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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아 Dec 06. 2022

[소설 -01] 무제..

  "어서 와" 언니는 현관문을 열면서 말한다. 

내가 계속 들어가지 못하고 책가방 끈만 만지작 거리고 서성이자 내 손을 잡고 집 안으로 잡아당긴다. 떨칠 수 있을 만큼의 연약한 힘인데도 난 마지못해 끌려들어 가는 것처럼 그 집으로 들어갔다. 내 나이 겨우 17살... 그리고 22살에 언니는 나를 맡아주었다. 


  처음 언니를 만난 건 고등학생이 되기 1년 전 엄마가 만나는 아저씨가 있다면 한 번 만나자고 했었다. 상대방도 딸이 있는 데 나보다 나이가 많고 평소 언니가 갖고 싶었던 나에게 엄마는 '이참에 언니도 생기고 좋지 않아?'라고 너무 가볍게 말했다. 피가 이어지지 않았는 데 언니라고 불러도 되는 걸까? 하지만, 이런 고민은 아저씨와 언니를 만난 순간 싹 사라졌다. 두 사람의 모습은 서로 보면 으르렁 거리는 우리 모녀와 달리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주는 눈빛을 봤기 때문이다. 무엇을 하더라도 성급하고 덜렁대는 나와 달리 언니는 너무 침착했는 데,  어느 정도냐면 당시 언니는 대학생이었는 데 아르바이트로 받은 돈을 친구가 급하다고 빌려줬고, 친구가 그대로 사라져 버린 일이 있었다. 형편이 좋지 않아 등록금 마련에 필요한 돈이었기에 난 흥분을 하며 경찰에 신고를 하자고 소리를 쳤지만 오히려 차분하게 '그 친구도 사정이 있을 거야'라고 했었다. 침착하다는 표현에 맞는지 모르겠지만 언니는 매사 언성을 높이거나 화를 낸 본 적이 없었다. 그랬던 언니가 유일하게 화를 낸 건 내 친모가 나를 놓고 가출했을 때다. 


  아저씨와 언니를 만나 얼마 있어 두 집안이 한 집안이 되었지만 1년 도 안되어 엄마가 사라졌다. 아니, 집안에서 돈이 될 만한 것은 다 가지고 증발해버렸다는 말이 맞다. 친부도 아닌 아저씨와 살 수 없었는 데 그렇다고 나에게 외가 친척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나마 외할머니가 있었지만 너무 노쇠해서 나를 거둬들일 수 없었다. 그때 언니가 나를 맡아주었다. 친동생도 아닌데.... 그저 내 옆에서 내 손을 잡고 같이 살자는 그  한마디만 했었다. 아저씨는 언니의 의견을 따를 뿐 거절도 긍정도 없이 무심하게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동정이었을 수도 있고, 불쌍한 아이라 생각할 수도 있었을 테다. 그러나 중요한 건 외면하지 않고 두 사람이 받아주었다는 사실이다. 언니 역시 할 말이 많았을 텐데...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순간이 난 너무 고마웠다. 내가 그 상황에서 무슨 할 말이 있을까... 그리고 그때 절대 누구에게도 앞으로 부담을 주는 인생을 살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렇게 혼자 독립하며 살던 언니 집에 난 죽을 죄인같은 마음으로 들어갔고,  언니의 도움으로 무사히 고등학교를 마칠 수 있었고 그 뒤로 벌써 13년이 흘렀다. 


  어느 날이었다. 

"경인아" 언니가 나를 조용히 부른다. 같이 산 지가 10년이 넘었기에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서 불안감과 머뭇거리는 걸 느낄 수가 있다. 하지만, 모른 척 평소처럼 무덤덤하게 대답을 한다.

"응" 

"너한테 아무래도 말을 해야 해서.... 가족이었잖아..." 언니가 '가족'이라는 단어를 힘주어 말했을 때 떠오른 건 유일하게 '가족'이라고 할 수 있었던, 유일한 혈육 친모였다.  시간이 흘렀지만 나에겐 여전히 나를 버리고 배신자로 낙인이 된 엄마. 그 이름조차 입 밖으로 내뱉는 것조차 힘들었던 그 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주먹을 꼭 쥐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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