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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미준 Aug 04. 2018

부부의 취미생활: 스타크래프트 그리고 직장인밴드

부부들이 부러워하는 부부

 

우리 부부는 주변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재수없게 들리겠지만 자랑 좀 하고 싶다. 기혼자들은 우리를 부러워하고, 미혼자들은 우리를 결혼 롤모델로 여긴다. 우리는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들도 아니다. 아이가 없다는 것은 누군가는 부러워할 수 있지만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우리 부부가 선망의 대상이 된 것은 다름아닌 '공동취미생활' 덕분이다. 물론 취미가 비슷한 부부들이 우리뿐만이 아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부러워하는 걸 보면 취미생활을 함께 즐기지 못하는 부부들이 꽤 많은 모양이다.


 

블리자드사의 전설적인 게임 스타크래프트. 시리즈 2도 나왔는데 어렵고 복잡해서 포기. 그래픽은 우수하다. 블리자드는 합병을 거쳐 현재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자회사가 되어 있다.


맵은 헌터가 제맛이지 


첫 번째 취미로, 지금은 예전만 못하지만 한때 전설적인 인기를 구가했던 전략게임 스타크래프트(블리자드)가 있다. 우리 부부의 스타크래프트 상대전적은 1:1이다. 연애 시절, 각자의 집에서 배틀넷에 접속해 맞붙었다. 나나 남편이나 스타를 그리 잘 하는 편은 아니지만 즐길 정도는 된다. 나 역시 너무 어이없는 초보 수준은 아니다. 나의 주종족은 프로토스, 남편은 저그이지만 랜덤을 골랐다. 프로토스 대 프로토스 경기가 펼쳐졌다. 이게 뭐라고 기를 쓰고 덤볐다. 첫 경기는 나의 승! 남편은 그 당시에 솔직히 방심했다고 한다. 옆에서 동생(지금의 시동생)이 게임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지니까 그렇게 놀리더란다. 참고로 시동생은 나와 남편이 힘을 합쳐 공격해도 밀리지 않는 게임 고수다.

 

두 번째 판에서는 주종족간의 결투였다. 나는 사실 자신이 없었다. 첫 판에서 운이 좋아 이긴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예상대로 남편의 승. 이렇게 한 판씩 주고받자, 우리는 휴전을 선언했다. 1:1 상황에서 균형을 깨기가 두려운 거다. 양쪽 다 자기가 질까봐 무서운 것이지. 그래서 그때 이후로 같은 편이 되어 컴퓨터나 사냥하러 다닌다. 팀플은 역시 헌터 맵이 최고다. 아무리 좋다는 맵이 나와도 오로지 헌터다. 가끔 둘이 편먹고 시동생을 잡으러 가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시동생은 우릴 너무 힘들게 한다.


함께 무대에 오르다


우리의 두 번째 취미는 악기연주다. 두 번째로 소개했지만 사실 이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음악적 연대가 없었다면 우리가 과연 만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게다가 좋아하는 음악장르가 많이 겹친 점이 밴드활동을 하는 데 매우 중요하게 작용했다.


남편은 베이스를 친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밴드를 시작해 직장을 다니는 지금까지도 취미밴드에서 활동하고 있다. 여러 밴드에서 동시에 활동한 적도 있다. 동시에 여러 밴드에서 활동하던 시절, 남편은 나를 건반주자로 집어넣었다. 우연히 남편의 밴드 연습실에 놀러갔다가 팀원들과 친해져서 건반을 깨작거리다 덜컥 합류하게 된 것이었다.

 

남편과 함께 한 직장인밴드 공연. 홍대 디딤홀.


나는 건반도, 기타도 조금씩 다루지만 연주를 썩 잘 하는 편은 아니어서 폐가 되지나 않을까 걱정부터 앞섰다. 그때마다 듣는 말들이 있다. "우리는 프로가 아니다. 취미로 하면서 스트레스 받지 말고 즐기자." 그리하여 직장인 8명으로 구성된 이 대형 취미밴드는 어느 날 홍대에서 클럽을 빌려 지인들을 초청하고 공연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영상을 보면 창피하고 오글거리기 그지없지만, 이 얼마나 좋은 추억인가?


우리는 아직도 밴드활동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집에서는 카피를 하거나 자작곡을 만들 때, 혹은 녹음할 때, 작은 방에 둘이 앉아서 남편은 베이스기타를, 나는 오디오 프로그램과 건반을 만진다. 서로 이건 어때 저건 어때 하며 조언을 해주기도 하고, 필받으면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고 술판을 벌이기도 한다. 뭐니뭐니해도 남편과 내가 음악으로 뭉칠 때 우리는 가장 행복하다.


 

부부는 닮아간다


나에게 없는 취미는 배워보려고도 한다. 나는 남편을 따라 낚시를, 남편은 나를 따라 여행을. 남편은 여행을 그리 즐기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나와 함께 다니며 조금씩 즐거움을 알아가고 있다 한다. 나 역시 붕어와 잉어와 향어를 구별할 정도가 되니 낚시가 즐겁다.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면 대화도 많아진다. 대화가 많아지니 부부생활의 즐거움도 커진다. 겉과 속 모두 조금씩 닮아간다. (어느 편의점에서 둘이 남매냐는 소리도 들었다.) 앞으로도 우리는 함께 할 수 있는 활동들을 계속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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