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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아 Jul 25. 2022

[읽다] 도쿄 큐레이션

도 서: 도쿄 큐레이션

저 자: 이민경

출판사:진풍경 


단지 무엇을 추구하고 좋아하는지에 관한 표면적 멋이 아닌, 정신적 근간을 만드는 일에 대해서, 자신의 루틴과 룰을 정하는 것. 라이프스타일의 출발은 바로 거기에서 시작하는지도 모른다. 


코로나가 발생 전 일본은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여행지로 많은 사람들이 선호한 나라다. 관광 도서가 넘쳐나 어느 책을 골라봐야 할 정도로 일본 곳곳을 알려주는 도서가 많았는데 막상 일본에 가게 되었을 땐 무겁게 들고 간 여행책은 짐 덩어리였다. 그리고 딱히 관광지를 간 게 아니라 지인이 알고 있는 지역을 돌면서 구경을 했는데 걷다보니 그 마을에(도심이라고 하기엔 마을 같은 곳)서 작은 축제가 한창인 것도 봤었다. 국내에 소개가 안된 곳을 둘러보니 오히러 그런 시간이 즐거웠었다. 그렇기에 오늘 만난 [도쿄 큐레이션]은 여행지가 아닌 일본에서 사는 동안의 일상을 담은 거라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일본에 살 계획이 있었던 게 아니고 우연히 가게 된 그곳에서 몇 년을 살았다. 저자는 사는 동안 그곳에서 방문했던 여러 가게를 보여주고 그 안에서 일본인의 신념과 다른 모습들을 소개한다. 일본은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장인정신 만큼은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니 가게를 대를 이을 생각도 하고 또 이어 받을 생각을 하는 걸 보면 옛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모습은 매번 보면서도 감동을 받는다. 또한, 유명 브랜드에 치우치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디자인(통틀어)으로 승부하는 이들도 있는 데 골목으로 들어가야 찾을 수 있는 가게을 볼 때면 멋이란 이런 게 아닌가 싶다. 깨진 그릇도 버리지 않고 보수를 함으로써 멋진 그릇으로 탄생시키는가 하면, 전석이 예약제인 카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일본의 장점만을 말하지 않는다. 한국과는 어쩔 수 없이 역사를 빼 놓을 수 없는 나라임을 상기 할 수밖에 없었고, 그 중 일본의 한 미술관에 있는 '이천 오층석탑'은 한국에서 수탈한 문화재 중 하나라고 하니 마음이 답답할 뿐이다. 이것 뿐이랴....알지 못하는 수많은 문화재가 타국에서 덩그라니 있는 것을 생각하면 어떤 말로 표현할 길이 없다. 일본은 섬 나라로 저자가 만난 사람 역시 일본인의 특징을 말하는 데 그 중 하나가 외부의 것을 흡수해 일본의 문화로 만들어버린다. 여기에, 크루(crew)문화도 있는데 레스토랑,빈티지 숍, 식료품점 등을 가면 그 가게의 명함이 아닌 다른 숍의 명함이 놓여져 있는데 이건 그거 추천하고 싶은 이유 때문이란다. 취향이 비슷하거나 집단의 관계가 끈끈하게 형성되어 이뤄지 문화의 장점을 보여주는 반면 집단주의에서 드러나는 폐쇄적 성향에 대해서도 언급하기도 한다. 


일본인은 참 재즈를 즐겨 듣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그냥 듣는 거하고 좋아한다는 건 분명 차이가 나는데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재즈광이라고 하지 않던가? 왜 이들은 재즈를 좋아할까? '재즈 킷사'(차를 마시면서 재즈를 듣는 곳)에 대한 인터뷰 중 '재즈는' 일본인에게 각자 다른 소리를 내면서 서로 조화를 이루는 재즈 음악이 이들 삶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려준다. 직접 걸어야 찾아갈 수 있는 공간들...자신들의 문화를 고스란히 지키고 이으려고 하는 일본인들...저자는 이들의 기모노 문화를 보면서 한국이 자발적으로 지키려는 의지가 부족하게 느껴진다고 했는데 침략과 전쟁을 겪고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은 나라에서 옛 문화를 지킨다는 건 버겁지 않았을까? 살아가는 것 조차 버거웠던 시기,과거의 잔재에서 문화를 고스란히 지키려는 게 쉽지 않았을거라 생각한다. 


벚꽃은 봄, 시작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재생과 유한함 같은 삶의 본성을 상징하는 꽃이기도 하다.불과 2주 동안 짧은 시기에 화려하게 피었다가 한순간의 꿈처럼 사라지는 속성을 가진 까닭이다. 이 웅장하지만 짧은 수명은 우리의 인생 또한 결코 길지 않다는 진리를 일깨워준다.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었다. 저자의 느낌에 공감도 하고, 아니기도 했었는데 완독 후 내린 결론은 한 나라를 안다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누구나 느끼는 것이지만 다시 한번 각인을 한다는게 나에게는 뭐랄까...날카롭게 다가왔었다. 좋다 나쁘다가 아닌 이런 삶을 살아가는 구나....아마 이 생각이 가장 적확한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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