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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솔 Feb 25. 2023

모교와 함께 나이가 든다는 것

오랜만에 과 선배와 모교에서 만나 여기저기 추억이 있는 곳들을 거닐었다. 신입생 때 비싸서 자주 가기 힘들었던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낡았지만 그대로 있었고, 브레이크 타임이 코앞이라 주저하시던 주인아저씨는 우리를 테이블로 안내했다.


물을 따라주시던 아저씨에게, 아직까지 장사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넸다. 덕분에, 학부생 때의 추억이 하나 더 남아있다고.

순간 움찔하더니, 활짝 피어나는 아저씨의 미소를 보면서 기분 좋은 식사를 마치고 미대길로 향했다. 미대길 초입에는 여전히 '생각하는 자, 천하를 얻는다.'라고 쓰인 비석이 있었다.


유독 고민이 많던 학부생 시절, 저 비석과 미대길이 나에게 위로를 주었다. '내 생각과 고민이, 결국 나를 더 좋은 삶으로 이끌어줄 것'이라는 맹목적인 믿음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천하는 모르겠고, 내 사고를 글로 풀어내는 에세이작가는 되었다.


벚꽃이 피는 봄 공강 시간마다 앉아서 행복하게 멍을 때리던 본관 계단과, 울면서 회계 복식부기를 하고 인사 원서 논문을 읽던 중앙도서관은 이제 좁았다.


학부생 때 대단해 보이던 평화의 전당은 큰 감흥이 없었고, 선배와 나는 같은 이야기를 했다.


"예전에는 학교가 참 커 보였는데, 이제는 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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