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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미준 Jan 08. 2019

빌라에서 생긴 일: 주차전쟁

아파트에서 빌라로


지하에 다섯 층이나 주차공간이 있었던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빌라로 이사온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처음 이 집을 보러 왔을 때 모든 게 마음에 들었다. 신축빌라여서 깨끗하고 단열도 잘 되어 있다. 무엇보다 탁 트여 호수가 보이는 조망이 너무나 좋았다. 분양팀 담당자에게 '단점을 꼽으라면 뭐가 있나' 물어봤더니, 웃으면서 "글쎄요. 굳이 꼽자면 주차장이 조금 불편한 것 정도?"라고 했다. 필로티 구조의 빌라이니 1층에 주차장은 확보되어 있지만, 아무래도 차량 두 대가 앞뒤로 이중주차할 때는 번거로울 거라는 이야기였다. 나는 그때까지 차를 몰아본 횟수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던 새내기 운전자여서 '주차장이 불편해봐야 얼마나 불편하려고. 세대수만큼 공간만 있으면 됐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이 때가 좋았지. 음.


그런데 남편의 생각은 좀 달랐다. 이사 전부터 그에게는 새집의 주차장이 스트레스였다. 골목이 좁고, 전 세대 입주가 완료되면 이중주차가 일상이 될 터.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차를 빼달라'는 전화를 걸거나 받아야 할 터. 입주자가 아닌 외부차들이 떡하니 우리 건물의 주차장에서 공간을 차지하는 일도 있을 터. 그리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많아지는 자동차들


이 신축빌라에 우리가 꽤 일찍 들어온 편이라 처음에는 빈 집이 많아 주차장도 널널했다. 골목 맞은편의 주방기자재상의 트럭의 우리 주차장에 들어와도 그러려니 했다. 시간이 흘러 전 세대 입주가 완료되었고, 입주자들 차만으로 주차장의 3분의 2가 채워졌다. 그와 동시에 출근시간이 분주해졌다. 일정시간에 출근하는 사람은 남편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었다. 남편이 다른 집들을 배려해 안쪽으로 차를 대놓으면 그 앞에 다른 집 차가 들어온다. 그런데 차들이 빠져나가는 시간대가 일정하지 않았다. 같은 차라도 어떨 때는 남편보다 일찍 빠져나가고, 또 어떨 때는 한참 늦게 나가고, 또 어떨 땐 오후 늦게 나가고, 아예 안 들어오기도 하고, 종잡을 수가 없었다. 반상회 때 이야기를 나눠보니 어쩜 다들 출퇴근이 불규칙하다. 그리고 차들이 다들 커서 안쪽 주차가 어렵다는 말도 한다. 남편은 우리차 앞에 세워둔 차주가 아침에 전화도 받지 않고 초인종에도 응답을 하지 않아 지각할 뻔한 적도 있다. 아직 지각까지 간 적은 없지만, 출근을 위해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스트레스가 시작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주차장에서 블로킹당하는 일상.


진짜 문제는 외부차량


이윽고 문제가 터질 조짐이 보인다. 곧 열릴 반상회에서 주차문제가 화두에 오를 것이다. 입주자들끼리야 서로 양보하고 배려해야 할 문제지만, 진짜 문제는 외부차량들의 출입이다. 맞은편의 기자재들이 도로를 일부 점거하고 어서 그렇잖아도 좁은 도로가 더 좁아졌고 차들이 그 앞에 주차하는 통에 또 좁아졌다. 낮에 작업하는 동안에는 그 가게의 트럭이 우리 건물 주차장을 수시로 들락거린다. 낮에는 비교적 빈 공간이 많아서 이해한다 치는데, 간혹 주차장 기둥을 들이받아 파손시키기도 하고, 그곳의 직원들까지 우리 건물에 주차할 때가 있다. 사용시간이 불규칙한 입주자들은 필요할 때 원하는 공간을 못 쓰는 일도 벌어진다. 기자재상에 차를 빼달라고 하면 빼주기는 하지만, 한두번이 아니니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여 이번에 폭발할 모양새다. 심지어 아무도 뭐라 하지 않으면 기자재 차량은 밤이 되도록 우리 주차장에 남아있기도 한다. 우리 부부는 그곳 사장님에게 개인적으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는지라 항의를 하기도 참으로 난감한 입장이다.


스트레쓰!!!!


어디까지 배려해야 하나


얼마전, 건물 바로 옆에 있던 공영주차장이 폐쇄되면서 빌라 내 외부차량의 유입이 더 심해졌다. 입주민들이 불법주차 스티커를 붙여봐도 별 효과가 없다. 주차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 남편은 결국 오토바이를 샀다. 회사까지의 거리가 가까워서이기도 하지만 주차로 받는 스트레스가 큰 게 가장 주된 요인인 듯하다. 그렇다고 차단기를 설치하기는 또 어렵다. 가뜩이나 골목이 좁아 T주차에 애를 먹는 중인데 차단기와 씨름까지 해야 할 테니. 무단으로 들어오는 차를 일일이 막을 사람을 24시간 세워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양보와 배려는 미덕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조금 손해보더라도 다수가 편의를 나눠갖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의 이 상황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주차장 좀 나눠쓰면 어떠냐고 누군가는 생각할지 모르겠다. 나도 그랬었다. 이제는 마냥 양보하고 이해해주자니 우리가 받는 피해가 점점 커져가고 있다. 과연 어느 선까지 양보하고 배려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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