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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을 정리하는 법 May 27. 2018

니모를 찾아서

내 인생 스노클링 첫 도전

 저는 수영을 못합니다. 꼭 한번 배워야지 하다가 여기까지 왔네요. 사실은 아직까지도 수영을 못 하면서 언젠가 한번 스노클링이 꼭 하고 싶길래 태국 푸켓 섬을 막 알아봤었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물에 빠질까 봐 동행할 친구도 방방곡곡 찾아다녔지요. 그런데 동행하기로 한 친구도 수영을 못한다는 사실을 푸켓에 가서야 알았습니다. (수영을 못하면서 스노클링을 해도 되는지는 여러 의견이 많아서 본인이 잘 판단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확실히 수영을 아는 채로 하는 것과 모르는 채로 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에 방학 중에 잠시 한국에 있을 때, 동아리 후배가 '형은 왜 여행을 하느냐'라고 물었습니다. 본인 생각에는 국내에도 볼 곳이 많고 돈도 많이 드는데 굳이 해외를 나가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요. 그때는 막상 그냥 좋으니까 라고 말하고 얼버무렸는데 태국여행 사진을 정리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절대 못할 거라 생각했던 일들이 일어나는 게 즐겁다."

수영도 못하고 물도 무서워하는 저에게 제가 바닷속에 있고, 해가 수면 위에서 어른거리는 장면은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이었는데, 그런 일이 일어나는 마법이 여행이지 않을까 라고,,

 

 푸켓에 도착하게 된 건 말레이반도 일주 여행의 첫 시작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정인가 싶겠지만 푸켓에 도착하자마자 마지막 밤이었습니다. 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가볍게 맥주 한잔과 망고를 먹고 다음날 아침 스노클링을 하러 가는 봉고에 탑승을 했습니다. 라차섬을 갈 채비를 하고 있는데 스쿠버 다이빙도 분명 재미있을 거라고 가이드님이 설득을 합니다. 수영도 못하는데 겁부터 먹었다가 싼 값에 해 주겠다는 말에 설득당해버렸는데 만약 이 날 설득당하지 않았더라면 두고두고 후회하지 않았을까요?

 제트보트를 타고 한 시간 정도 달리면 라차섬에 다다릅니다. 보트 위에서 한국인 가족분도 만났는데 노련한 솜씨로 스노클을 끼는 꼬마 아이도 부러웠고 아이들과 함께 멀리까지 가족여행을 나올 수 있는 부부도 부러웠습니다. 스노클을 처음 썼을 땐 코로 숨을 못 쉰다는 게 처음엔 어색하고 힘들었지만 나중엔 생각보다 편히 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물고기를 좇으려다 호스가 물속에 담겨 소금물을 먹기도 여러 번이었습니다. 어렸을 때 수영장에 갔다 잘못해서 물을 먹으면 엉엉 울면서 다신 물에 안 들어갈 거라고 그랬을 테지만 지금은 나이를 먹어서인지 마냥 물 먹으면서 개헤엄을 쳐도 즐겁기만 합니다. 다만 물고기는 보기보다 멀리 있어 아무리 손을 뻗어도 잡히질 않네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다시 우리는 배에 타고 섬에 정박합니다.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은 옛날 시골에 가면 있던 경운기 같이 생긴 차로 이삼십 분을 달려가는데 그 좁은 섬에 비포장 도로가 하나 나 있어서 앞에서 오토바이가 오면 옆으로 비켜주고 해 가면서 사이좋게 지나가야 합니다. 멀찍이서 앞 차를 바라다보면 약간 흙먼지 휘날리며 정글을 탐험하는 느낌도 납니다. 좁은 섬에 옹기종기 식당 몇 개가 모여있는데, 대부분 비슷한 음식을 뷔페식으로 차려놓았습니다. 볶음밥도 있고 치킨 그리고 튀김 몇 가지 종류랑 샐러드, 맛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냥저냥 실컷 물놀이를 한 후라 뭐든 맛있게 먹을만합니다.


 스쿠버 다이빙은 모래사장 반대편의 자갈이 깔린 해변에서 시작했습니다. 장비를 착용하고 오리발을 들고 앉아서 호흡법 그리고 수신호 교육을 받는데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준의 맞춤형 강의였습니다. 그래도 겁이 났습니다. 귀가 많이 먹먹해진다는데 아프면 어떡하지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와 같은 고민이었습니다. 나름 물에 들어가면서 '그래 귀 먹먹해지는 건 비행기 타는 거랑 비슷할 거야!'와 같은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서서히 바닥을 보면서 물에 들어갔는데 정말 말 그대로 어느 순간 머리 위에 해수면이 보이는 것입니다. 어디서부터 물이 내 머리 위에 있었는지는 감도 잡히지 않지만 그 영화 같은 풍경을 보는 순간 아까의 걱정은 모두 잊혔습니다. 

 수영을 못해서 걱정하던 게 무색할 정도로 거의 가이드님이 등 뒤에 붙어서 이끌어 준 덕에 편안히 바닷속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스노클링이 내 멋대로 헤엄치며 자유로운 느낌이었다면 스쿠버 다이빙에서는 확실히 더 다양한 물고기들과 모습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큰 대왕조개가 뻐끔거리는 순간이라거나 작은 물고기가 큰 물고기에게 잡아먹히는 모습도 포착했고, 쏠배감펭이나 장어처럼 긴 물고기가 다니는 것도 보았습니다. 괜히 한번 물속에 들어가 봤다고 다음엔 꼭 수영을 배워서 오리라는 욕심도 생기네요. 스노클을 끼고 오리발을 저어 잠수를 했다가 올라오고 싶기도 하고 꼭 이집트 다합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해보고 싶기도 합니다. 함께 여행했던 친구와는 다음에 꼭 샤크 케이지에 도전하자고도 했고요.


 또 언제가 될 진 모르겠지만 일상에서 벗어나 감히 평소에는 상상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나게 하는 마법을 저는 계속 떠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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