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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아 Dec 22. 2022

[소설_02] 무제

  살면서 죽음을 느끼게 얼마나 될까? 사실, 가족을 비롯해 가까운 지인이 아닌 이상 죽음을 멀리 생각한다. 언니에게 들은 엄마의 사망 소식은 무서움, 공포 보단 이젠 혈육이 나에게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외로움을 더 크게 느끼게 했다. 엄마는 어떤 마음으로 나를 버렸을까? 13년 동안 연락 한 번 없었는 데 마지막 소식이 죽음이라니... 세상도 참 무심하다. 아니, 사실 그동안 엄마가 연락이라도 하기를 바랐다. 비록 너를 버렸지만... 미안하다.. 어쩔 수 없었다라고. 이런 흔해 빠진 이유라도 듣고 싶었는 데 이젠 더 이상 이런 희망을 가질 수가 없게 되었다. 이런 마음이 이기적일까? 이런 내 모습이 비정상인 거 같아 한편으론 무섭기도 했다. 


  -00 장례식장- 

  언니와 아저씨는 같이 장례식장으로 들어가 준다고 했지만 그러지 말라고 했다. 여기까지 와준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말한 뒤 나 혼자 안으로 들어갔다. 생각해 보니 부음 소식을 누구한테 들었는지 물어보지 못한 게 생각났다. 또한, 장례식장에 가까워질수록 내 존재의 크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그동안 꾹꾹 눌러 놓았던 감정들이 더 이상 숨지 않고 오히려 해답을 찾으려는 듯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장례식 안으로 들어가기 전 왼쪽 위로 엄마의 인적사항을 알려주는 화면을 보면서 엄마의 얼굴이 저랬나? 내가 기억하는 얼굴이 아니어서 잠깐 쳐다보고 안으로 들어갔다. 몇몇 사람들이  식탁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 데 나를 발견한 한 무리 속, 어느 여인이 의자가 뒤로 넘어갈 정도로 벌떡 일어나 나를 향해 불안함과 안타까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이 소음에... 그렇잖아도 조용한 장례식장안이 더 조용해졌고 일제히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집중될 뿐이었다. 


    "도현이니?" 

쳐다보기만 할 뿐 내가 미동도 없이 서 있자 여인은 나에게 다가와 내 손을 꽉 잡았다. 때론, 많은 말 보단 한 가지 행동으로 모든 것을 말할 때가 있는 데 이 순간이 그랬다. 나에 대한 미안함과 연민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 

"너한테 연락을 하려고 했는 데, 네 엄마가 절대 하지 말라고 악을 쓰며 말해서.. 차마 못했다."

"..."

"에효..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할지.. 답답하네.." 

말 못 할 말이 쌓이고 쌓여서 엉켜버려 나오지 못한 수많은 말들이 자물쇠처럼 여인의 입을 막아 버렸다. 

"그런데, 저....?" 내가 말하는 동시에 여자는 나를 데리고 사람들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데리고 가 앉히게 했다. 

"내가 영진이한테 연락을 했어."

내가 아무 말이 없자 그제야 자신을 소개한다. 

"아.. 미안.. 마음이 급했네. 너네 엄마하고 같은 동네에서 살았던 친구야. 나도 연락이 닿은 지 3년쯤 되었어."

아주머니의 말은 갑작스레 엄마가 연락을 했다고 하는 데 그때에 이미 엄마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연락할 사람이 자신밖에 없었다고 해서 가까스로 찾아간 곳은 요양병원이었다. 어떤 인생을 사셨는지.. 엄마는 함구를 했기에 만나기 그 전의 삶을 모른다고 했다. 그저, 곧 죽겠구나... 오죽하면 오랫동안 연락 안 한 자신한테 했을까 하고 3년 동안, 임종을 하기 전까지 엄마 곁에 있었고, 내 존재를 그제야 알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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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적으로 쓰려고 하는 데 짧은 글인데도 생각에 생각이 이어져 불규칙하네요. 

처음 시놉을 잡았는 데 쓰다보니 글이 자꾸 다른길로 가려고 하네요. 

그래도 응원해주시는 이웃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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