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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을 정리하는 법 Apr 09. 2018

허우통의 고양이들

나만 고양이 없어...

 대만 여행은 테마가 무지하게 많다. '말할 수 없는 비밀'과 같은 대만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보고 그 영화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행, 타이베이의 도심을 즐기는 여행이 있는 반면 타이중 화련, 가오슝 같이 타이베이에서 다른 도시들로 떠나는 여행도 있다. 물론, 내가 목표로 잡은 식도락 여행도 빼먹을 수 없고, 타이베이 근교의 작고 정겨운 마을들도 빼놓을 수 없다.

 대만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한두 번은 들어봤을 '예스진지'(예류, 스펀, 진과스, 지우펀)도 그  작고 정겨운 마을들의 예이다. 그리고 대만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매일 밤 이 곳을 다녀간 사람들의 블로그를 보며 잠들게  만든 곳이 바로 허우통(猴硐) 고양이 마을이다.

루이팡 역에서 출발해 허우통까지 가는 핑시선, 원래는 탄광열차였으나 지금은 관광열차로 작고 귀여운 열차를 운영중이다

 허우통은 천천히 걷는다면 한 바퀴를 도는데 채 한두 시간이 걸리지 않을 만큼 작은 마을인데, 오히려 나와 룸메는 뒤의 스펀이나 지우펀에서 보다 허우통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기차에서 내리면 다리를 건너야 마을로 들어갈 수 있는데, 실제로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기 때문에 고양이를 쫓다 실수로 민가로 들어가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마을 입구부터 회색이랑 갈색 털을 가진 냥이가 자고 있는데 사료까지 밑에 깔고 자고 있다. 정말 어디서나 자고 먹을 것도 많고 하면 이곳이 고양이들의 천국이라 일컫어지는 충분한 이유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어디서나 자고, 자다 깨서 먹고 하는 건 내 요즘 생활이랑 비슷한 것 같기도...

 이렇게 고양이를 테마로 한 소품 가게들도 많다. 이 친구들은 소품샵 안에서 열심히 사료를 먹고 있었는데, 이 집 식구인지 떠돌다가 들어와 차려진 밥상을 받은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종종 집 앞에 박스가 있어 키우는 주인이 있는가 싶은 고양이가 있다가도 또 마을 전체가 제 집인 양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아무 집이나 들락날락하는 것 같기도 하고.

깼다가,, 다시 잘꺼다옹,,

 이렇게 안쪽은 실제 가정집이면서도 밖에는 고양이 간식 캔이나 장난감 등을 두고 파는 집들이 많았다. 이제는 고양이가 엄연한 관광 상품이 되어버린 셈. 그렇지만 이 집 할아버지는 우리가 고양이 캔을 사던 말던 관심 없이 낮잠을 주무시고 계셨다. 아직까진 여행객을 상대로 장사를 하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는 마을이 아닌 저녁때가 되면 밥 냄새가 나는 마을이라 다행이었다. 그러고 보니 벌써 일 년 전 일인데 지금은 어떻게 변했으려나.

날 따라오라옹
숨은 고양이 찾기. 과연 사진속엔 몇마리가 있을까요?

 잃을 길이 없어 길을 잃을 수 없는 마을이다. 우린 그냥 정처 없이 고양이가 나타나면 무작정 따라가다 다른 고양이가 나타나면 또 멈춰 서고 그랬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아까 곤히 자고 있던 이 친구가 일어났다. 냐옹 거리며 기지개를 켜다가 쓰다듬어주니 이내 또 눈을 감고. 고양이라는 생명체는 정말... 나도 고양이처럼 살고 싶다.

 검은 고양이도 보고, 검은색 주황색 얼룩이 있는 고양이도 보고, 검은색 점박이도 보고, 회색 갈색 줄무늬도 있는 고양이도 보고

 산 골짜기 한가운데 철도를 두고 있는 마을이라 철길따라 평행하게 쭉 이어진 길 뿐이다. 길가로 나있는 집들이 우리네 시골 같다. 대문을 열면 바로 집 안과 사람이 드나드는 길이 통하는데, 아파트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구조이다. 모두가 다 같이 마당을 내어주도 있는 셈 고양이도 들락거리고 사람도 왔다 갔다 하는.

숨은 고양이 찾기 2

 이렇게 한 프레임에 고양이가 서너 마리씩 들어오는 일은 허다했다.

고양이만 있냐? 나도 있다 멍!

 고양이들 사이에서 사람들 애정을 차지하기 위해 이렇게 애교를 터득한 걸까? 정말 재주 많고 애교 많은 강아지였다. 거의 춤을 추다시피 발랑 누워서 비보잉을 해 주시고 있는 강아지님.

묘하게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냥...


날 따라오라옹 2

 또 고양이를 쫓아가다 너무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놓쳐버리고 말았다.

 철길이 바로 내려다 보이는 난간을 따라 낮잠을 자고 있는 고양이들

 이곳은 흡사 로미오와 줄리엣, 애처로운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더란다.

 지나가던 고양이님께 잠시 셀카 좀 부탁드리고 가겠습니다. 흠흠.

 꽤 유명한 조각물이었는데, 마을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다. 나는 뒤통수밖에 못 봤지만 건너편 기차역에선 고양이 마을을 나타내는 마스코트가 아닐까. 당연 이 마을에서 가장 큰 고양이이기도 하다.


빨리 나를 놀아주지 못할까!

  이 친구 되게 예쁜 아이인데 처음 봤을 땐 표정이 좋지 못했다. 졸린 건지 언짢은 건지.

 그러다 지금 카샤 카샤 붕붕 장난감이 생각나서, 나뭇잎을 눈앞에 흔들어 줬더니 사진에 얼굴이 안담길만큼 환장을 한다. 역시 사냥이 제맛이다냥.

 점점 눈동자가 귀여워지기 시작하고

 이젠 아예 나뭇잎을 흔들지 않자 애처롭게 쳐다보기까지 한다.. 목줄까지 떡하니 매고 있는 저 눈빛이 어찌나 예쁘던지.

 냥이도 제 친구가 맘에 들었는지 지키고 있던 자리에서 내려와 친구 무릎에서 꾹꾹이를 합니다.

 어느덧 해가 지고 아기 고양이들은 이제 집에 돌아갈 시간이에용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간다냥~

 이제 슬슬 기차역으로 가려고 하다가 만난 친구, 쭉쭉 기지개도 한번 켜고

 표지판을 스크랴쳐 삼아 벅벅 또 긁다가.

 금세 우리 앞에 자릴 잡았다.

뭐라? 벌써 간다고냥?

 우리가 간단 얘기에 충격을 받은 표정

 가지 마라냥...

 나도 무척 떠나기 싫었지만, 기차 시간도 있고 이곳 사람들의 생활도 있기에 밤늦게까지 머무를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 친구와 마지막 셀카를 남기고 허우통을 떠나려는데,


 기차역으로 가는 다리를 끝끝내 직접 고양이가 안내를 해준다.

                         이제 떠나는거냥? 나만 따라오면 된다냥, 무사히 돌아가고 담에 또 오라옹

이라고 하는 것 같다.

저기로 가면 떠나는 거다옹..

 어쨌거나 이제 허우통도 안녕.. 다시 돌아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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