결과를 빨리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다음날 바로 합격했다는 말과 함께 점심을 먹자고 해서 부리나케 선릉역까지 간 기억이 있다. 참고로 점심은 특선참치였고 다 먹은 후 변호사님께 충성을 맹세했다.
위 면접 경험담은 지극히 개인적인 사례로 '이렇게 면접을 봤고 취업을 했다' 라는 설명일 뿐 학원에서 연결시켜주는 회사가 나쁘니 가지 말라거나 무조건 직접 알아보고 가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하나만 충고해준다면 정말 상식적인 것으로 본인이 가려고 하는 회사가 어디인지는 알고 갔으면 하고, 그 법률사무소 사이트나 변호사 블로그를 보면서 어떤 사람하고 일하게 될지 파악 정도는 했으면 좋겠다(대부분 학원에서 이력서를 보내주기 때문에 어디에 면접을 가야 하는지도 모른다).
요즘 젊은 것들은 그런 게 없어서...
참고로 회사 입사 후 첫 출근 날은 원래 청년취업센터 해외취업 상담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