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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솔 Feb 24. 2023

그 위에 입혀보는 나의 노래

싱어송라이터 유현주

유현주 싱어송라이터를 만난 것은 6년 전쯤 내가 사랑하는 공간이자, 꿈톡이 운영되었던 카페에서였다.


이 음악가는, 낯설었을 작은 공간을 자신만의 이야기가 담긴 자작곡으로 특별하게 만들며 눈을 빛냈다.


이제, 6년이 지나 정규앨범 '그 위에 입혀보는 나의 노래'를 내었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에 앨범을 리뷰해 보았다.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여행>


처음 앨범을 들었을 때 솔직하게 느낀 감정은, 맨밥과 같은 단순함이었다. 모든 곡이 비슷하게 들려서 조금은 심심했다고 표현하겠다.


그러던 느낌이 조금 더 깊이 들어가, 가사 하나하나를 음미하기 시작했을 때 곡이 심심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극에 익숙해져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비로소 내가 느끼게 된 것은, 그동안 바삐 사느라 내가 잃어버렸던 것들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기분 좋은 흥얼거림이자 따뜻함이었다.


마음을 열고 흥얼거림을 따라 잃어버린 것들을 향해 여행을 시작했다.


오래전 영화인 '이퀄리브리엄'이 생각났다.

이 영화에서는 독재자 치하에서 인간의 감정이 무의미한 것으로 여겨져 철저히 감정을 배제한 채로 사람들이 살아간다. 극 중, 크리스천 베일이 감정의 의미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레지스탕스를 수색하다가 음악을 마주하며 인간성을 회복하게 되는 장면이 떠올랐다.


유현주 싱어송라이터의 음악은 담담하면서도 조곤조곤 사람들이 일상에서 잊어왔던 가치들을 노래한다.


 '아이처럼 굴지 마.', '현실을 생각해야지.' '감정은 나쁜 거야.'라고 말하는 각박한 환경에 대한 기분 좋은 반항을 느낄 수 있달까.


마음의 순수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삶이 성공한 삶이라고 항상 이야기하던 내게 이 노래들은, 모든 곡이 선물과도 같다.


특히, '소년'이라는 곡에서 '내 친구들도 그대를 알아요.'라고 시작되는 가사에서 풋풋한 유년기 시절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지며 누구에게나 있었을 시간과 공간이 펼쳐진다. 시간이 흐르며 사랑의 의미를 잊을까 봐 두려운 나에게 고향처럼 눈물을 글썽이게 하는 매력이 있다.


'그대에게'라는 곡도 특히 가사를 하나하나 꾹꾹 눌러썼을 음악가의 힘이 전해지는 곡이다.


'웃음만큼 지었을 눈물'이라는 표현에서 좋아하는 상대방에 대한 감정 이입, '끝끝내 애써 커 보이려 하지 말아요.'라는 표현에서 이상하게 '끝끝내'가 슬프면서도 마음으로 상대를 지지하는 감정선이 느껴지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가사는 '그대는 항상 그곳에서 나를 이끄는 희미한 불빛이니까.'라는 가사다. '희미한'이라는 표현에서, 해나 달처럼 크게 빛나지 않아도 가치 있을 상대에 대한 존중이 느껴져서 마음이 편안해진다.


'힘든 날이면'이 세 번째로 인상 깊은 곡인데 곡 '처음이라서'의 느낌과 이어지며 꾸밈없이 진심으로 부딪히고 상대를 배려하다 스스로 작아지는, 조금은 찌질할 수도 있는 날것 그대로의 사랑을 노래하기 때문이다.


나는 한때 누군가가 이상형을 물어보면 반쯤은 웃으며 '지하철에서 가끔 보이는, 누가 봐도 실연당해서 울고 있는 사람'이라고 답할 때가 있었다. 나는, 그런 사람은 용기 있게 자신을 상대에게 부딪히며 사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노래는, 이상하게 지하철에서 울던, 사랑에 순수한 마음으로 용기 있게 덤벼들었던 이름 모를 누군가가 생각나는 곡이다.


이 외에도 노래 구성을 살펴보면 '472', '작은 연습실' 등 평소에 음악가가 살아오며 평범하게 겪는 시간과 꿈을 위해 스스로를 마주했던 공간을 노래한다.


자신이 겪은 시간과 공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음악가라는 확신이 드는 앨범이다.


6년 전, 꿈톡이라는 공간을 특별하게 만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자신의 공간만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 청자가 음악에 시간을 내어 집중해서 한 구절씩 들으며 상상하다 보면, 어느새 잃어버리고 살고 있는 것들에 대해 여행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 앨범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여행'이다. 음악가는 여행 가이드 정도가 되겠다.


다만,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성격의 소유자이자 팬이 되어버린 사람으로서 앨범 수록곡의 배치를 개인 취향대로 바꾸어보면


'그대에게'가 타이틀 곡이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마지막으로 배치되었으면 한다. 가사와 멜로디 속에서 느껴지는 마음을 누군가에게 이 뮤지션이 불러주었듯, 스스로에게 되돌려주고 싶은 곡이기 때문이다.


유현주 싱어송라이터님, 진심으로 삶을 살아온 당신도 이미 누군가에게 희미한 불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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