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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아 Sep 27. 2022

[읽다] 고양이의 제단



도 서: 고양이의 제단 / 저 자: 배웅열 / 출판사: 엘릭시르





이  방. 가구며 장식을 다 치워낸, 입 밖에 내진 않았지만, 병동이나 감옥의 수감실을 연상시키는 방. 언니는 왜 여기 갇혀 있나.

-본문 중-


성장 소설이지만 좌우충돌하기 보단 조용하게 흘러가는 소설이다. 제목과 표지를 보면서 색채감이 선명해서 눈길이 먼저 끌렸던 책이었다. 각 부모의 재혼으로 자매가 된 지후와 채경. 언니인 채경은 무슨 사연이 있길래 스스로 자신을 방에 가뒀을까? 지후를 비롯한 아버지와 새어머니를 만날 때에도 가족이지만 약속을 미리 해야 만날 수가 있다. 뭔가 불안함 기운이 느껴지나 활달한 지후로 인해 어느 정도 소설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해경과 지후의 만남 역시 그렇고 말이다. 중 2인 지후는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소녀로 친구 이하리와 나름 탐정 같은 일들을 겪게 된다. 소설은 여기서 그저 10대 추리물이 아닌 다문화 가정도 인식하게 하는 데 친구 하리가 바로 필리핀 친모를 둔 소녀이기 때문이다. 불편한 시선이 따라다니긴 하지만 그래도 밝은 성향을  지닌 친구다. 



책은 각 단편으로 되어있지만 큰 핵심은 마지막까지 이어져 있고, 지후가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의뢰(?)를 받으면 간혹 채경과 만남(결국 채경의 방이지만..)으로 실마리를 얻으면서 풀어간다. 동시에, 채경의 독백이 이어지는 데 이 부분만 읽어도 뭔가 평범하지 못한 이미지를 가진 것을 느낄 수가 있다. 여기에, 헤어진 친모는 호주에 있다고 하는 데 이 존재마저 등장하지 않고 뭔가 아버지와 묘한 관계임을...아니, 채경 존재 자체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임을 알려준다. 그러니 채경의 존재가 더 불안하게 느껴질 뿐이었는 데 지후와 대화를 하면서 누구조차 섣불리 다가설 수 없었던 채경에겐 조금은 변화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먼저 지후가 받은 일은..일이라고 해야할까? 학교 안에서 죽은 고양이를 두고 피가(?) 뿌려진 사진이 sns에 올라오면서 한바탕 난리가 되었다. 누가 ? 왜? 이런 일을 저지른 것인지...지후는 사진을 토대로 하리와 같이 하나씩 짚어가면서 알아간다. 결국 같은 학교 학생들의 소행이란 것이 확실해졌지만 소설은 마지막까지 확실히 마무리를 짓지 않고 다음 단편으로 넘어간다. 먼저 첫 번째 단편에서 죽은 고양이 사진을 올린 인물은 같은 학년인 유주현으로 오히려, 길고양이를 돌봤다는 사실이다. 고양이를 죽인 범인이 사진을 봤을 때  양심의 가책이라도  가지기 바랐던 생각으로 한 행동이었다. 즉, 누가 고양이를 죽인 것은 모른다는 사실이다. 



묘하게 마음이 일렁였다. 아주 작은 변화가 올까. 종이 한 장 움직이는 만큼의 가벼운 바람 같은 변화가. 우리는 얇은 종이처럼 그 바람에 밀려갈 수 있을까. 그게 어디로 우리는 데려갈지는 모르겠다. 다만, 좋은 곳이기를 바란다.

-본문 중-



이후, 계속해서 우연하게 지후가 호기심이든 요청이든 맡은 소소한 사건은 단순한 것이 아니었으며 더 나아가 언니인 채경과 연결 되어있었다. 그렇다고 채경이 지후를 괴롭히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으며, 이를 계기로 채경이 원하는 데로 두었던 지후는 거절당할까 두려운 마음을 갖고서도 언니에게 손을 내밀어 본다. 분명 이유가 자신을 가둔 이유가 있을 테니깐...전혀 다른 성향인 자매를 등장시켜 서로를 감싸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큰 사건은 아니지만 지후가 맡은 일들은 누구도 보이고 싶지 않는 감정들도 있었는 데 감정에 대해...어른,아이 구분 없이 느끼는 것은 동일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 소설이었다.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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