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의 기막힌 도전
이번에 교내 동아리의 신입 사진전에 출품한 사진입니다. 태국의 핫야이에서 말레이시아의 파당 베사르까지 운행하는 기차 안에서 밖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으로 보정을 하는 과정에서도 새로운 곳으로 가는 설렘을 주고 싶어 애를 쓴 작품입니다.
언제부터 국경에 집착을 하게 되었는진 모르겠지만 언젠가 꼭 한번 기차로 국경을 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삼면이 바다고 위로는 쉽사리 넘을 수 없는 경계가 있는 우리나라에서 국경을 넘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참신한 도전일 것입니다. 이 기막힌 도전의 시작은 태국의 푸껫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그래도 단순히 국경을 넘는 것뿐 아니라 각각의 나라에서 또 각각의 도시에서 하고 싶었던 일들이 있어 다행입니다. 푸껫 어서는 스노클링을 하고 싶었고, 페낭으로 넘어가 자전거를 타고 조지타운을 돌고 싶었습니다. 오늘 쓸 글은 그 과정의 이야기입니다.
시작이 순탄하진 않았습니다. 마냥 다 같은 말레이 반도이니 방콕에서 말레이시아 까지는 직통 기차가 있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는데, 푸껫은 섬이라 기차를 타기 위해선 버스를 타고 섬을 벗어나야 했습니다. 더군다나 방콕 출발 야간열차는 말레이시가 국경 근처까지만 운행을 하고 기대하던 버터워스 역이나 쿠알라룸푸르까지는 더 이상 운행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직통 기차는 없어도 어떻게 넘는 방법은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여행을 준비하며 핫야이에서 파당 베사르까지 열차가 있고 이 곳에서 말레이시아 입국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었습니다. 그대로 실행에 직행, 어느덧 푸껫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푸껫 버스터미널은 호텔이 있던 파통비치의 정 반대편이라 당초 계획은 썽태우라는 마을버스를 타는 것이었는데, 6시 30분이 막차라던 호텔 직원의 말을 듣고 마사지를 여유롭게 받다가 정류장이라던 곳에 도착하니 불안함이 엄습했습니다. 정류장 앞에 있던 가게 점원에게 아무리 썽태우라 말해봤자 말은 통하지 않고 구글에서 사진을 보여줬더니 '아냐 아냐 오늘 주말이라 막차는 이미 떠났어~'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푸껫에서 택시잡기를 시도했고 700밧을 부르는 툭툭을 보내고 500밧에 택시를 잡아타고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푸껫 너희 동네 택시요금은 너무해... 택시보다 비싼 툭툭은 대체...
심야버스를 타고 핫야이로 갈 예정이었어서 느긋하게 버스시간을 잡고 로띠를 찾아 헤맸습니다. 로띠 찾기를 포기해 갈 때쯤 눈에 들어온 곳은 마트!
"야 한국도 마트 뒤쪽에 푸드트럭 같은 거 많지 않나?"
"어, 어, 저기 네모네모 한 거 보인다!"
그 한마디 덕분에 꿀맛 같은 바나나 로띠와 연유 커피를 마지막으로 푸껫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밖에 후드득 비가 오길래 잠결에 큰일 났다 생각을 했었는데, 웬걸 비가 차 안에서도 오는 겁니다. 에어컨 물이 새서 떨어지는 걸 피하려 옆자리 친구에 바짝 붙어 벌벌 떨며 자다 깨다 하다 보니 어느덧 새벽 4시 핫야이 버스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드는 툭툭 기사들, 인도에서 이미 지겹도록 봤기 때문에 이제는 익숙하다는 듯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선 젖은 양말을 갈아 신고 흥정을 시작했습니다.
나: "원 헌드레드 오케이?"
기사: "오케이, 원 펄쓴 원 헌드레드 고우"
나: "노노 투 펄쓴 원 헌드레드"
결국 150밧에 흥정을 보고 핫야이 버스정류장에서 기차역까지 달려갔습니다.
" 어쩌지? 기차역이 문을 닫았어 내가 말레이시아까지 태워줄게 너는 내 툭툭 위에서 자도 돼"
하지만 기차로 국경을 넘는 게 목표였기에 기사를 보내고 두 시간쯤 더 자지 하고 기차역에 자리를 깔고 누웠지요.
핫야이 기차역 앞의 가게들은 새벽부터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가게 문을 열고 매대를 옮기는 그 모습이 고단해 보이기도 하면서 즐거워 보이기도 했습니다. 어쩐지 그 모습이 너무나 애정이 가 카메라에 담아 보았습니다.
CLOSED라는 팻말과 태국어 아랍어 영어로 적혀있는 OUT이 아직 이른 시간임을 짐작하게 합니다. 언제쯤 열차가 운행할까 마냥 기다리는 수뿐이었습니다.
아침이 되자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나 우리 앞에서 꾹꾹이 장기자랑을 하고 떠납니다. 이제 이곳에서 남은 일은 표를 사고 태국을 떠나는 일 뿐입니다.
드디어 표를 사고 기차를 탄 시각은 아침 일곱 시. 비로소 길고 긴 밤을 끝내고 말레이시아로 넘어갑니다. 아직 페낭 섬 까지 들어가기 위해서는 파당 베사르에서 입국심사를 받고, 버터워스까지 가는 KTM열차를 갈아탄 다음 버터워스에서 배를 타고 다시금 페낭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도 스스로 꿈꾸던 국경을 넘는 일 그마저도 이젠 직통 기차가 없어져 스스로 헤매고 찾아야 했던 길을 뚫었다는 뿌듯함에 여행을 하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드디어 도착한 페낭 섬, 언젠가 한번 KTX 잡지에 소개되어 아기자기한 벽화마을의 로망을 가득 갖고 있었습니다. 날씨도 좋고 도로 색, 버스의 색, 건물 외벽까지 부드럽게 다가오는 색감이 편안한 첫인상이었습니다.
기분 좋게 여행을 계속할 수 있을 듯한 느낌이 듭니다. 태국 국경을 넘어 배를 타고 페낭에 도착하자마자 해야 하는 일이 당장 오늘을 잘 숙소를 구하는 일이지만 자신감이 가득합니다.
어쨌거나 무사히 말레이시아에 도착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