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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세 May 21. 2024

천라지망이 대체 뭐길래

확실히 평범하진 않더라

천라지망은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인터넷에 내용이 부족한 것 같아 내 경험을 써본다.

나는 병술일주에 월일지가 술해 천라다. 아무리 취업난 시대라지만 기업 돈벌이를 배우는 수업은 나와 맞지 않았다. 전공은 국제학, 영문학이다. 사회적 약자의 인권 향상에 관심이 많았다. 착한 사람은 아니다. 다만, 마케터라든가 기업의 이윤을 좇는 직업은 성에 차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 마케터 일화를 좀 덧붙이자면, 마케터란 직업은 팀플하는 것부터 회사 다니는 것까지 늘 내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정말 안 맞았다는 뜻이다. 영어영문학과 수업을 들을 땐 내 주장을 설파하는 게 어렵지 않았는데 마케팅 수업에서는 대인기피와 공황장애를 얻었다. 원체 낯가리는 성격이라 대외활동에 많이 지원하진 않았지만, 지원동기가 '사회정의'일 때 잘 뽑혔다. 국회, 언론사에서 하는 일이 잘 맞았다. 평범하게 살 팔자는 아닌 것 같다.



평범한 일 절대 못한다

돈이 목적이 되면 안 되는 걸까? 알바 지원하면서 온갖 미친놈을 마주쳤다. 사이비, 다단계를 만나거나 면접관은 내게 정신병을 심어줬다. 아무런 욕심 없이 지원할 때만 해를 입지 않았다. 어떤 알바를 한 달 동안 참여했더니 신천지였다. 한 번은 데이터 라벨링 알바였는데, 면접장에 가던 중 지하철에서 후기를 찾아 읽었다. 알바의 탈을 쓴 다단계란다. 말도 안 된다며 나는 깔깔 웃었다. 면접장에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별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면접관이 입을 열자 왜 봤던 단어가 귀에 박히는지.



딱 한 번 돈벌이가 잘 된 적이 있었다. 지금 준비 중인 창업이다. 근데 아이템이 역술이다. 역술 이전에 다이어리 상품 개발을 준비했는데 이때는 일에 막힘이 많았다. 분명히 미대생 둘, 국문과 한 명이 낀 최강의 팀이었는데 3개월 동안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나는 이들 중 둘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과 인연을 지속했다. 만남이 잦았지만, 여전히 분위기가 어색했다. 하지만 역술 얘기를 꺼내니 거짓말 같이 말을 텄다. 지금은 텀블벅 펀딩을 준비하고 있다. 디자인과 내용 작업이 척척 진행된다. 분명히 돈독 올랐던 다이어리 때는 이러지 않았다. 자아 탐색을 통한 '자기 이해'를 돕는 일이기 때문인지 일이 쭉쭉 풀렸다.



나쁜 일이 생기는데 죽진 않는다


어렸을 때 납치를 당할 뻔했다. 아직도 그날 있었던 일들을 생생히 기억한다. 열한 살 때였다. 엄마가 줄넘기 연습 좀 하라길래 공원에 갔다. 내 계획은 곧 무산되었다. 갑자기 등장한 어떤 남자 때문이다. 선한 인상에 안경을 쓴 남자였다. 교회에 가면 가족 간 사이가 화목해지고 천국에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어린 내게 솔깃한 제안이었다. 우리 집이 모태 기독교 집안이라 성경, 하나님이란 단어가 낯설 게 들리지 않았다. 남자의 말을 흘려들을 이유가 없었다. 남자는 30분간 얘기를 늘어놓았다. 지나가던 아이 아버님이 이 광경을 목격했다. 아이 아버님이 보기에 이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140센치 겨우 넘는 여자아이가 170되는 남자에게 붙들려 가만히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 아버님이 지금 아이 납치하려는 거 아니냐며 분개했다. 그제야 나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남자는 자신이 아이를 집에 안전하게 데려다 줄 거라고 말했다.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아이 아버님은 정말 화가 많이 나신 것 같았다. 아버님이 남자를 처치하는 동안 나는 몸을 피했다. 아버님이 아니었다면 나는 인신매매나 성매매 집단에 팔렸겠지.  



앞에서 말했듯 나는 온갖 사이비를 만났다. 하나님의 00부터 신00, 대순000까지. 세상에 뭔 놈의 사이비가 이렇게 많은지. 하나님의 00는 두 사람이 나를 붙잡길래 무서워져 지하철을 향해 달려갔다. 신00는 알바몬을 통해 알게 되었다. 한참 우울했던 차라 신00에서 제공하는 심리 테라피를 냠냠한 다음 연락을 끊었다.

나는 키가 작아서 늘 중학생 취급 받았는데 대순000는 대학생 아니냐며 반색하길래 얘기는 들어줬다. 하지만 곧 집 가는 버스가 와서 가 버렸다. 다른 데서 다시 만났는데, 이번에는 다른 사람이었다. 이 중년 여성이 우리 집의 내력이 문제라길래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는 애정결핍이 있던 지라 아빠와 대화 나눌 화제를 찾아 기뻤다. 어찌 됐든 위기는 다 겪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벗어난다.


내 꿈은 종종 미래를 알려주기도 한다. 전에 나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려 했는데, 일을 치르기 전날 밤 갑자기 길몽을 꿨다. 또, 아빠 회사가 망하기 전날 일가족이 강에 침수하는 꿈을 꿨다. 꿈에 대한 이야기는 분량상 다음 글에서 이어진다.




천라지망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좋은 점은 딱히 없는 것 같다. 전공선택, 직업선택, 수명 그 어떤 것도 내 뜻대로 되는 게 없다.

정말 하늘과 땅의 경계에 걸린 기분이다. 이 둘 사이에 몸을 잘 끼워맞추며 균형을 찾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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