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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아 Jun 07. 2022

읽다: 삼개주막 기담회 3 / 오윤희


도 서: 삼개주막 기담회 3 (기담소설)


저 자: 오윤희


출판사: 고즈넉이엔티



말은 모든 화의 근원이다. 말재주가 있으나, 쓸데없는 말을 안 하는 건 오히려 칭찬할 만한 일이지.

-206p-



국내에서도 기이한 이야기를 소재로 한 책들이 출간이 되고 있다. 공포는 좋아하지는 않지만 왠만하면 피했는데 오늘 읽은 기담소설은 뭉클하면서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어리석은 선택에 더 끌리게 한 도서였다.  또한, 기이한 이야기 하면 미야베 미유키의 시대물을 빼놓을 수 없다보니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두 작품을 대조할 수밖에 없었다. 하여튼, 삼개주막 기담회의 세번째 도서로 이번은 삼개주막이 아닌 청나라가 배경으로 기이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떤 정치적 사건을 염두한 것은 아니며 그저 열악한 상황에서 백성들이 겪은 이야기를 연암과 주인공 선노미가 듣고 기록(종이가 아닌 기억력이다)한다. 그렇다면, 선노미는 어떤 인물인가? 일개 평범한 백성인데 기억력이 남들과 달리 뛰어나 연암의 눈에 띄었고 기이한 이야기를 듣는 연암은 항상 선노미를 데리고 다니면서 기록 아닌 기록을 했다.




앞 두 권을 읽지 않아 내용이 읽기 힘들지 않을까 했는 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단편식으로 나열되어 처음 이 책을 읽어도 무방하다. 소설은 청나라 황제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조선에서 사신단을 보냈고 그 안에는 연암과 선노미도 포함되어 있었고, 연암의 형인 박명원과 하인들이 같이 청나라로 향하게 되었다. 지금처럼 쉽게 이동을 할 수 없었고 타국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은 배를 타고 가는 것이었다. 이렇게 사신단들은 청나라로 가기 위해 어느 배에 올라탔고 이야기는 뱃사공이 만난 기이한 저승사자의 내용으로 시작된다. 선노미가 모시는 연암은 괴짜 양반으로 기담 이야기를 듣기를 좋아한다. 뱃사공의 이름은 주매로 연암의 권유로 말 할 수 없었고 자신이 겪었던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한다.



주매의 이야기로 배 안에서 그리고 청나라에 도착해서 또 목적지까지 도착하기 전까지 만나는 사람들의 기이한 내용을 듣는 연암과 선노미. 누군가는 겪어서 무섭고 이해불가한 것이나 타인에게는 전혀 믿을 수 없는 내용들 뿐이다. 주매는 자신이 모르고 태운 저승사자가 그렇게 그리워하던 친구였고, 여가탈입(권세 있는 사람이 집을 뺏앗음)으로 귀신을 보게 되었다던 어느 만상인의 이야기, 폐쇄된 마을에 들이닥친 마마로 인해 일어난 살인에 관한 내용, 그리고 붉은 비단 저주로 인한 소현 세자와 부인 강씨의 이야기, 얼굴을 수시로 바꾸는 요괴가 등장한 겉모습에 빠져드는 인간의 어리섞음과 두려움을 그린 화피, 마지막으로 연암과 선노미가 물길에 휩싸여 이상한 마을에 도착하면서 겪은 사건들은 읽을 때 그저 흥미롭다 재미있다 라고 할 수 없었다.




각각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인간의 내면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결국 그 일을 겪음으로 누군가는 깨달음을 갖고 인생을 다시 움켜잡아 살아가고 여전히 인간 사이에 인간을 현혹하는 요괴도 존재하는 데 그건 인간이 바라는 욕망이(부정적으로) 끊이지 않는 한 계속 되는 상황이다. 매 단편들은 서로가 연결된 것은 아니지만 선노미와 연암 그리고 주위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깨닫지 못한 자신의 미약함을 알아가는 계기가 된다. 그러나, 연암과 선노미가 겪은 어느 마을의 사건은 선노미의 마음에 불안을 지펴버렸다. 도망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 결국 다른 길을 선택하는 선노미. 청나라에서 만난 한 선교사로 인해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선노미의 숨겨둔 내용은 오로지 혼자서만 알고 있던 것이라 두려움이 더 컸을 수밖에 없었을 테다.





조심해서 돌아가요. 어둠이 마음을 좀먹게 놔두지 말고.

-371p-


언어는 참으로 독특한 존재다. 이름은 한 사람의 자아를 만들고 어휘는 그 사람의 성정을 만들고 미래를 바꾸는 힘을 준다. 선노미가 듣던 기이한 이야기로 연암과 인연이 닿아 청나라로 가는 모험도 생겼지만 더 큰 세상을 감당하기엔 아직은 부족했었나 보다. 비단, 선노미 뿐만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그들이 겪은 이야기로 인해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전체적 의미로)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되새겨 봤다. 아, 그나저나 다음 이야기는 어떤 내용으로 만날까? 선노미의 홀로서기가 과연 성공할지....빨리 다음 편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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