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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솔 Feb 21. 2023

유니세프 직원을 울려버렸다.

글을 쓰러 단골 카페로 가다가, 유니세프 대면 마케팅 직원을 만났다. 같은 NGO 계열에 종사했던 입장에서 항상 당황스러운 부분인데, 잠깐 스티커만 붙여달라는 시작이 결국 후원 요청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력서도 써야 하고 교정작업도 다시 검토해야 하는지라 잠시 시간을 내 달라는 요청을 거절했다. 전에 NGO 전직자였다고 대답하고는, 힘내시라고 말하며 지나갔다.


그런데 추운 날씨에 혼자 서 있던 직원이, "그러면 더 한 번만 도와주세요." 하고 재차 권하는 게 아닌가.


자리를 피하고 싶던 나머지 아무 대답이나 튀어나갔는데, "어차피 결과는 똑같잖아요."였다. 내 의도는, 스티커로 시작한 설명이 결과적으로 후원 장려로 이어지지 않느냐는 뜻이었다.


그러고 다시 카페로 향하는데, 마음 한 편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후원해 봐야 어차피 결과는 똑같다는 뜻으로 알아들었으면 어떡하지?'


카페에 도착해 음료를 시켜 자리에 두고, 따뜻한 커피를 한잔 더 테이크아웃해서 다시 유니세프 직원에게로 갔다.


걸어서 5분 거리를 다시 걸어가는데, 저 멀리 유니세프 직원 특유의 파란 복장이 눈에 띄었다. 그 짧은 순간에도 수십 번도 더 거절당하며 추운 날씨에 혼자 서있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도착하니, 후원물품들을 정리하는 직원이 눈에 들어와 커피를 건넸다.


"길을 가다 보니까, 아까 제가 '결과는 똑같잖아요.'라고 말을 한 게 후원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느껴져서 상처가 되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 말의 뜻은, 대면 마케팅이 결과적으로는 후원 장려로 이어진다는 뜻이었어요. 저는 다른 곳에 이미 후원을 하고 있기 때문에 거절을 해야만 했거든요."


"저도 월드비전에서 근무했을 때 대면 마케팅도 잠시 경험해 봐서 얼마나 힘드실지 조금은 압니다. 추운 날씨에 혼자 떨면서 계속 그러고 계실 것 같아서 마음이 쓰여서 따뜻한 음료라도 드시라고 드려요. 저는 지금은 다른 일을 하지만, NGO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존경합니다."


내 말을 들으면서 눈물이 그렁그렁 해진 직원은, "감사합니다."만 반복하면서 울먹였다. 나도 괜히 예전에 고생하던 직원들 생각에 눈물이 맺혀서 인사를 꾸벅하고는 다시 카페로 돌아왔다.


'혹시 상처받았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흘려보내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마음을 건넨 것이 참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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